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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인식변화 ´절실´, 진료 원스톱 체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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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3-03
노컷뉴스

본인도 모르게 에이즈 감염…확산되는 피해

기사입력 2009-02-17 09:25 |최종수정2009-02-17 09:38 기사원문보기


[부산CBS 기획보도②] 구멍뚫린 에이즈관리체계

[부산CBS 장규석 기자/김혜경 기자/ 박종관 기자] 부산CBS는 변변한 치료도 제대로 못 받아보고 사망한 한 에이즈 환자의 사연(16일 보도/아래 관련기사 참조)을 소개했다. 취재진이 환자와 함께 살았던 여성들을 수소문해보니 이들도 면역결핍(HIV)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됐거나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이즈 관리체계의 실태를 고발하는 기획보도 두번째로 속수무책으로 확산되고 있는 2차 감염피해를 보도한다.[편집자 주]

정작 자신은 감염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보건당국의 기록에는 없었던 에이즈 환자 김 모(45)씨. 국가의 에이즈 관리체계에서 소외돼 있던 김 씨는 결국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지난달 숨졌지만, 그 파장은 오히려 커져만 가고 있다.

김 씨가 감염자로 지냈던 최소 10년 동안 생활을 했던 대,여섯명들의 동거녀들 또한 감염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씨가 숨지기 직전까지 함께 살았던 K여인은 김 씨가 숨지기 직전 뒤늦게 에이즈 검사를 받았고, 검진결과 이미 HIV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소 관계자는 "함께 살았던 여성을 불러 검진을 받도록 해보니 양성반응이 나왔다"며 감염사실을 확인해줬다.

◈본인도 병원도 감염사실 몰라...수개월채 일반병동서 치료

취재진은 또 K씨에 앞서 김 씨와 7년을 함께 지냈다는 L씨 또한 소재를 찾아냈다. L씨는 현재 골수염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로 부산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L씨의 하반신 마비증상은 면역결핍증으로 인한 합병증일 가능성이 높지만, L씨는 김 씨가 에이즈로 숨졌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고, 자신이 갑자기 왜 아픈지도 모른채 병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L씨가 입원한 병원 의료진들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치료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병원에서도 감염의심자가 아니면 HIV검사가 제외된 일반 피검사만 실시한다. 병원관계자는 "보호자도 없고 하다보니 그런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며 L씨의 감염가능성에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L씨는 이 병원 7인실에서 몇 개월동안 일반환자처럼 치료를 받아왔다. 현재 병원 측은 L씨에 대한 검진을 실시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감염자로 판명될 경우 이 병원은 L씨를 일반병동에서 수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없이 치료해 온 셈이 된다.

◈김 씨 동거녀들 다른 남자와도 동거생활, 유흥업소 취업하기도

이처럼 김 씨가 감염인이었는지도 모르고 함께 살았던 여성들이 김 씨 지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대,여섯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에 따르면 앞서 K씨와 L씨의 경우 김 씨와 동거한 뒤 또 다른 남자들과 동거한 사실이 있고, 김 씨의 동거녀들 중에는 유흥주점에 음성적으로 취업한 여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지인인 Y씨는 "실제로 김 씨의 감염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김 씨의 동거녀들과 함께 살았던 적이 있는 사람 몇몇은 보건소로 달려가 직접 검진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확인한 K씨와 L씨 외에 다른 동거녀들도 감염됐을 가능성은 높지만, 이들은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어 누구에게 어느선까지 에이즈가 감염됐는지 가늠이 안되는 상황이다.

◈감염판정 받아도 배우자에게 못 알려..강제조치조항도 유명무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상 감염인으로 진단을 받은 뒤 등록을 하게 되면, 감염인은 동거인과의 성관계 등에 대한 진술을 받게 된다.

하지만 법은 철저하게 감염인의 정보를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본인이 거부하면 동거인에게 감염사실을 알릴 수도 없고 2차 감염여부에 대한 조사도 할 수 없다.

다만, 다른사람에게 고의로 감염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이면 보건소장 직권으로 강제적인 치료와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법에는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로 돼 있어서 실제로는 유명무실한 조항이 돼 버렸다.

보건소 관계자는 "개인 사생활 문제이므로 환자가 알아서 해야하는 것이고, 감염사실을 본인의사를 거슬러 배우자에게 감염사실을 알리거나 강제 치료를 할 경우 감염인 본인이 거세게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며, "굳이 나서서 가정을 파탄낼 수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감염인이 실제로 성관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파악이 되지 않는다.

에이즈 관리업무 담당자가 각 보건소마다 한 사람 밖에 없어 감염인의 진술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잠재적인 감염자에 대한 보건당국의 실질적인 조사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10중 2명은 연락 잘 안닿아.. 드러난 숫자 빙산의 일각

등록된 감염인도 사후지원과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서 보통 감염인 10명 중 2명 정도는 김 씨처럼 거처가 일정하지 않지 않고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김 씨와 그의 동거녀들과 같은 사례가 특히 2차감염 우려가 높지만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보건소 측은 "우리가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경찰도 아닌데 어떻게 숨어있는 사람까지 찾아내겠느냐"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23년동안 누적 감염인 수는 6천명을 넘어섰지만, 김 씨의 동거녀들처럼 자신이 감염됐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까지 감안하면 정부가 내세우는 숫자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hahoi@cbs.co.kr/hkkim@cbs.co.kr/pani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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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에이즈 관리체계…무엇이 문제인가?

기사입력 2009-02-18 09:58 |최종수정2009-02-19 14:00 기사원문보기


[부산CBS 기확보도③] 사후지원보다 감염 확인에 급급, 에이즈 확산 못 막아

[부산CBS 박종관 기자] 에이즈 환자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국가의 에이즈 관리체계는 감염인에 대한 지원보다는 감염과 발병을 확인하는 데만 급급한 형편이다. 에이즈 실태고발 기획보도, 세번째로 현행 에이즈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 에이즈는 전염성 낮은 만성질환의 일종

에이즈는 최근 들어 각종 치료요법이 개발되면서 당뇨ㆍ고혈압 등과 같이 적절하게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 20년 이상 살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됐다.

또 에이즈는 성관계처럼 감염인의 체액이 직접 접촉됐을 경우에만 전염되기 때문에 전염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규 감염인 중에서 감염경로가 밝혀진 459명 모두 성접촉에 의한 감염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에이즈에 대한 지식, 태도 신념 및 행태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에이즈 환자를 사회적으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에이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자칫 절망에 빠지기 쉬운 감염인이 이를 극복하고 2차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체계적인 상담과 치료방법을 안내해 주는 사후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부산시지회 양영철 팀장은 "음성이다, 양성이다 판정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 정작 검사를 하고 난 뒤에 예방법과 생활 태도 등을 자세히 안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 보건소에서 에이즈 환자 관리, 맞춤 지원은 불가능

에이즈는 약제비와 진료비를 전액 국고로 지원받지만 번거로운 절차가 걸림돌이다. 20%에 달하는 건강보험상의 본인부담금을 먼저 지불하고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나중에 환급받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보도에 소개된 에이즈 환자 김모(45) 씨도 일용노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처지에 당장 수십만 원에 달하는 진료비가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관할 보건소에서 구청과 연계해 긴급 구호 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지만, 보건소 담당자 한 명이 많게는 1백 명의 에이즈 환자를 혼자서 관리하고 있는 현 보건체계로는 감염인에 대한 맞춤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게다가 에이즈는 감염인의 보호와 지원을 규정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을 보더라도 관할 지자체장은 타인에게 감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감염인에게 치료 또는 요양을 받도록 권고할 수 있을 뿐이다. 타인에게 감염시킬 우려가 '높을' 경우 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도 있지만 김씨처럼 감염인 본인이 진료를 원치 않으면 구속력을 갖기 어렵다.

◈ 예산 절감시책 여파..에이즈 퇴지단체 운영도 어려워

상황이 이런데도 에이즈 예방 홍보와 감염인 지원을 맡은 대한에이즈예방협회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등 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정부의 일괄적인 예산 절감 시책에 따른 것인데, 일선 단체에서는 상근 인력이 줄면서 일상적인 상담 업무조차 버거운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양 팀장은 "에이즈 환자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자칫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잦다"면서 "단순히 검진소가 아니라 에이즈 환자가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같이 고민하는 상담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팀에 따르면 올해 책정된 에이즈 관련 예산은 모두 76억원 규모로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상승분은 대부분 감염인 진료비에 치중돼 있어 에이즈 예방 홍보 사업과 감염인에 대한 지원사업 예산은 되려 10% 가량 감소했다.

◈ 에이즈 환자 상승세는 주춤, 감염인 지원은 소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국내 HIV 누적 감염인은 모두 6,120명.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전년도보다 7.1% 증가한 797명이 새롭게 HIV 감염인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1년도에 무려 50%에 육박했던 에이즈 환자 증가율은 지난해에는 오히려 0.8%가 감소하는 등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HIV 익명 검사' 도입과 진료비 전액 지원 등 HIV 감염인 증가를 막으려는 정부의 이른바 '총량 규제'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

하지만 에이즈 환자에 대한 세심한 상담과 치료방법 안내 등 일상적인 지원사업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김 씨는 세상에 대한 절망과 자포자기 속에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해 치료도 못 받아보고 외로이 숨졌다. 국가의 에이즈관리체계가 이제는 전체 감염인 숫자를 관리하는 '총량 규제'를 넘어, 2차감염을 막을 수 있도록 감염인 개인에 대한 맞춤지원에 집중할 때라는 지적이다.

◈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을 許하라

지난 2004년 5월에 허가된 새로운 기전의 에이즈치료제 '푸제온'은 4년 여가 지난 올해까지도 에이즈 환자에게 공급되지 않고 있다. 기존의 에이즈치료제(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감염된 세포 내의 HIV의 증식을 막는 것과 달리, 푸제온은 HIV가 면역 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중단하는 효과를 내는 신 개념 치료제다.

하지만 푸제온을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는 약가가 낮다는 이유로 푸제온을 한국에 공급하고 있지 않다. 우리 정부가 지난 2004년 11월에 한병당 24,996원으로 약가를 고시했으나, 로슈는 3만원대의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이후 로슈와 정부는 협상을 지속하고 있으나 좀처럼 타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에이즈 시민단체는 강제실시 조항을 발동해서라도 이 약을 환자들에게 공급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민주노동당 곽정숙 국회의원과 푸제온ㆍ스프라이셀(푸제온과 비슷한 이유로 공급에 차질을 빚었던 백혈병 치료제로 지난해 6월부터 공급이 시작됐다.) 공동행동은 '에이즈 환자의 치료 접근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를 열어 정부의 조속한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 약제의 수가를 결정하는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로슈와의 협상에서 상당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일명 '약가 리펀드(Refund) 제도'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법률적인 검토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약품을 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사와의 협상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푸제온이 조속한 시일 내에 에이즈 환자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약가 리펀드 제도란? 보험 약가를 인하하는 대신 사용량 초과 이익의 일정 부분을 국가에 리베이트 형태로 반납하는 제도. 즉, 공식적인 약가는 다국적 제약사의 요구에 맞게 수용하되,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일정 액수를 되돌려 받게 된다.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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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인식변화 '절실', 진료 원스톱 체제 '시급'

기사입력 2009-02-19 10:18 기사원문보기


[부산CBS 기획보도④]구멍뚫린 에이즈관리체계

[부산CBS 김혜경 기자] 구멍뚫린 에이즈 관리체계에 대한 부산CBS의 보도로 에이즈 환자들의 정확한 실태파악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가능하려면 먼저 에이즈에 대한 국민의 편견부터 바뀌어야 하고, 감염인 지원을 위한 원스톱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이즈 실태 고발 기획 네번째 보도, 에이즈의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어떤 방안이 있는지 알아봤다.[편집자 주]

◈ 국내 에이즈 감염인 규모 파악해야

변변한 치료도 제대로 못 받아보고 사망한 한 에이즈 환자와 이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된 동거녀들의 사연이 소개되자 인터넷 댓글과 게시글을 통해 에이즈 환자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외과의사협회는 최근 선별적 검진방식이 실패했다며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 13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보편적 HIV 검진을 실시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없어져야

하지만 이것이 실현되는 것을 막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에이즈와 감염인에 대한 편견.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에이즈 인식조사를 보면 감염인을 격리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40%가 넘었고 네 명 중 한 명은 가족이라도 추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치료요법 개발로 이제는 만성질환으로 분류된다지만 시민들에게 에이즈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이정순(46.여)씨는 "에이즈는 사생활이 건전하지 못한 성생활을 할때 걸리는 병이고 불치병이라고 들었다"면서 "혹시 이웃중에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 산다면 당장 이사를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편견이 심한 상황에서 건강검진이나 병원 입원시 기초검사 항목에 에이즈 검사를 넣었다가는 감염자에 대한 심각한 차별과 인권침해가 불보듯 뻔하다.

때문에 에이즈는 피임기구 사용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고, 감염인과 일상 생활을 해도 전염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전 국민이 갖는게 선행돼야 한다.

◈ 에이즈 확인순간 전문적인 상담, 치료, 자활 이뤄져야

감염인이 양성 판정을 받는 순간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이인규 감염인 지원팀장은 "에이즈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아는 순간부터 심도있는 상담, 의료기관과 연계, 질병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일선 보건소나 병원에 있는 에이즈 담당자는 업무과중을 이유로 이를 소흘히 하고 있다"면서 "치료를 개인의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에이즈 전문가들을 통해 정부의 치료체계 안에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운영하는 성폭력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처럼, 철저히 익명성이 보장되면서도, 상담과 지원이 동시에 이뤄지는 체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산 동구 보건소 김진홍 소장은 " 에이즈 환자의 경우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보건소, 지자체,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나눠서 하고 있는 업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환자의 신원을 보호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같은 관리체계로는 많은 여성들에게 에이즈를 감염시킨 김씨의 사례가 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hk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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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검사 받아보니…"'시선'이 가장 큰 부담"

기사입력 2009-02-20 10:58 기사원문보기


[부산CBS 기획보도⑤] 구멍뚫린 에이즈관리체계

[부산CBS 장규석 기자] 부산CBS는 변변한 치료도 제대로 못 받아보고 사망한 한 에이즈 환자의 사연(16일 보도/아래 관련기사 참조)을 소개했다. 취재진이 환자와 함께 살았던 여성들을 수소문해보니 이들도 면역결핍(HIV)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됐거나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구멍뚫린 에이즈관리체계' 기획보도를 마무리하면서, 직접 감염인의 처지가 돼 보자는 의미로 HIV검진, 이른바 에이즈 검사를 위해 19일 오후 부산 연제보건소를 찾았다.[편집자 주]

◈신분노출 없이.. 검사는 5분 안팎

에이즈 검사는 민원실이나 창구에 접수하는 절차 없이 곧바로 병리검사실로 찾아가서 채혈만 하면 돼서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병리검사실은 다양한 검사를 위해 피뽑기를 하고 있어, 채혈 과정에서도 사람들이 에이즈 검사를 위해 피를 뽑는다는 사실을 알 수 없도록 돼 있었다.

검사실을 찾아 에이즈 검사를 하러왔다고 말하고, 채혈에 걸린 시간은 채 5분도 안 걸렸다. 피 뽑기가 간단히 끝나자 연제보건소 이조환 병리검사실장은 익명검진 여부부터 확인했다.

"익명으로 하시겠습니까, 실명으로 하시겠습니까?", "익명으로 하겠습니다.", "익명으로.. 네 알겠습니다."

익명검진을 하겠다고 하자, 가명이나 별명을 불러달라고 한다. 피검사를 할 때 일단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감염 양성판정이 나올 경우에도 원하지 않으면 실명이나 연락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사용한 가명으로 감염인 정보가 관리된다.

채혈된 피는 확실한 진단을 위해 3가지 방식의 검사로 나눠 실시되며, 결과는 3일 뒤 보건소를 찾아 확인하거나 연락처를 남기면 전화로 통보 받을 수 있다.

◈"양성판정 나와도 당뇨병처럼 약먹고 조심하면 됩니다"

만에 하나 양성판정이 나올 경우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양성 판정이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이 실장, "아무래도 전파방지가 중요하니까 먼저 보건교육을 시킵니다. 그리고 요즘은 약이 좋아서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약으로 치료하면서 면역체계만 유지해주면 거의 만성병처럼 생각하시면 됩니다. 감염인에게 희망을 주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파를 하지 않도록 종교를 권한다든지 심리적 안정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검진을 직접 받아보니, 치료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무료로, 신분노출 없이, 에이즈 검진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면역체계가 파괴되기 전에 감염을 발견하면 치료약으로 면역을 유지하며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다만 취재를 진행하면서 이런 사실이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고, 상담과 지원을 위한 체계적인 연계체계가 없는 점, 그리고 앞서 보도된 김모씨처럼 치료의지 없이 자포자기가 된 사람들도 안고 갈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이 실장은 "에이즈가 처음 발견된 1980년 중반부터 보건소에서 일을 해왔다"며 "에이즈만 전담하는게 아니어서 찾아가서 관리를 해줄 수 없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고, 담당자가 계속 인사이동을 할 수 밖에 없어 전문성있고 일관성 있는 감염인 관리나 지원이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장 부담스러운 건 사회적인 시선과 손가락질

실제로 에이즈 검사를 받아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온 것은 사회적인 시선이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감염판정을 받을 경우, 문란한 생활을 했다거나 천벌을 받았다는 식의 사회적 낙인과 손가락질, 가족과 직장에서 추방당할 수 있다는 걱정이 에이즈 검사 내내 머릿 속 한 켠에 남아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에이즈 검사를 받고 왔다'고 농담처럼 말을 건네보니, 백이면 백, 깜짝 놀라며 경계하는 눈빛을 띄었다. '취재 때문이었다'고 바로 해명했지만 생각보다 더 민감한 반응이었다.

현재 자신이 HIV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건소를 찾거나 에이즈 민간단체를 찾아 직접 검사를 받는 것이다.

과거에는 헌혈을 하면 에이즈 감염여부를 헌혈자에게 알려줬지만, 지금은 검사를 해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직접 개인에게 통보되지는 않는다. 이 제도는 1997년 폐지됐다.

◈헌혈자에게 에이즈 검진결과 알려주는 제도는 폐지

HIV바이러스는 감염 초기 12주 동안은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실제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양성이 아닌 음성판정이 나온다.

감염이 우려된다고 초기에 헌혈을 할 경우 혈액검사에 걸리지 않아 자신의 감염여부를 알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수혈을 받는 다른 사람에게도 의도하지 않은 위험을 끼칠 수 있다.

HIV에 감염되더라도 당장 병 징후가 나타나지 않으며, 10년 정도 무증상기가 계속되면서 면역체계가 서서히 파괴되므로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 증상 정도만 나타난다고 한다.

에이즈는 감염사실을 알고 고의적으로 이를 퍼트리는 경우보다는 감염사실을 모른채 성관계 등을 하다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고 더 위험하다.

앞서 보도된 김 모씨의 동거녀들처럼 자신이 에이즈 감염된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아 에이즈 검사 사실 만으로도 큰 부담을 느껴야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감염인과 감염의심자들은 이대로 계속 음지에 숨어있을 수 밖에 없다.

ha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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