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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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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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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제1회 도박중독 추방의 날’에 김성이 사감위원장(앞줄 가운데)과 이경 실(앞줄 왼쪽 두 번째)씨 등 연예인 홍보대사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거리 행진을 벌였 다./채승우 기자 ****************** |
성인 359만명이 중독… 87만명은 당장 치료 필요
관리할 국가기관은 1곳뿐
김기태(가명·29)씨는 175㎝ 키에 체중은 52㎏에 불과하다. 한때 80㎏에 육박하던 건장한 체구가 마약 중독자처럼 앙상해졌다. 하루 4갑의 담배를 피워대고, 식사는 하루 2~3차례 컵라면이 전부인 생활을 10년째 계속하다 보니 가만있어도 어지럽고 구토가 나는 폐인이 됐다.
그는 밥 먹고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하루의 대부분을 PC방에서 지내고 있다. 가족이 집에 감금해도 그는 패물을 훔쳐 탈출해 다시 PC방으로 돌아가곤 했다. 지난 10년간 그가 한 일은 인터넷 고스톱뿐이다. 김씨는 "건강과 가족과 미래를 잃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PC방 생활을 청산하지 못했다.
경기도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서현수(가명·37)씨가 도박에 빠진 것은 대학 1학년 때였다. 당구장에서 우연히 동네 아저씨들과 포커를 하다 거금을 딴 뒤 그 희열을 잊지 못해 하우스(사설 도박장)를 전전했다. 26살때는 8000만원의 도박 빚을 지고 야반도주를 하기도 했으며 자살하려 한강다리를 찾은 일도 있다.
결혼도 했지만 버릇은 버릴 수 없었다. 아내 눈치가 보여 도박장 대신 인터넷 게임사이트에 빠져들었다. 금세 3500만원의 빚을 졌고, 아내와 어머니가 아버지 몰래 갚아주었다. 서씨 어머니가 적어 놓은 기록에 따르면, 지난 17년간 부모가 갚아준 빚은 3억원에 달한다. 그는 5개월 전부터 도박 중독자 치유·상담 모임인 '단(斷)도박 모임'에 나가 도박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세계 제일의 도박중독국
도박에 빠져들어 가산을 탕진하고 가족에게 버림받는 도박중독자는 이미 우리 생활 주변의 이야기가 됐다. 대한민국은 세계 제일의 '도박 중독국'이다.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 같은 카지노 도시도 없는데 무슨 소리냐 할 사람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충격받을지 모른다.
이 연구원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도박 중독 유병률, 즉 도박으로 인해 문제를 경험하는 비율은 9.5%에 달했다. 성인 359만명이 도박 중독 증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 중 7.2%는 '중(重)위험군'으로 지금부터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었고, 2.3%(약 87만명)는 당장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문제성 도박자'였다. 이 같은 유병률 9.5%는 캐나다 2.9%, 호주 2.4%, 싱가포르 4.1%는 물론,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미국 네바다주의 유병률 6.4%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조현섭 중독예방치유센터장은 "우리는 카지노나 경마를 '레저'로 생각하지 않고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경우 놀이동산에 가는 것처럼 '즐기러' 카지노를 찾지만, 우리는 '돈을 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중독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터넷상 불법 도박 사이트나, '바다이야기' 같은 불법 사행산업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도 문제다. 도박 중독을 극복하고 지금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도박중독 전문상담원이 된 김호진(53)씨는 "도박에는 시간·상대·장소·자금이 필요한데 한국은 '4A'의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4A'란 ▲언제나(anytime) ▲누구와도(anyo ne) ▲어디서든(anywhere) ▲적은 비용으로도(a little) 도박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독예방치유센터 박은경 전문상담원은 "인터넷 게임사이트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행성 게임에 익숙해져 도박에 내성이 생겨 있다"고 말했다.
◆치유 도울 안전망은 부족
그러나 중독자들이 도박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안전망과 치유 시스템은 취약하기만 하다. 359만명의 도박중독자들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국가기관으로는 2007년 설립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위원장 김성이) 산하 중독예방치유센터가 유일하다.
마사회·강원랜드·국민체육진흥공단에 각각 도박 중독자들을 위한 센터를 두고 있지만, 사실상 허울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컨대 강원랜드에서 운영하는 센터의 경우, 출입정지 조치를 당한 도박중독자들이 몇 시간 집단치료만 받으면 다시 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다고 조현섭 센터장은 지적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유병률이 3.4%로 도박중독자는 33만명 정도로 추정하는데, 연간 활용하는 기금은 366억원이다. 반면 359만명 도박중독자를 관리·감독해야 할 중독예방치유센터의 연간 예산은 20억원에 불과해 '면피용'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성이 사감위원장은 "현행법상 도박중독 예방·치유 관련 사업비는 국고 50% 이상, 사행산업사업자 부담금 50% 이내로 마련하도록 하는데, 국고 확보가 어렵다 보니 예산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외국의 경우는 사행산업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정부는 매년 9월 17일을 '도박중독 추방의 날'로 지정하고, 지난 17일 첫 행사를 가졌다. 국무총리 소속 사감위 주도로 전국 각지에서 가두 캠페인을 벌이고 서울 대학로에서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고발하는 연극도 공연했다. 그러나 정부 대응은 너무 늦었고, 너무 약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도박에 중독된 대한민국 A12… 도박에 빠져들어 가산을 탕진하고 가족에게 버림받는 도박중독자는 이미 우리 생활 주변의 이야기가 됐다
청소년 인터넷 도박, 중독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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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인 강병규의 불법 도박 혐의로 인터넷도박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도박기술을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 청소년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문화일보가 2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고생 위주로 1만47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한 인터넷 카페는 “1만원 입금하시면 현장 강의나 동영상 강의로 도박 기술을 가르쳐 주겠다”는 광고글을 내걸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타짜’로 인해 도박을 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권병희 ‘도박산업 규제 및 개선을 위한 전국 네트워크’ 대표는 “당장에 중단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내 아이들 내 손자 이런 아이들이 이것을 보고 문제를 일으킨다고 할 때 누가 책임지나. 방송사가 책임질 수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문제는 술이나 마약과 마찬가지로 도박도 한 번 중독에 빠지면 스스로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박을 하다가 시간과 돈의 액수가 점점 늘어나고, 절제력이 떨어진다면 ‘도박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도박중독은 습관이 아닌 질병
도박중독은 의학용어로는 ‘병적도박’(pathological gambling disorder)이라고 하는데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이다. 도박중독자들은 사교적인 모임에서 가끔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다. 이들은 도박으로 인해 후유증까지 생기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후유증으로 이혼이나 파산과 같은 개인적인 손실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손실도 엄청난데 문제는 대부분의 중독자들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데 있다.
도박중독의 증상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도박도 중독 상태에 빠지면 생기는 특유의 증상이 있다. 우선 ‘내성’이 생긴다. 같은 흥분을 얻기 위해서는 도박을 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야 하고 거는 돈의 액수가 점점 더 커져야 한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의 술 양이 점점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로 인해 빚이 점점 늘어나고 본전 생각에 더 깊이 빠지게 된다.
‘금단증상’도 나타난다. 대부분의 도박꾼들이 어느 순간 자신에게 문제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가정과 직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일시적으로는 스스로 절제하려고 결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금단증상으로 인해 번번이 실패로 끝난다. 도박을 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집중력도 사라진다. 이런 현상을 견딜 수가 없어 다시 도박장을 찾게 되는데 이 단계가 되면 하고 싶지 않아도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도박중독의 원인
왜 많은 사람들이 도박중독에 빠지는 것일까? 왜 똑같이 도박을 해도 누구는 중독에 빠지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일까? 정답은 간단하지 않다. 심리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 성격과 타고나는 요인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까닭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는 “뇌기능 장애로 인한 경우도 있다. 뇌에 있는 충동을 담당하는 회로가 선천적으로 부실하거나 어릴 때부터 잘못 형성된 경우 쉽게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쾌락을 담당하는 뇌는 특정한 자극이 들어오면 다량의 쾌락물질을 분비하고 다시 더 강력한 자극을 찾게 된다. 이 회로에 작용하는 도파민을 비롯한 여러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을 이룰 경우 문제가 생긴다.
성격적인 요인도 있다. 중독자가 되기 쉬운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자극, 좀 더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는 ‘탐닉형 성격’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도박 외에도 술이나 약물 등 여러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이다. ‘현실도피적인 성향’도 많다. 이들은 보통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으로 친구도 별로 없고 사회활동도 취미도 거의 없다. 이들에게 도박이란 일시적인 도피처의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반사회적 인격을 가진 범죄형 도박꾼이거나 정신질환으로 인한 경우도 있다.
신영철 교수는 “치료법은 중독자들 스스로 자신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게 하고 도박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을 바로 잡아주는 인지행동치료가 약물치료와 함께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멘토 클리닉 김윤정 원장은 “중독의 기간이 길어지게 되어 회복되어 사회로 복귀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조기치료를 위해서는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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