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지우고 면역력 높여 내가 나를 치유
‘완전한 사람’은 힘들지만 ‘온전한 사람’ 길 안내

‘머리가 아프다, 소화가 안된다, 피부가 나빠졌다….’ 무언가로 인해 자주 어디가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 좋아 병원에서 진찰을 받으면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야 하는데’라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손을 놓고 있게 된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종이 한 구석에 낙서를 하거나 아무 뜻도 없는 그림을 그리곤 한다. 때로는 피로해진 눈을 들어 창 밖에 펼쳐진 푸른 하늘과 나무를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또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그림을 보며 감동을 맛보기도 한다. 굳이 거창하거나 어려운 예술 작품이 아니어도 미술은 우리에게 ‘좋다’라는 감탄사를 부르거나, 잠깐이나마 마음을 순화시키는 청량제 역할을 해준다.
스스로 자신의 변화 과정 빤히 들여다볼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분비되는 화학 물질들은 질병의 치유를 돕고, 우리의 의식과 상관없이 자동으로 작용하는 신경계를 이완시켜 스트레스와 긴장을 덜어준다. 이러한 정신신경면역학적 효과는 인체의 면역 체계와 백혈구의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미술치료는 약이나 주사로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력을 높여 자신의 병을 스스로 치유하는 역동적인 치료다.
미술치료는 미술이라는 시각매체를 통해 스스로 억제, 상실, 왜곡된 부분을 발견하고 미술의 상징성과 전체성을 통해 통합시킴으로써 자신의 문제와 인격을 인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작업이다.
미술치료의 큰 장점은 나이와 성별, 질병 유무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대상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술은 비언어적 수단으로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나 생각, 그리고, 자신도 알지 못하는 깊은 내면의 세계를 미술치료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미술치료는 다른 치료와 달리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져볼 수 있는 자료를 직접 얻을 수 있어 스스로 완성된 작품을 대하면서 그 당시 감정을 회상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기도 한다. 그림이나 조소와 같은 하나의 사물로 구체화되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변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희망을 갖게 하여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미술치료 중 토론하며 감상하고 정리하는 시간에 체내의 에너지가 상승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

아름답게, 보기좋게 잘 그리는 게 아니라 ‘생각대로’
스트레스 때문에 두통과 소화불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40대 직장여성인 A씨는 미술치료를 통해 이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A씨는 처음엔 미술치료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림도 잘 그리지 못해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미술치료의 진정한 의미는 아름답게, 보기좋게 잘 그려야 하거나 완성도 높은 멋진 그림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을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 미술 활동에 열중하였다.
그는 자신을 양팔 저울로 표현하였으며, 항상 모든 일을 할 때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그것은 과연 옳은 일인지를 고민해야만 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삶의 짐을 한쪽 저울에 가득 담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쪽 저울에도 무언가를 가득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치료사와의 대화를 통해, 비어있는 한쪽 저울에 자꾸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는 책임감 탓에 힘들었던 것 같다며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제부터는 가득 담겨 있던 짐을 조금씩 나누어 담아 천천히 해결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겠다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몇 번의 미술치료로 병적인 증세가 말끔히 사라지거나, 아주 다른 상황으로 변화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미술치료를 통해 스트레스나 우울한 감정, 혹은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 스스로 달라지려는 의지를 가지게 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과정이다. 그 누구도 ‘완전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온전한 사람’이 될 수는 있다. ‘완전한 사람’이 어떤 결함도 없이 모든 게 다 갖춘 인간을 이른다면 ‘온전한 사람’은 크게 잘못된 것이 없는 상태의 인간을 가리킨다고 한다. 스스로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미술치료가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선현/CHA의과학대 대체의학대학원 교수, 사진 /CHA의과학대 대체의학대학원 제공
한겨레-CHA의과학대 대체의학대학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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