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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역활과 부모의 양육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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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4-07-30

성 역할과 부모의 양육태도

국립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장 진혜경

인간이 한 생명체로 태어날 때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을 결정하는 성 염색체 및 성 호르몬에 의하여 남자와 여자로 결정된다.

생물학적 성의 결정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며 선택 항목이 아니므로 어떻게 보면 운명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또한 지능, 신체 상태, 기질 등의 결정하는 유전인자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외모와 신체적 특성이 형성된다.

타고난 유전인자 때문에 어떤 아이는 남자라도 여자 같은 곱상한 외모와 조용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을 가질 수 있다.

또 여자로 태어났어도 우락부락한 외모, 씩씩하고 활달하며 덜렁대는 성격을 지닐 수도 있다.

이러한 타고난 기질과 성격, 성향을 무시한 채 “남자니까 힘들고 슬퍼도 울거나 소심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것은 부끄럽고 바보 같은 행동이다. 모름지기 남자란 어떠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고 여유있고 늠름하게 처신해야 하며 부정적인 감정 따위는 완벽하게 포장해야 한다.” 라고 요구한다면 남자로 살아나가기가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어질 것인가.

급기야는 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알코올 중독 등 정신장애가 생기거나 고혈압, 심장병, 위장장애 등 정신신체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마음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신체적인 질병으로 표출시켜 남자답지 못하다는 손가락질에서 벗어나려 할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남자다운 기질의 여자에게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스러움을 강요한다면 사회적 성 역할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느라고 이중적인 모습으로 불행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거나 적절히 대응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자칫 화병에 걸리거나 신체적 질병으로 옮아갈 수도 있다.

사실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 모델은 오래 전부터 내려온 사회 · 문화적 가치관과 관습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아들은 남자답게, 딸은 여자답게 길러야 한다는 것은 기성 사회 구조의 모형에 아이들이 보다 잘 적응하도록 키운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남자와 여자가 기성 사회에 적응을 잘 하게 만들어서 남성과 여성간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만들자는 암묵적 타협안이라고 할 수도 있다.

타고난 기질과 성향은 무시한 채 사회에서 주어진 남자로서 혹은 여자로서의 성 역할 모델만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남녀 모두 이분법적인 사회적 성 역할에 희생되지 말아야 한다. 한 인격체로서 자아실현을 향한 성숙한 인간의 길을 개척해 나가도록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21세기가 요구하는 것은 남녀 성 역할 분담에 대한 힘겨루기와 갈등이 아니다. 남녀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기질과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 한 인격체로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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