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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담배와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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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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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7월 23일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전 회장과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금연을 위해 손을 잡았다. 뉴욕타임스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블룸버그 시장은 니코틴 중독을 ‘세계적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2013년까지 계속될 금연 캠페인을 위해 2억5000만달러(약 2500억원)를 내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2005년에 이미 금연기금으로 1억2500만달러(약 1250억원)를 기부한 바 있다. 함께 캠페인에 참여한 빌 게이츠도 1억25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해 두 사람이 낸 금연 기금만 5억달러(약 5000억원)에 이른다.
지구촌은 지금 담배와 전쟁 중이다. 각국에서 잇달아 시행된 강력한 금연 정책으로 흡연자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처음에 흡연실로 쫓겨났던 애연가들이 점차 거리로, 요즘엔 국경 너머로까지 내몰리는 신세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강력한 흡연 규제가 시작된 곳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지역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 1월 1일부터 실내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기 시작했고 지난 7월에는 대마초가 합법인 나라 네덜란드에서조차 카페 및 바, 레스토랑에서 흡연을 제지하고 나섰다. 비교적 흡연에 관대했던 아시아 지역에서도 금연 열풍이 거세다. 홍콩은 지난해 ‘완전 금연 도시’를 선언했으며 이보다 앞선 2004년에는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부탄 왕국이 담배를 판매조차 할 수 없는 세계 최초의 금연 국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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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의무사령부와 대한의사협회의 금연사업 협력식에서 담배 모형을 격파하는 장병들. photo 조선일보 DB |
담배와의 전쟁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24일 열린 조례규칙심의회에서 공원과 어린이 놀이터, 버스정류장 등을 ‘금연권장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구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은 담배꽁초 투기행위를 단속하고 금연 홍보활동을 실시한다. 관악구에서는 서울시 최초의 금연 아파트가 탄생할 전망이다. 관악구는 8월 중 금연아파트 선포식을 갖고 서울시에 금연아파트 인증도 받아낼 계획이다.
지난 7월 31일,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은 “담뱃갑에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진을 추가하고, 금연구역을 지자체장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는 담뱃갑 경고 문구에 그림 및 사진을 표시하지 않았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금연 지역 내에서 흡연하는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처벌 기준도 제시했다.
이 같은 정부의 규제에 따라 흡연자들은 “나라에서 왜 담배 피는 것까지 참견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공공장소를 제외한 곳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있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실제로 정부가 나서는 금연 정책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지난해 7월 술집과 음식점을 포함한 모든 공공장소에서 전면 금연을 시행한 영국은 법 시행 1년 만에 흡연자와 담배 판매량이 모두 크게 줄어들었다고 영국의 한 일간지가 보도했다. 영국 암연구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금연법 시행 이후 40만명 이상이 담배를 끊은 것으로 추정되며 그 결과 앞으로 10년 동안 4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흡연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흡연가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금연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직장인들은 “담배 한 대 피우고 일하자”는 상사의 제안을 뿌리치기 힘들고 잦은 술자리와 회식 탓에 흡연 욕구를 참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금연 하겠다고 큰소리 쳤다가도 ‘담배 권하는 사회’ 탓에 포기하고 만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담배의 유혹, 어떻게 물리쳐야 할까? 지난해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조사 결과 남성 흡연자 10명 중 7명은 “아내와 자녀의 응원이 금연 성공의 열쇠”라고 답했다. 담배와의 싸움은 가족의 응원이 있어야 쉬워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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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에서 펼쳐진 간접흡연 방지 캠페인. photo AFP |
최근에는 의사들도 금연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흡연은 생활 습관이 아니라 니코틴 중독 질환”이라면서 “특히 금연에 여러 번 실패한 사람이라면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약물을 처방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질병관리본부(The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조사에 따르면 의사로부터 상담 받은 경험이 있는 흡연자의 비율이 72%에 달한다. 캐나다 흡연 동향 설문조사(CTUMS)에서는 흡연자 중 71%가 의사로부터 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절반은 의사의 도움으로 담배를 끊었거나 줄였다고 답했다. ‘금연은 치료를 받아야 할 질환’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담배를 갑자기 끊는 것보다 자신의 흡연량과 흡연습관에 맞춰 금연보조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특히 금연보조제로 널리 쓰이는 니코틴 대체 제제는 담배 중 몸에 해로운 타르, 일산화탄소는 빼고 니코틴만 몸에 흡수시켜 금단증상을 줄여 준다. 최근에는 ‘챔픽스’처럼 흡연욕구와 금단증상을 모두 줄여주는 먹는 금연치료 보조약물도 나왔다. 이 제품은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니코틴 대신 특수 물질을 뇌의 수용체에 부분적으로 결합시켜 흡연 욕구를 줄이고 금단증상을 막는다.
세계질병분류기호(ICD)는 흡연이 담배로 인한 정신·행동적 장애라고 정의했고, 미국 FDA는 담배의 성분인 니코틴을 규제해야 할 중독성 마약으로 규정했다. 이와 더불어 흡연을 더 이상 개인의 기호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미 흡연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금연 치료에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흡연을 방치했을 때 국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손상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금연 치료에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관계자는 “흡연은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며 간접흡연으로도 여러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금연 치료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문가와 상담 받고 전문의약품을 복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정부가 보조해주면 금연 시도자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금연 관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의료보험도 함께 적용한다면 흡연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심선혜 기자 fres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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