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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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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4-07-24
''장마와 우울증''
"흐린날 계속되면 멜라토닌 증가로 심할경우 우울증에 빠져"
“장마철 가벼운 외출로 기분전환해야 인체에 도움 돼“
작가 조경란은 얼마 전에 자신의 삶의 편린과 살아온 이야기를 맛깔스러운 문체에 담아 ''조경란의 악어 이야기''라는 책으로 선보였다.
가끔씩 우울증에 시달리는 작가는 우울증과 관련된 책들을 보며 마음을 달래다가도 자신의 가계에 우울증과 관련된 유전자가 내려오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한다.
자신의 생일날 손수 복어국을 끓여 먹고 자살한 첫 번째 할머니, 애인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고모, 알 수 없는 병으로 야위어 가는 삼촌, 그리고 평소에는 숫기 없고 다정하다가도 술만 먹으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아버지 이야기 등등.
어느 날, 술에 만취한 아버지를 피해 작가 조경란과 여동생을 포함한 세 모녀는 근처로 피신한다. 끙끙 앓으며 모진 하룻밤을 보낸 세 모녀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날씨는 맑았고 이웃집 옥상에는 흰 빨래들이 널려 있다.
조경란은 그 순간 ''비가 내려도 난 괜찮아요. 해가 비치면 기분이 좋아질테니까요'' 라는 비틀즈의 노래를 떠올리며 삶에 대한 환희를 재발견한다.
''비''를 노래하는 가수 김광진이 부른 "울비는 그대 눈빛을 흐리게 해"를 보면"···이렇게 겨울비는 그대 눈빛을 흐리게 해 / 잿빛 하늘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우울해지네···"라는 가사가 나온다.
비틀즈도 김광진도 노래했듯이 ''비''는 우울증과 깊은 연관이 있는 모양이다. 사실 우리의 지친 감성을 위로해 주는 가요에는 ''비''를 주제로 한 것이 ''햇살''의 경우보다 무려 스무 배나 더 많다.
비와 우울증은 과연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연관되어 있다면 어떠한 생리적 기전으로 그렇게 되는 것일까? 비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몸이 기압, 습도 그리고 일조량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어르신과 여성이 날씨에 따라 심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궂은 날씨는 몸 뿐 만 아니라 정신병 환자들에게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흔히 어르신들이 궂은 날에 ''빨래 걷어라''고 소리쳤던 것처럼, 정신병 환자들도 궂은 날에는 더욱 어수선해진다고 한다.
이렇듯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우리 몸 상태나 감성에 변화가 생기는 이유는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때문이다. 멜라토닌은 인체의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서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분비량이 조절된다.
주위가 밝을 때에는 조금 분비되고 어두워지면 많이 분비된다. 마찬가지로 낮에는 아주 조금 분비되고 한밤중에는 아주 많이 분비된다. 그래서 멜라토닌은 우리를 수면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해서 일부 불면증 환자에게 멜라토닌을 투여하기도 한다.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보면 일조 시간이 짧은 겨울철이나 날씨가 흐린 날이 계속되면 인체에 멜라토닌이 증가하게 되고 심하면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장마철이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연일 비나 내려 습기가 높고 끈적끈적한 날씨는 정신적으로 우울한 감정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구름이 하늘을 가려 일조량이 감소하면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줄어들어 멜라토닌 분비가 늘게 되고 이것이 수면 및 진정 작용을 유도해 침울한 기분이 들게 한다.
또한 장마철에는 외출이나 나들이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갑갑함을 더 느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집안을 밝은 색으로 도배하거나 해서 화사하게 꾸미거나 낮에도 등을 환하게 켜 놓으면 도움이 된다. 또한 장마라고 집에서만 지내지 말고 가끔 가벼운 외출을 해서 기분 전환을 해 주도록 한다.
한편 캐나다 오타와 대학 정신의학과 연구팀에서 우울증과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연구팀에 의하면 사람의 몸에는 우울증을 심화시켜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자살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우울증 증세를 가진 120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전체 대상자의 35%에서 우울증을 촉진시키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한다. ''자살유전자''는 인간의 감성에 영향을 미치는 ''세로토닌''이라는 혈관 수축물질을 만들고 이것이 생체에 작용하여 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국제협력담당관실 김동원 사무관
우울증 환자의 경우 ''자살유전자'' 보유가능성이 정상인보다 2배나 높았으며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율도 최대 3배가 높았다. 이러한 ''자살유전자''를 갖고 있을 경우 실연이나 실직 같은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되면 이 유전자가 없는 정상인보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르네 듀보와 같은 인류문화학자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기질적 장해를 수반하는 것도 있지만 이 보다는 생활환경과 개인적 스트레스, 그리고 사회적 문화적 관습 때문에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장마'' 나 ''자살유전자''는 우울증의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기고 : 복지부 국제협력담당관실 김동원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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