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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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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2-12-14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김용식
교수의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에서 인용)

정신 질환은 잘 낫지 않는다?

정신 질환과 관련된 또 다른 편견은 정신 질환은 낫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증에 해당하는 상당수의 사람은 대부분의 여타 신체 질환과 비슷하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우여곡절 끝에 회복되는데, 이것은 인간이 지닌 일반적인 생리적 특징이자 자연의 섭리이다. 상처가 났을 때 유해 인자에 더 이상 접촉하지 않도록 깨끗이만 하면 항생제를 꼭 복용하지 않아도 낫는 경우가 많은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신체적 상처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유해인자에서 피하는 것이 수월하지만 정신 현상은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서의 유해인자를 어떻게 피해야 할지 몰라 호전을 위한 행동 교정이 그리 쉽지 않다는 어려움은 있다. 정신 질환은 낫지 않는다는 편견은 또한,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정신장애 환자들을 병원이나 요양소에 장기간 수용하였던 20세기 중반까지 형성된 부정적인 인상이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것에도 기인하는 바가 크다. 어느 병이나 상당수의 환자들은 병전 상태로 회복되지 못하고 만성화되며 사회적 기능이 저하된 채 지낼 수밖에 없는데도 유독 정신과에 대한 이와 같은 편견이 강화된 것은 증상의 특이성 때문에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오해와 편견 외에 정신적 진료가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 같이 정신 증상은 흔한 것이고 다른 증상과 마찬가지지로 생체 방어력에 의하여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어떤 증상은 적절한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역으로 강한 자극을 줌으로써 일시적으로 회복된 것 같이 보일 수 있다.

마치 전자제품이 작동을 하지 않을 때 스위치를 껐다가 다시 키면 작동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고쳐야 한다는 사실만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이미 오래 전에 ''퇴출''되어 기억 속에 멀어져 간 고대나 중세시절의 치료법이 어느 날 갑자기 ''획기적인 새로운 정신 질환 치료법''으로 다시 등장하여 장안의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획기적 치료법''을 주장하는 이들은 정신 장애에 대한 지식이나 관련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이 자신이 믿는 것(?) 만을 자신 있게 주장하므로 정신과를 정규적으로 배우거나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귀가 솔깃해지고 정신과 진료보다 이런 것이 나은 것으로 쉽게 오해하게 된다. 이들 효과가 일시적인 위약 효과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의 유행은 끝나게 되나 불행히도 얼마나 많은 정신 질환 자들이 피해를 입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채 정신 질환은 낫지 않는다란 오해만 더욱 증폭되게 된다. 정신과 치료는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을 포함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갖지 못하는 것이 필자로서는 최근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현재 정신과 임상에서는 복잡한 정신 증상에 대응하기 위하여 매우 다양한 기전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다.

클로프로마진으로 대표되는 정형 항정신병 약물, 리튬 등의 항조증제, 그리고 삼환계 항우울제가 아직 사용되고는 있지만 20세기 말 클로자핀의 등장 이후 속속 도입되고 있는 새로운 항정신병 약물들, 발프론산 등의 기분조절제, 플루옥세틴 등의 항우울제 및 강박증 치료제, 그리고 새로운 인지기능 개선제 등은 기존의 약물들에 비하여 치료의 범위가 넓고 부작용이 훨씬 적다는 장점으로 인하여 그 사용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한 새로운 약물들은 뇌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보다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차세대 치료제 개발을 급속도로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항정신병 약물의 예를 든다면 우수한 항정신병 효과가 있으면서도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되어 온 지연성 운동장애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거의 없고, 난치성으로 생각되던 감정표현의 위축, 대인관계 형성능력의 손상과 같은 소위 음성 증상에 대하여 치료 효과가 있으며, 나아가 인간으로서 마땅히 추구하는 사회적, 직업적 기능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약물의 개발이 끊임없이 시도되었다. 그 결과, 이러한 궁극적 목표에 근접한 새로운 항정신병 약물들이 1990년대 이후 속속 임상에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정신장애 치료 약물의 작용 범위가 기존 약들보다 상대적으로 넓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신장애의 경우 한가지 증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증상이 공존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은데, 새로 개발된 약물들은 다양한 증상에 대해 효과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의 경우 우울증상 뿐만 아니라 강박증상, 공황증상 및 기타 다양한 불안증상 에 대해서도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필자의 경우 정신과 진료 경력이 30년인데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나 정신과 진료에도 이런 시절이 오는구나 할 정도로 최근 몇 년 사이에 변화에 감회가 깊다. 그런데 아마도 필자를 포함한 정신과 의사의 잘못이겠지만 전체 의료인이 어는 정도 이 사실을 인지할 수 있게 되었는지 미지수라 생각된다. 더 큰 문제는 의료계 전반에 걸친 문제이긴 하지만 의약분업 이후에 단기적 경제 논리로 새로운 약물의 사용에 제한이 가해지는 것이다. 결국 당장 가능한 것도 실시하기 어려운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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