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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사회적 감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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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3-02-16
가정폭력 사회적 감시를
이훈구 연세대 사회심리학 교수
각종 폭력 중에서 가장 얄밉고 잔인한 것이 가정 폭력이다. 왜 얄미운가. 폭력을 가하는 남편과 아버지는 자기의 폭력을 미화한 다. 아내가 부정을 저질렀다느니, 또는 자녀의 교육상 어쩔 수 없이 매를 들었다고 극구 변명한다. 그리고 폭력 가장은 밖에 나가서는 아주 신사처럼 행동한다. 외부 사람은 아무도 그가 폭력 가장임을 눈치채지 못한다. 매맞는 아내나 자식들은 매맞는 사실 그 자체가 창피해서 외부에 알리지도, 고발하지도 못한다. 왜 이들은 창피한가. 당연히 사랑을 받아야 할 사람으로부터 매를 맞기 때문이다. 또 자기 주변의 많은 가정은 행복하고 단란하기 때문이다.
자주 매를 맞게 되면 피해자는 자존심을 완전히 상실한다. 더 나아가 상습적으로 매맞는 아내는 자기가 무언가 남편에게 모자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매를 맞는 것이라고 착각까지 한다. 심한 고문을 견디다 못해 허위 자백한 무고한 피의자가 자기가 정말 범행을 저질렀다고 착각하는 심리와 흡사하다.
가정 폭력이 가증스런 세번째 이유는 폭력을 행사한 후 그는 곧 잘 자기의 죄를 뉘우치기 때문이다. “술을 먹어 이성을 잃었다 ”느니 “사업이 잘 안 돼 신경이 날카로웠기 때문”이라고 둘러 댄다. 그래서 처음엔 가족들이 속아 넘어간다. ‘그러면 그렇지. 사랑하는 남편이(아버지가) 나를 맨 정신으로 구타할 리가 없지 ’ 이렇게 자위한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폭력 행동을 교정하지 못한다. 그가 어려서 부터 아버지가 가족을 구타하는 것을 자주 보아 왔거나 그에게 심리적 열등감이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보다 사회·경제적 신분이 낮은 남편일수록 폭력 남편으로 돌변하기 쉽다. 백수건달일수록 자녀에게 손찌검하기가 다반사다.
가정 폭력이 잔인한 첫번째 이유는 폭력이 한두번으로 끝나는 것 이 아니기 때문이다. 깡패로부터의 폭력경험은 한번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정 폭력은 무시로 발생한다. 더구나 우리는 폭력 가장과 한 지붕 속에서 같이 살아야 한다. 그런데 언제 가장이 야수로 돌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 즉 식구들은 항상 폭력의 위험 속에 마음을 졸여야 한다. 가정 폭력이 잔인한 두번째 이유는 그것이 심각한 심리적 상흔을 남기기 때문이다. 매맞은 아내나 자식들은 우울증에 빠지고 대인기피증에 시달린다. 우울증에 빠지는 원인은 ‘지킬 박사와 하 이드’ 같은 존재를 매일 같이 마주해야 하고 식사하고 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잠자리마저 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가증성·기만성·허구성을 매일같이 참고 인내해야 하기 때문이 다. 그러므로 가족들은 오장육부가 뭉개지고 울화병에 걸린다. 이를 외부에 폭발하지 못해 우울증에 빠진다.
부모로부터 매맞고 자란 아동은 커서 폭력적인 사람으로 성장하 지 않으면 정신적인 장애자가 된다. 무서운 살인범, 폭력범에게 는 가정 폭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지존파 들이 그랬고 부모토막살해범 이은석이 그랬다. 이번 이경실씨의 폭력 피해 사건으로 폭력 남편이 우리 사회에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폭력 아버지와 매맞는 아동이다. 매맞는 아내 는 그래도 경찰에 고발할 능력이 있고 도피할 수단이 있다. 그러 나 매맞는 아동은 속수무책이다. 아동 스스로 경찰서에 가서 아버지를 고발할 수 없다. 그럴 용기도 없거니와 고발한 경우 막되 먹은 자식이란 사회의 지탄을 피할 수 없다.
우리 나라에서 가정 폭력이 난무하는 원인은 우리 문화 풍토와 관련이 있다. 유교는 가부장의 권리와 효도를 중요시했다. 가장은 집안의 어른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 있었고 부인과 자식은 남편과 아버지에게 맹종해야 했다.
그러면 어떻게 가정 폭력을 막을 것인가. 외국에서처럼 각급 학 교의 교사, 병원의 의사, 간호사가 앞장서야 한다. 그들은 아동 이 골절상당했거나 타박상을 입었으면 일단 가정 폭력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그것이 사실이면 사직 당국에 고발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가 명한 그들의 의무이다. 물론 이웃 가정도 책임감 을 가져야 한다. 옆집의 매맞는 아내, 자식들을 위해 고발의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남편의 폭력을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 첫번째 부부싸움 에서 아내가 기선을 잡아야 한다. 즉, 남편의 폭력에 수동적으로 대하기보다 손톱을 날카롭게 세워 죽기 살기로 맞서야 한다. 그러면 남편의 못된 버릇은 어느 정도 자제된다.
/이훈구 연세대 사회심리학 교수 : 문화일보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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