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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남녀노소 안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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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4-03-19
우울증 남녀노소 안 가린다
지난 3월 1일 프로바둑기사 유창혁 9단의 아내인 김태희 MBC 아나운서가 숨진 채 발견되고 김 아나운서가 산후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울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울증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1996년부터 시작된 삼성서울병원의 검진실태조사가 보여주는 우울증 환자의 확산추세는 우울증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우울증 환자는 19세 이하의 경우, 1996년 54명에서 2002년 155명으로 늘어났 다. 20~29세도 96년 62명에서 2002년 109명으로 늘었다. 나이가 들면서 우울증 환자는 더 늘어 30~39세는 96년 123명이다가 2002년에는 243명으로 급증했다. 60세 이상 노인에게도 우울증은 심각하다. 96년 220명에서 2002년 639명으로 늘어났다. 연령과 상관없이 10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한 사회학자는 우울증을 "깨진 거울에 비친 자화상"이라고 정의했다. 환자의 심리적-정신적 상황뿐만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 복합적으로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한 얘기다. 즉 부분적이지만 사회병리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산후우울증 일부는 장기간 지속
우선 심리적-정신적 영향이 큰 것은 주부우울증-산후우울증 등이다. 지난해 1월 한국조울-우울증학회는 주부우울증을 조사했다.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울증이 44.6%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중 일부가 산후우울증이다. 김태희 아나운서처럼 아이를 낳고 겪는 산후우울증을 말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산모 중 85%가 산후우울증을 경험하는데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난다. 하지만 산모의 10∼15%는 장기간 지속되는 우울증에 빠진다.
대개 출산 후 2∼4주에 시작되며 심한 우울감이나 무력감-피로-불안-불면이 지속되고 아기를 키울 자신감이 없어지며 심할 경우 자살도 생각한다. 심한 불안-초조와 함께 감정 변화가 심하고 말과 행동이 혼란해지며 정신착란이 나타나는데 주로 아기와 관련된 망상과 환각이 보인다고 한다. 아기가 죽었거나 불구라는 망상, 아기가 신이나 악마라는 망상, 아기를 죽이라는 환청이 들리는 것이다.
산후우울증은 산모에게 잠재하던 정신질환이 산후에 겉으로 드러난 경우가 많다. 그밖에 출산에 대한 두려움, 어머니 노릇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심리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산모가 과거에 경험했던 부모와의 갈등이나 부부 불화가 일반적인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출산 직후 심한 호르몬 변화가 우울증을 초래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주부 이민희씨(가명-49)는 올해 막내딸이 대학에 들어가자 이제 아이들에게 신경쓸 일이 없을 것 같다며 홀가분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떤 일을 해도 예전과 달리 흥미가 없어졌다. 이유없이 안절부절 못하고 한 곳에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잠도 못 이룬 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 날도 많아졌다. 전형적인 주부우울증이다.
이씨는 그동안 자녀 뒷바라지를 삶의 목표로 여기다가 그 목표가 사라지면서 우울증이 나타난
경우다. 주부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은 대개 경제상황 악화와 입시 뒷바라지, 가사-직장 스트레스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실상이 주부의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사회적 병리현상이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는 우울증이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남자에게도 그대로 나타난다. 특히 40대 남자에게 많다. 작년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김성수씨(가명-45)는 ''내가 무슨 일이든 못하겠느냐''며 재취업을 자신했다. 그러나 막상 일자리를 찾으니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는 어느새 자신감을 잃었고 구직 의욕마저 사라졌다. 결국 가족이 외출을 한 틈을 타서 자살을 기도했다.
노인 경우는 합병증 가능성 높아
한국조울-우울증학회 김광수 이사장이 "우울증은 정치-경제-사회적 위치가 낮은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듯이 경제-사회적 상실감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씨의 경우가 자신의 위치 상실에 따른 우울증이다.
특히 청장년층의 우울증은 작금의 사회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태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청년 실업문제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졸업 후 3년째 취업 준비 중인 김경중(가명-27)씨는 면접에서만 25번 넘게 떨어지자 사람을 기피하며 외출 자체를 삼가고 있다.
학생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올해 경희대학교 석사 논문에서 고교생 10명 중 7명은 우울증세를 갖고 있으며 심한 경우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논문에 따르면 69.7%가 우울증세가 있다고 한다. 이중 중증환자가 38.9%나 된다. 자살 계획을 세워본 청소년은 13.4%, 유서를 쓴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5.6%, 자살기도까지 한 청소년도 7.3%나 됐다. 이는 학업 스트레스에 친구간의 갈등이 원인이 돼 우울증을 앓는 학생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 우울증도 급증하고 있다. 올 1월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타워팰리스에서 86세 노인이 자살한 사건도 이에 속한다. 노인에게는 여러 질병이 우울증을 낳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울증이 여러 질병을 부르기도 한다.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70세 이상의 미국인 6,000명을 상대로 연구한 결과 우울증이 있는 노인은 2년 안에 당뇨-중풍-관절염-심장병 등의 질병에 걸릴 위험이 34%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런 원인 없는 두통과 가슴통증, 집중력 저하나 변비도 흔한 증상의 하나다.
가족이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가벼운 노인 우울증도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합병증 때문에 노인의 우울증이 악화되기도 한다. 지난 해 1월부터 7월까지 경찰청에서 분석한 61세 이상 노인의 자살은 1,738건이었다. 하루에 노인 8.2명이 자살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자살이 충동적임에 비해 노인의 자살은 우울증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한국조울-우울증학회 김 이사장은 "우울증은 병원 치료만 받으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라면서 "정신과 치료를 이상하게 보는 사회가 우울증 치료를 막는다"고 말한다.
( 뉴스메이커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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