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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치매 돌보미로 나선 구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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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2-17
중앙일보

어르신 치매 돌보미로 나선 구청들

기사입력 2009-02-17 01:28 |최종수정2009-02-17 01:56 기사원문보기


[중앙일보 김경진.김상선] “장을 보러 나서면서 남편을 집안에 가둬놓을 때마다 죄를 짓는 것만 같아요. 남편을 저렇게 둬선 안 된다 싶어 요양센터를 찾았는데 막상 떨어져 지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무너져요. 같이 죽고 싶단 생각밖엔 안 들더군요.”

지난해 5월 20일 서울 성산동 서부노인전문 요양센터. 특수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 박현석(70·가명)씨의 입소를 앞두고 강선영(70·가명)씨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남편은 아무것도 모른 채 강씨의 옷자락만 잡고 따라다녔다.

박씨에게 치매 증상이 처음 나타난 건 2000년. 당시 박씨는 고등학교 교장이었다. 그런 박씨가 갑자기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학교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급속도로 기억력이 감퇴했고 말을 듣지도 하지도 못하게 됐다. 이식증(異食症)이 있어 비누·치약 등 손에 잡히는 건 죄다 입으로 가져갔다. 남편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강씨는 결국 요양센터에 남편을 맡기기로 결심했다.

그로부터 7개월 후인 15일. 강씨는 남편과 함께 요양원의 예배당에서 함께 주말기도를 드렸다. 강씨는 “처음에는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뿐이었으나 이제는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한 달에 56만원을 내면 노인전문 요양센터에서 식사·목욕을 시켜주고 운동치료까지 해주는 등 24시간 돌봐준다. 환자 2.5명당 복지사가 1명 배치돼 있다.

◆입소는 하늘의 별따기=그러나 시립 노인전문 요양센터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시의 치매 환자는 8660여 명. 노인병원(한 달에 150만~200만원)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가족적인 분위기 때문에 환자나 가족들이 요양시설을 선호한다.

그러나 서울 시내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은 시립 9곳(1325명), 구립 8곳(385명) 등 17곳뿐이다. 그나마 기초수급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전문요양원 7곳을 빼면 일반 요양 1~2등급 환자가 실비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10곳이 전부다. 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도 현재 입소를 기다리는 사람이 340여 명이나 된다. 하지만 대부분 장기 입원하는 환자이기 때문에 빈자리가 좀체 나지 않는다. 이교선 사무국장은 “사망이나 병세가 심해져 요양병원으로 옮겨가는 사람은 한 달에 5명 내외다. 이 경우를 제외하곤 빈자리 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100병상 규모인 도봉실버센터도 대기인원이 수용 인원의 두 배인 200여 명이다. 자리가 나려면 6~ 9개월 기다려야 한다. 안정희 사무국장은 “장기요양보험 제도로 본인부담금이 줄면서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환자의 가족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기 때문에 도심 지역 시설에 대기인원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주민 인식도 변해”=기초자치단체들이 치매·뇌졸중 등 노인성 질환자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초구는 18일 서울시인재개발원 근처에서 서초노인전문요양원 기공식을 연다. 200병상(연면적 5703㎡) 규모의 노인 전문요양원으로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에 물리 치료실, 운동 치료실, 요양실, 기계 욕실 등을 갖출 예정이다. 총사업비 169억원으로 2010년 개관 예정이다.

서초구청 강종택 사회복지과장은 “요양시설이 기피시설이란 주민 인식 때문에 지자체가 대규모로 짓는 것을 주저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치매 환자 가족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런 인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10월 장지동에 송파노인전문요양센터(가칭)를 개원한다.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연면적 7153㎡)로 1~2층엔 '소규모 노인복지센터'를 3~5층엔 130병상 규모의 요양시설을 만든다. 이 밖에 서대문구는 8월 홍은동에 서대문노인요양센터를, 금천구는 2010년에 금천실버센터(시흥2동)를 완공할 예정이다. 강북구는 2011년 10월 미아동에 노인복합단지(가칭)를 세울 계획이다. 

김경진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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