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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이 키운 참극 ( 전우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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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3-02-20
(시론) ‘무관심’이 키운 참극 ....... 全宇鐸 57세. 행상. 화물차 및 택시 운전경력. 2001년 뇌경색으로 우측 반신마비 및 실어증 발생. 뇌병변 장애 2급 판정.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우울증 치료 경력. 평소 정신적으로 혼미한 상태에서 죽고 싶다는 말과 죽여 달라는 말을 자주 했음.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너무도 처참히 죽은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의 범인에 대한 설명치곤 너무도 허무하다. 그는 돈을 노리고 치밀한 준비를 한 범죄 조직의 일원도, 사회 혼란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 집단의 일원도 아니었다. 그저 가난하고 힘들게 인생을 살다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절망적으로 불을 질러 버린,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건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며, 몇가지 생각을 해 본다. 첫째, 이 사건은 지극히 개인적·의학적 차원의 문제다. 뇌경색은 그 자체가 우울증 및 성격 변화, 정신적 혼미를 유발할 수 있다. 평소 미숙하고 충동적 성격인 사람이라면 그 가능성이 더욱 높다. 국민의 사망 원인 1위가 뇌혈관 질환이다. 따라서 그 부작용으로 정신적 혼미를 겪는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니 이번과 같은 대형 참사를 미연에 방지한다고 그토록 많은 사람을 모두 병원에 입원시키고 사회와 격리시켜 치료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둘째, 이 사건은 사회적 지원체제와 연관돼 있다. 뇌경색으로 인한 장애와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었던 범인과 함께 살았을 가족들의 어려움이 상상이 간다. 우리의 의료·사회복지 수준은 너무나 열악해 일반 서민이 범인과 같은 환자를 가정에서 돌보고 치료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의료·사회복지 지원 체제가 좀더 나아지면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조금이라도 예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 사건은 사회심리적 차원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주변 사람이 제지를 하자 범인은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꺼내 불을 붙였다고 한다. 그때 옆에 있던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범인을 제지했더라면 참사를 막았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귀찮은 일에 끼어들기 싫어하는 우리 사회의 ‘싸늘함’이 이번참사를 일으켰는지도 모른다. 사람에는 무관심하고 돈에만 관심을 갖는 사회 분위기는 타인의 삶과 행동은 나와 상관이 없다는 착각을 만들어 내고, 그 같은 착각이 이번 사건에 개입돼 있다. 우리의 이런 착각이 바뀌어 주위 사람의 행동과 고통, 소외, 그들의 일탈 욕구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런 사고의 재발은 상당히 억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북한과 이라크의 핵·대량 살상무기로 인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새삼 다시 깨닫게 되는 사실은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인간 하나하나가 모두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대량 살상무기적 존재’라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절망하고, 사회에 대해 분노할 때, 가장 평범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우리 이웃이 바로 대량 살상무기로 변할 수 있음을 이번 사건은 보여줬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 학력적·신체적·정신적 약자에게 더 많은 배려와 도움을 주는 건강한 사회가 된다면, 가족들의 지친 한숨보다 사회와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여러 장애를 가진 이들이 희망과 기쁨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로또 복권 당첨보다 자신들의 노동에 의한 결과에 더 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부정과 부패·퇴폐와 향락으로 가득 차서 정말 불이라도 한번 질러 버리고 싶다고 느끼는 이 땅의 절망들이 점점 줄어드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이번의 이 힘든 사고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全宇鐸/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 조선일보 시론 : ‘무관심’이 키운 참극 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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