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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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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장애는 경제적 손실…챌린저호 폭발 원인도
■AM 7시50분■ 한양대역에서 출발한 지하철 2호선은 출근길 인파로 만원이다. 운이 좋아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졸고 있다. 직장인 김진수(가명.43세)씨는 미처 자리에 앉지 못해 서서 졸고 있다. 잠에서 깬지 한 시간이 채 안됐는데 벌써부터 피로감이 밀려온다.
■AM 9시20분■ 1교시 수업이 한창인 중학교 교실 곳곳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수업은 포기한 듯 엎드려 자는 학생들도 있다. 어젯밤 학원수업에 과외까지 겹친 인호(가명·14세)는 쏟아지는 잠에 눈꺼풀을 들 수가 없다.
■AM 10시40분 ■아침햇살이 내리쬐는 거실에서는 주부 이해영(가명·39세)씨는 아침드라마를 보는 내내 머리에 손을 가져간다. 요즘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머리가 늘 멍하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PM 3시30분■ 피아노 학원에 갔다온 초등학교 딸 희지(가명·9세)가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짜증이다. 단짝 친구랑 또 싸웠단다. 어제도 잠을 잘 못 자 신경이 예민해졌다.
김진수씨 가족은 요즘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아 잘 잤다. 개운해”라고 느껴본 기억이 없을 정도다.
오늘은 잘 자야지 라며 자기 암시에 빠져도 보지만 잠들기까지 1~2시간은 기본이다. 자는 도중에도 몇 번씩 깨고 긴 시간을 자도 머리는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멍하고 몸은 늘어진다.
두 자녀도 연령대에 필요한 수면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잠을 다 자면 친구들에게 뒤쳐진다는 강박관념에 잘 수가 없다.
이처럼 요즘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연령대를 초월하고 있다. 수면장애라고 하면 불면증을 생각하기 쉽지만 불면증 역시 수면장애의 한 증상일 뿐이다. 수면장애는 불면증을 비롯해 반대로 잠이 너무 쏟아지는 수면과다증, 잠을 자도 피로감을 느끼는 코골이·수면무호흡증, 악몽·야경증·몽유병,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하지불안증후군 등 80여 가지나 된다.
수면장애는 개인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질병으로 치부된다.
박두흠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수면장애의 사회적 영향’이라는 연구를 통해 수면장애에 따른 합병증이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인용한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2002년 7월)를 보면 전체 미국인의 25%인 7000만 명이 수면 시 문제를 호소하고, 12.5%인 3500만 명이 실제로 수면장애 진단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최대 1000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
박 교수는 우리 국민 역시 30%정도가 불면증을 겪고 있으며 10명 중 1명은 한달 이상 지속되는 만성 불면증 환자라고 설명한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의 수면 시간은 평균 5시간, 일본과 중국은 평균 6~7시간으로 미국(8시간)보다 월등히 잠이 모자란다”며 “수면부족은 우울증이나 심각한 성장장애, 비만을 야기하며 10대 사망 원인 2위로 꼽히는 자살과의 연계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야간 교통사고 대표적인 원인으로도 수면장애가 꼽힌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수면부족과 한국에서의 교통사고’라는 연구를 통해 야간 화물차 충돌사고 원인의 50% 이상이 수면장애로 인한 졸음운전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뿐 아니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나고야철도 충돌사고 모두 기술적 결함이 아닌 수면장애로 발생한 사고였다”며 “수면부족상태에서의 운전·업무는 만취상태와 같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수면장애는 개인의 고통을 떠나 국가적인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확대되고 있다.
건강한 수면은 잠들기 시작해 아침까지 계속 자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인한 수면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면무호흡증이란 한동안 숨이 막혀 컥컥 거리다가 한계점이 지나면 ‘푸’하고 숨을 몰아쉬는 것을 말한다.
수면무호흡증…돌연사의 위험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수면시간당 5회 이상이면 수면무호흡 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 횟수가 20회가 넘으면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증, 수면 중 사망 등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코골이를 예방하려면 과음, 과로를 피하고 체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 특히 술은 최소한 수면 3~4시간 전에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옆으로 누워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면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수면제를 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수면의 양을 늘릴 뿐 질은 저하시키는 행위이다.
불면증을 누구나 겪는 가벼운 감기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수면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약물 치료,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
인생의 3/1을 차지하는 잠을 통해 나머지 3/2의 일상생활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은정 기자 (apple@asiaeconomy.co.kr)
| ●숙면을 위한 TIP 10 ● 낮잠은 기상 8시간 후 10분 정도만 1. 낮잠은 불면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심하게 졸린 경우는 아침기상 8시간 후에 10~15분 정도로 낮잠을 제한한다. 2.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을 일정하게 한다. 8시간으로 정하면 그 이상 잠자리에 누워있지 않는다. 3.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발가락, 발목, 허벅지 등의 근육을 손으로 풀어주는 것이 좋다. 4.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이내에 약 30분간 더운물에 목욕을 하며 체온을 2도가량 올린다. 따뜻한 물이나 보리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5.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게 한다. 지난밤 늦게 잠에 들었다고 해서 늦게 일어나는 행동은 생체시계의 원할한 작동을 방해해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깨뜨린다. 6. 자다 깼을 경우 밝은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조그만 백열등을 이용한다. 7. 아침에 기상한 후 30분 이내에 햇빛에 노출되도록 한다. 8. 저녁 7시 이후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완전히 끊으면 더욱 좋다. 9.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이내에는 많이 먹거나 마시지 않는다. 너무 배가 고파 잠을 못 잘 경우에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이 도움이 될 수 있다. 10. 수면제는 수면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최소 용량만 복용하는 것이 좋다. <조언 :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홍승봉 교수> |
| ●Interview | 홍승봉 성균관대학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하루밤 꼬박 세우면 음주측정 0.1%와 같아” “하루밤을 꼬박 세우고 운전을 하는 것은 음주 0.1%(면허 취소) 상태와 같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경찰이 음주운전 뿐 아니라 수면 부족상태에서 운전하는 것도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술을 안먹었을 뿐이지 수면부족상태에서의 운전은 만취상태와 같이 위험천만하다는 것. 이어 “우리나라 고3 학생들이 운전을 안 하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유치원생부터 전 연령층의 국민이 수면부족에 빠져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학생들을 만취상태와 같은 극심한 상태로 내모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성인은 7시간 30분, 중고등학생은 8시간, 초등학생은 9시간은 자야 업무·학습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수면의학계의 정설이다. 이보다 적게 잘 경우 비만, 심폐질환 등의 합병증이 야기될 수 있다. 실제로 하버드 연구소에서 잠과 기억력에 대해 연구한 결과 아침에 배우고 저녁에 재학습한 사람보다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재학습한 사람의 숙련도가 40~50%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충분한 수면이 지식과 숙련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홍 교수는 “미친 소가 국민들에 있어 최대 관심사지만 시험경쟁에 이기는데 몰두하고 있는 부모들과 이를 방관하는 교육당국도 문제”라며 “차라리 통금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홍 교수는 “새벽까지 공부하고 학교 수업시간에 조는 생활을 반복하는 학생들은 ‘수면위상지연증후군’에 시달리다 못해 휴학하거나 심지어 자퇴하는 경우도 상당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홍 교수는 기자에게 “날씬한 미녀가 되고 싶으세요? 그럼 많이 주무세요”라며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식욕을 촉진시키는 호르몬 ‘그렐린’의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비만이 되기 쉽다. 홍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개원 초기 2주 동안 2시간씩 자면서 일할 당시 연구실에서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 쓰러졌다”며 “그당시 하반신이 마비될 것 같은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응급 MRI를 찍었는데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극심한 피로에 허리 근육의 긴장이 갑자기 풀리면서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져 척추신경이 눌린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수면부족이 야기하는 위험성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이어 그는 환자들의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수면부족 상태를 체험하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일주일에 1~2회 불면증을 겪는 사람은 15~20% 정도, 불면증 환자는 5~10%에 달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불면증에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불면증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검사·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수면무호흡증 검사와 치료 모두 보험적용이 된다. 국가가 나서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만큼 중요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검사는 물론 상기도 양압기치료도 보험 적용이 안돼 수면무호흡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힘들어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국가가 나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면 나라가 조용해질 것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요즘 사람들이 짜증을 쉽게 내고 잘 싸우는 것도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한 것에서 비롯한다”라고 설명했다. 불면증 치료법에 대해 그는 “잠이 안 온다고 잠들려고 노력하거나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수면제 없이는 잠들 수 없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며 “세상에 습관성이 안 되는 수면제는 없다”고 경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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