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배영대]
'아르 브뤼(Art Brut)'? 문화에 해박한 이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용어다.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을 뜻하는 프랑스 말이다. 프랑스 미술가 장 뒤뷔페가 정신장애인의 창작 작품을 지칭하면서 1945년 처음 사용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다. 미국에서는 '아웃사이드 아트(Outside Art)'로 불린다. 대개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미술사의 주된 흐름과는 무관하게 하는 창작활동을 의미한다.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아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점이 있지만 오히려 그 거침 속에서 진솔한 예술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한국에서 아르 브뤼 혹은 아웃사이더 아트의 본격 등장을 알리는 전시가 처음으로 열리고 있다. 성균관대 사회복지대학원이 7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성균갤러리에서 연 '아르 브뤼-소수자 미술전'이다. 이를 기획한 김통원 성균관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아르 브뤼를 '소수자 미술'로 번역했다. 정신장애인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약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영애(46)씨 등 아르 브뤼 작가 5명의 작품 60점이 전시된다. 주씨의 작품은 특히 올해 2월 일본의 아르 브뤼 전용 미술관 '노-마(NO-MA)'에 초대되었고, 또 탬플릿 표지 작품으로까지 선정돼 주목받은 바 있다.
“아르 브뤼는 길게는 30년, 짧게는 10년 가까이 정신병동을 드나들고 있는 환자들이 그린 작품이에요. 미국·프랑스 등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전용미술관이 생기고 각종 전시회가 기획되며 아트 페어도 열려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그 존재조차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정신장애인 복지를 전공한 김 원장 자신이 아르 브뤼를 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5년 전 일본 교수들과 교류하면서 부터다. 그들로부터 '한국에 아르 브뤼 작가가 있는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그들의 작품을 구하고 싶다'는 부탁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아르 브뤼 전도사가 되었다. 전국의 정신병동을 돌며 정신장애인들의 그림을 감상하고 품평하며 구입했다. 5년간 구입한 작품이 1000점이 넘는다. 미술공부도 병행했다.
“아르 브뤼 작가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서 고립된 채 홀로 그림을 그리죠. 일반 화가들이 관람객(소비자)을 의식하며 그림을 그린다면, 이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자기의 내면세계를 표현해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신장애인들 그림이 다 아르 브뤼 작품은 아니다. 원초적 광기와 예술성이 돋보이는 일부가 아르 브뤼로 간주된다. 아르 브뤼는 '미술 치료'와도 다르다. 미술 치료에는 교사가 개입된다. 아르 브뤼에는 외부자의 개입이 없다. 정신장애인 스스로 내면을 표출한다.
주영애씨의 경우를 보면, 그 역시 정신분열증을 가지고 있다. 46세 미혼여성인 그는 외로움과 우울함을 이기고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그림 속에는 결혼에 대한 강렬한 소망이 녹아있는 듯하다. 웨딩 드레스를 입은 신부, 사랑에 빠진듯한 남녀, 요부 등의 이미지가 원색의 강렬한 색채와 함께 등장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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