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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Health & Life] 전인화·이주실·윤무부…그들은 건강전도사

기사입력 2009-03-03 16:23 기사원문보기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이 의료계에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불과 며칠 만에 복지부 직원1700명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사후 장기이식'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대한장기이식학회는 김 추기경이 선종한 2월 26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 유명인사 행동이 사회 전체를 건강한 방향으로 이끄는 촉매제 구실을 한 것이다.

의료계도 이미 이런 효과를 알고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연예인 또는 유명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있다.

준거집단인 연예인 치료 소식을 알림으로써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연예인 등이 관련되면 아무래도 더 주목을 받는다"면서 "병원 홍보 목적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해당 질환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가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병원 홍보대사들은 병원 홍보보다는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증질환이나 건강검진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 건강검진 전도사 전인화 "한 사람에게라도 희망됐으면"

= 분당서울대병원 홍보대사인 탤런트 전인화 씨는 '건강검진 전파사' 노릇을 자청한다.

전씨가 홍보대사로 나선 배경을 보면 이해가 간다. 그녀가 이 병원과 인연이 닿은 것은 어머니 덕분(?)이다. 심장이 좋이 않았던 전씨 어머니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인공 심장박동기를 이식받았다. "평소 건강검진만 제대로 받았다면 이런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건강검진이 활성화했으면 합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제가 전하는 메시지가 건강을 지키는 희망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그녀는 30대와 40대 이후 중년층 건강검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시기는 본격적인 만성질병이 시작되는 초기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방간이나 혈당, 콜레스테롤 상승 등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방치하면 암이나 심장질환, 심혈관질환 등 심각한 병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특별한 자가 증상이 없어 발견하기 힘들다. 이 시점에서 건강검진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한다.

50ㆍ60대 장년층은 건강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질병에 노출돼 있다고 보면 된다. 암ㆍ뇌혈관 질환ㆍ심혈관 질환 발생빈도와 사망률이 최고에 달하는 시기다. 암과 뇌졸중 등에 대한 정밀 검사가 요구된다. 또한 이 연령층들은 대부분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병을 갖고 있고 여성들은 폐경까지 겹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 중증질환 경험자들의 이유 있는 호통

= 특정 질환을 경험한 유명인들이 홍보대사로 나서는 사례도 있다. 연극배우 이주실 씨(국가암정보센터 홍보대사)가 대표적이다. 1993년 유방암 판정을 받았던 이씨는 투병 끝에 암을 이겨낸 인물로 유명하다. 2006년부터 '일일 암 상담요원' 등 활동을 펼치면서 지금은 암 상담자 노릇도 충실히 하고 있다.

이주실 씨는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어 시작했다"면서 "암을 두려움의 존재가 아닌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자신이 앓고 있는 암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대처해 나가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 "암 환자들은 절망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왕좌왕하기 쉽다"며 "간혹 그러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있는데 전문가 상담을 통해 과학적인 정보와 올바른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언했다.

'순돌이 아빠'라는 별명으로 친숙한 탤런트 임현식 씨는 건강보험공단과 화순전남대병원 암센터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임씨는 부인을 폐암으로 잃은 아픈 경험이 있다. 국가암조기검진사업 공익광고에 출연하는 등 암 예방을 위해 활동을 왕성하게 해오고 있다. 건보공단 등에 따르면 한국인에게 주로 발병하는 암인 위암, 폐암, 간암, 갑상샘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등은 40대 이후 중년부터 매년 검진을 받아야 한다.

새 박사로 유명한 윤무부 경희대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홍보대사는 아니지만 뇌졸중 알림이 노릇을 톡톡히 한 인물이다. 술과 담배도 하지 않는 그가 뇌혈관이 막혀 쓰러지자 일반인들이 뇌졸중(뇌경색)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된 것.

윤 박사는 "새(자연)를 가까이 하고 있었고 생활습관도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쓰러졌으니 주변은 물론 나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면서 "나이가 들면 쉽게 찾아오는 병에 대해서는 언제나 관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일반인과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이 건강에 대한 사회 인식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중년으로 넘어가면 긴장하라고 강조한다. 면역력이 약해져 생명에 치명타를 가할 질환들이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질환은 역시 40ㆍ50대 사망 원인 1순위인 암이다. 또한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에 의한 돌연사 역시 조심해야 한다. 이 밖에도 수면장애에 의한 무호흡증,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 등도 극복해야 할 중요한 존재다.

◆연예인 홍보대사 활성화 걸림돌은?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건강전도사로 나서는 것은 해당기관(병원, 학회, 제약사)이나 일반인들에게 모두 이익이 된다. 기관들은 자신들 정책이나 상품을 홍보하는 매개체가 되고 일반인은 본인 건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예인 홍보대사' 활동이 계획했던 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기관들은 적합한 인물을 섭외하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모 대학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연예인 중에서도 병원이나 질환에 직접 관련이 있어야 열심히 활동한다. 그런데 이런 인물들은 러브콜을 보내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본인의 안 좋은 부분을 알리고 싶지 않은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 건강의식 향상을 위한 사회 활동이라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홍보 대사 위촉이 있던 날 본 것이 다다. 지금까지 수년이 지났지만 홍보팀에서도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다"며 "그저 문서에만 있는 홍보대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연예인들은 기관들 기획 의도와 일정 등에 불만을 토로한다. 가수 A씨는 "기관들이 자신들 주요 행사 때 참여할 것을 주로 요구하고 있다. 행사 자체만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 같다"면서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장기적인 기획을 세워 연예인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탤런트 B씨도 "공익적인 활동은 연예인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반긴다. 하지만 기관들이 행사 일정을 미리 고정시키기 때문에 스케줄이 맞지 않아 함께 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연예인들 책임만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mk헬스 = 진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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