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진료해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현철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원장은 환자의 생명연장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인 근거와 윤리적인 기준에 따라 그 사람의 평안을 위해 여러 가지 행위를 하는 복합적인 과정을 의학이라고 정의했다.
<약력>
1982 연세대학교 의학과 학사
1984 연세대학교 의학과 석사
1992 연세대학교 의학과 박사
1989-1991 연세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강사
1992-1993 Visiting Researcher, Lombardi Cancer Center Georgetow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Washington D.C., U.S.A.
2009-현재 연세암센터 원장
◆"진료의 시작은 환자의 기 살리기"
“20년 전만 해도 환자들은 자기가 무슨 병인지 모르고 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다릅니다. 모든 것을 알고 오기 때문에 힘없이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이 많죠. 그래서 환자를 처음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의 기를 살리려고 노력합니다.”
정 원장은 환자를 처음 만나면 엉뚱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뭘 타고 병원에 왔는지, 집에서 무엇을 했는지 등 말을 이리저리 돌리다보면 대화가 많아지고 환자의 긴장이 풀린다는 것. 병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치료의 주도권을 환자가 가질 수 있도록 생각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지원해주는 행동인 셈이다.
◆"협진 통해 치료는 물론 예방, 사후 관리까지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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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장은 이런 의미에서 ‘가장 좋은 치료결과를 내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가장 좋은 치료 스케줄을 짜는 것’을 협진이라고 정의했다.
“미래의 협진엔 의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간호사, 사회사업가, 목사 등 암환자 가족에 대한 관리와 교육까지 맡을 수 있는 영역까지 포함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치료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는 예방이나 사후 관리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진짜 치료가 가능해지기 때문이죠.”
물론 0기나 1기 암환자처럼 간단한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한 환자일 경우 협진은 필요하지 않다.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오랜 시간 동안 분석된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 정립되어 왔기 때문이다.
“치료 방법의 경계선에 있어 판단이 모호하거나, 상태가 복잡한 환자를 대상으로 또는 새로운 치료법이 나왔을 때 이를 어떤 환자에게 적용할 것인가 등을 결정지어야 할 때 협진이 필요합니다.”
◆"국내 암센터,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해 세계 공략해야"
“임상시험 1상은 효과보다는 안전성에 초점을 둡니다. 따라서 중간에 검사가 많기 때문에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하죠. 특히 효능, 독성 분석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꼭 있어야 합니다.”
정 원장은 국내에서 임상시험 1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신물질’을 사용 가능한 ‘약’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학문적인 수월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 개의 암센터나 기관에서 나온 데이터는 전문가들에게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에 국내 여러 암센터 등이 국제적인 네트워크 능력을 갖추고 추진하는 연구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나라 특유한 암을 빨리 연구할 수 있고, 주도권을 가지고 신약 연구를 해야 제약회사에서 한국으로 신약을 더 빨리 보내줘서 우리나라 환자들이 싼값에 신약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국내 암센터들은 서로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고 네트워크 구성의 한 축이 되어야 합니다.”
◆"절반은 성공, 조급히 평가말고 응원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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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은 10년을 주기로 바뀌기 때문에 한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 역시 10년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은 연구 인프라가 완성된 가운데 잡는 최소 기준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가 빠진 곳이 많기 때문에 결국 국가에서는 인프라 구축과 인력 구축 등 기반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 원장은 얼마나 많은 환자를 가지고 표준화된 치료법으로 임상 연구를 하고 약제개발을 했는가에 따라 암센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우주선 발사를 두고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잖아요. 생물학에서도 지금 해 놓은 것을 보고 자꾸 실패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는 절반의 성공으로 봐 줬으면 좋겠어요. 그런 응원이 있어야 의료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최고가 될 수 있겠죠.”
[권병준 MK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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