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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다리가 찌릿찌릿, 그거 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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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의 수면 비타민] 밤마다 다리가 찌릿찌릿, 그거 병이에요

기사입력 2009-02-27 03:45 기사원문보기
[중앙일보] 60세의 여성이 매일 밤마다 다리가 저려 잠을 못 잔다고 수면클리닉을 찾았다. 25세 첫 임신을 했을 때 양측 다리저림이 시작됐고, 이후 두 아이를 더 출산하면서 증상이 심해졌다. 주변에선 출산 후 몸관리를 못한 산후풍이라고 했다. 10년 전 정형외과에서 허리 디스크 수술까지 받은 이 환자는 매일 밤 잠을 취하는 데 서너 시간이 걸릴 정도로 전형적인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였다.

하지불안증후군 수면장애는 전 국민의 7.5%로 흔한 질병이다. 다리를 가만히 두거나 취침에 들 때쯤이면 다리가 저린다. 반면 움직이거나 스트레칭을 하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진다. 하지만 아직 이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치료받은 환자는 전체의 15% 정도밖에 안 된다. 이 환자도 35년간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다.

저녁 때 또는 침대에서 다리에 불편한 이상감각이 생겼다가 움직이면 증상이 사라진다면 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이 질환의 절반은 유전이며, 나머지 절반은 디스크나 당뇨로 인한 말초신경증·하지정맥류·요독증·빈혈 등의 질병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증상을 통해 진단한다. 객관적인 진단검사 방법이 아직 없다. 이 때문에 하지불안증후군이 실제 있는 질병인지를 의심하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 여성처럼 출산 후 다리 저림이 발생하면 산후풍이나 신경통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뇌의 도파민 생성 과정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철분은 도파민의 전구물질인 레보도파를 도파민으로 변환시키는 효소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하다. 따라서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서 하지불안증후군이 2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임신 중 빈혈이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하지불안증후군이 촉발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부분 출산 후에 식사를 잘하면 다리 저림이 없어지지만 가족력이 있는 유전성 환자는 임산과 출산 중에 시작한 하지불안증후군이 계속 반복되며 더욱 심해진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발과 다리 마사지·족욕·걷기·스트레칭·체조 등 가벼운 운동이나 비타민 E·칼슘·마그네슘 섭취를 하면 많이 호전될 수 있다. 어떤 환자는 매일 족욕을 2시간 정도 해야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환자는 매일 밤 거실을 한두 시간 이상 서성거린다고 했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도 많다. 심한 스트레스나 과도한 운동을 한 날 밤에는 다리 저림이 심하게 나타난다. 또 커피·담배·술에 의해서도 악화될 수 있다. 말초신경증이나 우울증 등에 사용하는 항우울증약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대증요법에도 다리 저림이 호전되지 않으면 도파민 제제를 투여한다. 효과는 매우 신속해 어떤 환자는 수십 년 고생했는데 너무 쉽게 증상이 좋아져 허탈하다고 한 적도 있다. 정확한 진단을 받으면 하지불안증후군은 결코 난치병이 아니다.

신원철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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