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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과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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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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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칼럼>연쇄 살인과 '사이코패스' |
최근 밝혀진 강호순 연쇄 살인 사건으로 우리 나라의 모든 미디어가 연일 기사를 토해 내고 있다. 많은 사람의 안까운 생명들이 희생돼 통탄스럽고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더욱이 연쇄 살인범으로 밝혀진 강호순은 주변 사람들에게 훤칠한 마스크에 성실하고 친절한 청년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모든 국민들은 더더욱 혼란과 충격에 빠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기사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나와 '강호순은 사이코패스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다', '충동조절장애자다' 등의 여러 주장들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가장 혼동이 되는 개념인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사이코패스'의 차이를 알아보자.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의하면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진단 기준은 규범의 위반, 타인에 대한 학대와 공격, 절도, 사기와 같은 범법 행위들과 더불어 충동성, 공격성, 자책의 결여, 무책임감 등으로 기술돼 있다.
따라서 대다수의 범죄자, 전과자들이 이러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에 해당될 수가 있다. 이렇듯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란 주로 범죄 행위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이러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은 현재 감옥에 수감되어 있거나 전과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전과 8범이며 살인범인 강호순도 명백히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의 기준에 정확히 부합된다.
그럼 사이코패스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사이코패스를 연쇄살인범이나 잔혹한 살인마를 부를 때 사용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의 개념은 오히려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개념을 포함한 훨씬 폭넓은 개념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따라서 강호순처럼 잔혹한 살인마도 사이코패스라 부를 수 있고 우리 주변에서 준법과 위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면서도 감옥에 들락거리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포함될 수가 있는 것이다.
결국 강호순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이면서 동시에 사이코패스도 될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강호순과 같이 머리 회전이 빠르고 언변이 뛰어나며 첫인상도 좋은 경우도 많다. 영화에서 보는 범죄자와는 완전히 다른, 외관상 보통 사람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매우 매력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남을 착취하는데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 있으며, 거짓말을 잘한다. 또한 말바꾸기의 천재이며 모순된 말을 해놓고도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못한다.
'책을 써서 인세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다'와 같은 모순적인 말을 구사하고도 스스로 어색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여자를 유혹하겠다'와 같은 목표가 정해지면 목표를 위해 거짓말을 포함한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죄를 짓고도 양심에 전혀 가책을 받지 않는게 특징이다.
강호순의 예를 들면 살인을 저질러 놓고도 괴롭다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이 죄를 짓게 되면 흔히 나타나는 불안감, 안절부절, 죄책감, 악몽 등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수 차례의 살인을 계속 저지를 수가 있는 것이고 범행도 매우 차분하고 냉정한 상태에서 치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강호순은 분명히 정신병 환자가 아니다. 현실판단력도 있으며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가도 정확히 알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죄가 된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다.
과거 유영철의 경우 사회와 여성에 대한 반감에 의해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고 강호순의 경우 여성에 대한 비정상적 성적 관심이 더 두드러지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같은 사이코패스로 볼 수 있다.
둘 다 연약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했고 범죄를 위한 치밀한 계획과 냉정함을 가졌으며 공감능력의 상실, 살인에 대한 무죄책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의 원인은 생물학적인 면과 환경적인 면을 같이 생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범죄자들의 뇌를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연구들에서 공통적인 결과들은 사이코패스의 뇌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MRI나 CT에서 발견될 정도는 아니지만 정밀한 뇌영상 기법 예를 들면 PET나 fMRI 등을 통해 관찰하면, 전두엽이나 감정 조절과 관련이 많은 편도체에서 기능 이상을 보인다.
전두엽은 특히 충동을 조절하고 이성적 판단, 사고 능력과 관계가 있는 부위이다. 사이코패스의 전두엽에는 대사 작용이 현저히 감소돼 있다는 보고들이 많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들은 편도체의 활성도가 매우 낮다. 즉 사이코패스들은 살인을 하고도 매우 침착할 수가 있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뇌 영상을 근거로 법정에서 살인자들을 변호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이 받아 들여지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유는 사이코패스의 경우 현실 판단력이 비교적 온전하기 때문에 정신병이 아니고 살인과 같은 자신의 행동이 죄가 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뇌 기능에 이상이 있다고 해서 그 죄가 용서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많은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책임을 사이코패스에게만 모두 돌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이코패스의 뇌이상 원인이 어린 시절의 학대 혹은 결핍된 양육 환경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강호순의 경우 신문 등에서 재산도 어느 정도 있고 비교적 유복하게 자란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추측컨대 분명히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 확실하다.
어린 시절 특히 출생 이후부터 6세까지 맺은 주 양육자와의 관계가 평생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가족간에 불화가 있고 심지어 학대나 방치를 당한다면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없다.
강호순이 여성들을 폭행하고 잘못된 여성관을 가졌으며 살인까지 저지른 것이 태어나면서 타고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이러한 흉악 범죄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하겠다.
첫째로 가정 폭력이나 아동 학대 혹은 아동 성학대 등에 대한 강력한 대책과 관리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성폭력이나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사후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강호순도 이전에 절도와 성폭력에 관련된 전과가 있었다.
복역을 하면 교도소에서 출소하여 바로 사회에 복귀하는 우리 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전과가 있는 사이코패스의 경우 형 집행 이후에도 치료감호소에 입소해 주기적으로 평가를 하고 여기에 합격을 해야 사회에 복귀시킨다.
우리 나라도 이러한 관리 체계의 도입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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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과 박영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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