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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도 설문조사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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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닥터칼럼]인격도 설문조사가 되나요?

기사입력 2009-02-25 10:20 기사원문보기
김의중 을지대 을지병원 정신과 교수

얼마 전에 기자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소위 ‘사이코패스’를 판정하는 설문지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기자는 “설문지를 작성한 사람들 대부분이 사이코패스로 판정되는데, 대체 믿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필자의 대답은 “노(No)”였다. 대체 어떻게 사람 인격을 설문지 하나로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사이코패스라는 정체불명의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정신과 의사가 모르는 말이다. 인문학이나 다른 학문 영역에서 쓰는 말이라면 무지를 용서하기 바란다. 정신과에서는 사회 규칙을 무시하고 별다른 가책 없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범죄자를 반사회적 인격자라고 한다.

끔찍한 연쇄살인범을 보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반사회적 심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또 사회적 관심 덕분(?)에 사람들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범죄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경찰력을 늘려야 한다거나 감시 카메라 수를 증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 반사회적 성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사회적 논의도 간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관심과 대책이 단발성으로 흐르는 데 있다. 대개의 정신병적인 증상은 상황에 따라 심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는 등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성격적 특성에 따른 증상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도 아니고 금방 변하는 것도 아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보면 유치원 나이 이전에 성격의 근간이 형성된다. 물론 이후에도 변화가 계속되지만 기본적인 특징은 이 시기까지의 양육자와 아이 사이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그것이 평생의 대인관계와 성격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나 우리 가정은 이런 중요한 시기의 양육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

대가족 제도는 붕괴됐고 젊은 부모는 아이를 잘 돌보기보다는 생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조기 영어교육에는 관심이 많아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고 여기면서도 정작 아이가 이 세상을 사는 데 중요한 정서교류의 틀을 마련하는 데는 관심 밖이다. 설문지 하나로 반사회적 성격을 판별하고, 감시 카메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얄팍한’ 관심과 처방만 난무해서는 결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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