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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눈물 참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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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8-08-18
뉴스메이커

[특집]애써 눈물 참지 마세요

기사입력 2008-08-14 11:03 기사원문보기
울고 싶을 때 울면 각종 질환 발병 위험성 줄어

감정에 따라 흘리는 눈물에는 카테콜아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훨씬 많이 포함돼 있다. 사진은 지난해 제16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한 남매가 만나 얼싸안고 통곡하는 모습. <경향신문>
살아가면서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남 앞에서 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한국 남성의 경우 대다수가 눈물을 보이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여긴다. 사나이는 울어선 안 된다는 얘기를 어려서부터 들어왔기 때문이다. 속상한 일이 생겨도, 분노가 치밀어도, 남자들은 애써 눈물을 참는다. 그러다 보니,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울음을 참기만 한 오랜 습관 때문에 막상 울려고 하면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울음은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직후 가장 먼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언어 수단이다. 모든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울음을 터뜨린다. 아직 말을 배우지 못한 아기는 배고플 때, 아플 때, 졸릴 때, 짜증날 때에도 우는 것으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낸다.

스트레스 호르몬 밖으로 배출 눈물이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를 처음 제시한 사람은 미국의 윌리엄 프레이 박사다. 1977년 그는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연구하다 눈물의 해독작용을 밝혀내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감정적인 눈물과 양파 자극으로 흘린 눈물의 화학 성분이 다르다는 것도 알아냈다.

눈물은 수분과 나트륨, 라이소자임, 글로불린, 스트레스 호르몬, 망간 등 여러 효소와 항체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같은 눈물이라도 양파를 이용해 자극하여 나온 눈물이냐, 감정에 따라 흘리는 눈물이냐에 따라 그 배출경로가 다르다. 자극을 받아 흘리는 눈물은 뇌관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나오는 데 비해, 감정에 복받쳐 흘리는 눈물은 대뇌의 전두엽에서 뇌관으로 신호를 보내고, 그것을 받은 뇌관에서 눈물을 내보낸다. 즉 자극에 의한 눈물보다 감정에 의한 눈물은 전두엽이라는 한 단계를 더 거치는 것이다.

또 감정적 눈물과 자극으로 흘린 눈물은 성분에도 차이가 있다. 감정에 의해 흘리는 눈물에는 카테콜아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훨씬 많이 포함돼 있다. 이는 곧 눈물을 흘림으로써 스트레스 호르몬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스트레스를 받은 뇌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부신에서 만들어진 카테콜아민은 혈관을 타고 이동해 심장 박동을 촉진한다. 이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몸에 쌓여 있으면 심장을 압박해 심장병과 고혈압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느끼는 대로 울면 심장병, 고혈압, 암 등 각종 질환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혈액순환 잘되고 폐활량도 증가

울음은 인간이 태어나 가장 먼저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이다. 사진은 세상에 태어나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 <경향신문>
일본 토호 대학의 아리타 히데오 교수는 “목 놓아 우는 것은 뇌를 다시 한 번 초기 상대로 되돌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욱 박사는 “울기 전에는 스트레스로 억압된 상태였지만 울다 보면 분노가 눈물에 씻겨져 나가 감정이 크게 희석된다”면서 “눈물을 흘리고 난 후에는 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크게 줄어드는데, 이 두 호르몬이 줄어들면 부교감신경이 확장되고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크게 증가한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또 “눈물을 흘릴 때 우리 몸은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씩씩해지기 때문에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고 빨라져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세밀하게 뻗어 있는 모세혈관이 기지개를 펴는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처음에는 모세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올라가지만 눈물을 흘린 후에는 마음이 차분해져 혈압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울음은 폐활량의 증가도 불러와 몸이 많은 산소를 받아들이도록 한다. 또 호흡량이 늘어나고, 면역과 관계가 있는 림프계에서는 림프의 순환이 촉진한다. 면역력이 증가하면 엔도르핀, 엔케팔린, 세로토닌과 같은 우리 몸에 유용한 호르몬이 분비된다. 엔도르핀은 웃거나 기분이 좋을 때 생성되는 호르몬이고, 엔케팔린은 웃을 때 엔도르핀과 함께 나오는 신경 펩티드 호르몬이다. 또 세로토닌은 정서적이거나 감정적인 행위, 수면이나 기억,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이병욱 박사는 “엔도르핀, 엔케팔린, 세로토닌은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와 암세포를 죽이는 세포인 NK세포(Natural Killer Cell)를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눈물이 암을 막아준다는 말은 이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류머티즘 분야의 권위자인 요시노 신이치 교수도 눈물을 흘리는 것이 병을 낫게 한다고 주장한다. 7년 전 자신이 치료한 류머티즘 환자 20명에게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고 눈물을 흘리게 한 다음 신체 변화를 살피는 임상 실험을 한 결과 류머티즘 통증 원인 중 하나의 특정물질이 실험 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웃음과 함께 울음치료를 하고 있다.

또 영국의 의학자들은 몇 해 전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 이후 영국의 심리상담소로 상담을 받으러 찾아오는 사람이 절반으로 줄어든 사실에 주목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사망하자 영국은 큰 슬픔에 빠졌고 장례식 과정을 TV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이것이 영국인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켰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두고 ‘다이애나 이펙트(Diana Effect)’ ‘다이애나 베너핏(Diana Benefit)’, ‘다이애나 신드롬(Diana Syndrome)’라고 부른다.

이처럼 울음의 효과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유익하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로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울음치료의 효과를 믿는 의학자와 심리학자 들이 이구동성으로 울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실컷 펑펑 울라고 조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뉴스메이커

[특집]어떻게 울어야 하나

기사입력 2008-08-14 11:03 기사원문보기
힘든 기억 떠올리며 남김없이 쏟아야… 기쁨과 감사의 눈물도 효과

서로 포옹하고 위로하며 눈물을 흘리는 환자와 배우자. <대암클리닉 제공>
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미스틱 로즈’ 명상법을 개발한 인도의 철학자 고(故) 오쇼 라즈니쉬는 며칠간 이유 없이 웃은 다음 또 며칠간 이유 없이 울라고 했다.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지 말고, 울음이 그치려고 할 때마다 ‘야부(Yaa-Boo)’라고 외치라고 조언했다. 이 소리가 웃음과 눈물을 남김없이 끌어내 깨끗하게 청소하는 방편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인간은 다시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물론 우는 동안 조금이라도 웃어선 안 된다고 한다.

감정이 들어간 눈물은 양파 등의 자극으로 흘리는 눈물보다 카테콜아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되도록 감정이 밴 눈물을 흘리는 게 좋다. 엔돌핀연구소, 베스티안 병원의 웃음&울음 치료 강사들은 울음요법을 실천하면서 ‘그동안 가장 나를 힘들게 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라’고 주문한다.

세계를 감동시킨 ‘생명을 구하는 포옹’ 암 전문의 이병욱 박사는 ‘7무’에 따라 울라고 제안했다. ‘무조건’ ‘무차별적으로’ ‘무시로’ ‘무수히’ ‘무릎을 꿇고’ ‘무안을 당하더라도’ ‘무엇보다 먼저’ 울라는 것이다. 화가 나거나 울컥하는 그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울고, 소리를 지르든 가슴을 치든 데굴데굴 구르든 방법을 가리지 말고 운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시간과 장소를 따지지 말고 울고, 하루에 몇 번이든 운다. 또 무릎을 꿇고 울면 남의 잘못이 아닌 나의 과오가 떠오르기 때문에 겸손한 눈물을 흘릴 수 있다 .

눈물은 고통 속에서만 흘리는 게 아니다. 기쁨과 감사의 눈물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인큐베이터의 카이리(오른쪽)와 브리엘 자매.
서로의 심장과 심장을 맞대는 포옹 등 따뜻한 스킨십도 심신을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995년 태어난 카이리와 브리엘의 이야기는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그들의 사진과 함께 전 세계로 타전됐다. 예정일보다 12주 일찍 태어나 1㎏도 안 되는 조산아로 태어난 쌍둥이 자매인 이들 중 브리엘은 심장에 이상을 안고 있었다. 심장, 신장 등이 통제불능 상태가 돼 브리엘은 죽기 직전 상황이었다. 그런데 선인들의 지혜를 떠올린 간호사 게일의 제안으로 죽어가는 브리엘을 카이리의 인큐베이터에 넣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카이리가 손을 뻗어 브리엘의 어깨를 포옹하듯 안은 것이다. 그러자 브리엘의 심장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혈압과 체온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세계인을 감동시킨 ‘생명을 구하는 포옹(The Rescuing Hug)’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포옹의 마법을 아는 이들은 배우자나 자녀를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을 자주 안아주라고 한다. 서로 눈을 마주보고, 충분히 깊게 안은 다음, “사랑합니다” 또는 “당신이 정말 좋습니다”라고 말하라고 조언한다. 포옹이 끝날 때도 상대방의 눈을 본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미완의 존재. 그런 나를 누군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지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 또한 사랑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용기와 힘이 솟는다. 그뿐 아니라 이 같은 사랑과 긍정의 힘은 만물을 아름답게 보게 하는 원천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자신의 상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 앞에서 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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