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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사태로 바라본 ‘음주와 사회적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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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9-10-01
최근 전 프로야구 선수 정수근(33)의 ‘음주 해프닝’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경찰 폭행 사건 등 이른바 ‘음주 파동’으로 인해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뒤 1년 여 만에 징계에서 해제, 실제 1군 경기에 출장하기 시작한 지 몇 주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의 ‘사고’다. 최초 경찰에 접수된 신고 내용에 따르면 정씨가 호프집에서 만취한 상태로 옷을 벗고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정씨는 옷을 벗기는 커녕 맥주 두 잔만 마시고 귀가했으며, 신고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열렬한 롯데팬이었던 종업원이 경기 전날 늦은 밤 ‘술 마시고 사고친 경력이 있는’ 정수근씨가 호프집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못마땅해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거나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보다는, 어쨌거나 선수의 은퇴까지 이어지게 된 이번 사건의 빌미는 ‘정수근의 과거 행실’이 중요한 근거가 되었음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은 전 세계 어느 민족보다 음주를 즐기며, 또한 음주 문화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한국인의 체질에 비추어 봤을 때, 잦은 과음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술자리에서 아직도 술을 강권하는 문화가 용서되는 우리나라의 술자리에서는 갖가지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편이다.
이런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터졌을 때 술에 취한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 또는 불쾌감을 준다. 나아가 그 사람과의 술자리를 두 번 다시 갖지 않으려 한다. 어쩔 수 없이 동석한 술자리에서도 최대한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자 하기 십상이다. 설령 음주량을 조절하고 아무런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조그마한 실수에도 손가락질을 받기 쉬우며,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메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쉽게 오해받는 인물이 된다. 즉 ‘문제 음주자’로서 낙인이 찍힌다는 이야기다.
정수근 씨가 바로 그 경우이다.
◆음주 후 말썽 경력이 은퇴에 결정적
사실 정씨는 이미 몇 차례 ‘술 문제’로 기행을 일으킨 전례가 있다. 작년 7월 그가 일으킨 물의는 야구팬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충격적이고 잘 알려진 뉴스다. 여러 차례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경기에 참가한 그는 스타이기 때문에 음주로 인해 사회적으로 ‘낙인’찍히기 너무도 쉬웠다. 작년 이미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무기한 실격 처분을 받았다가 1년 만에 징계가 해제됐던 정씨는 ‘음주 후 난동’ 여부와 상관없이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다시 무기한 실격 처리됐다. 소속 구단에서도 그를 방출했다.
흔히 알코올 의존자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술을 먹고 폭력 등을 일으켜 주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거나, 사회생활을 하기에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은 알코올 의존 말기 환자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며 의학적으로 이야기하는 알코올 의존자는 ‘음주로 인하여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ㆍ가정적ㆍ경제적ㆍ사회적 문제들이 악화됨을 알면서도 술을 끊거나 줄이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평소에 ‘사람 좋고 의리있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일수록 알코올 의존에 빠져들기가 쉽다.
알코올 의존증의 원인으로 크게 심리적 요인, 사회문화적 요인, 유전적 요인, 행동요인 및 학습요인 등이 있다. 이중 심리적 요인은 자신을 과도하게 자학하는 경향이 있거나 구강기 고착상태에 있는 미성숙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불안, 긴장, 정신적 고통 등을 완화하기 위해 알코올 의존에 빠져든다는 내용이다. 정씨는 개인사 때문에 혼자 술을 마시러 호프집을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심리적 요인에 의한 불안감을 알코올로 의존했다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앞으로도 알코올에 심리적인 어려움을 기대게 된다면 알코올 의존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단 두잔의 맥주도 문제 음주자에게는 위험
술로 인한 ‘낙인’이 특히 조심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은 반복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알코올 의존증 환자도 실제로 치료 기간 중에는 여러번 재발의 유혹에 빠지기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술은 끊기가 어려우며, 의지의 문제가 아닌 명백한 질환으로 본다.
보건복지가족부 선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병원 김석산 원장은 “술을 마시면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주위 사람에게 생긴다면 그 이미지는 쉽게 변화되기 어렵다”며 “잘못된 음주 습관은 고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에 애초에 나쁜 습관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주사가 심한 사람은 알코올 의존증이 진행중인 것으로 의심해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은퇴소식이 전해진 이후 정씨의 징계 및 언론의 보도 등에 대한 여론은 동정론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정수근 전 선수를 신고했던 호프집 종업원조차도 이미 허위 신고임을 시인한데다가, 단 ‘맥주 두잔’만 마시고 귀가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두잔’의 맥주도 문제 음주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씨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알코올에 의존하는 잘못된 음주 습관을 가진 그의 업보이며, 알코올 질환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 신중하지 못한 언론의 보도행태가 합작해낸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다.
[헬스조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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