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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가정 자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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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3-05-13
이혼가정 자녀들
≪2002년에만 14만5천3백쌍, 매일 398쌍이 이혼했다. 결혼한 2.5쌍 중 1쌍이 이혼한 셈이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이혼하다보니 이혼가정 자녀들의 숫자도 급증한다. 더구나 이혼부부 자녀의 70%가 미성년이다. 이들이야말로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사회의 편견에 시달리면서 겪는 고통은 어른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심각하다. 아무리 이혼이 급증하고 흔해져도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이혼은 없다. 이혼가정 자녀들의 현주소와 행복찾기를 3회에 걸쳐 싣는다. ≫
■아이가 행복한 이혼은 없다
"단칸방에 아빠와 살려니 답답하고 고통스럽다. 아빠는 술만 마신다. 정말 죽고 싶다. 엄마는 이런 나를 버리고 혼자서 행복할까"(여중 2년생)
"오늘 숙제는 `가족신문 만들기''다. 엄마는 오늘도 야근이라는데 혼자 어떻게 만들란 말인가. 아빠를 못본 지 3년째다. 가족신문 안만들고 내일 그냥 야단맞아야겠다. 이런 이야기를 엄마한테 하면 엄마는 또 울겠지"(초등5년생)
◇부모가 우릴 버렸다, 세상도 우릴 거부한다=이혼가정의 아이들이 상담실에 올린 글들이다. 이혼은 이제 쌍꺼풀 수술보다 더 흔해졌지만 여전히 상처이다. 아이들은 자기를 낳아준 부모들이 조금만 더 참고 가정과 부모의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한국 여성개발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이혼과정에서 58.4%의 부모가 ''아이에게 이혼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헤어지는 부모의 한편에 서거나 모두에게 버림받는 아이들의 충격은 매우 크다.
가족상담센터 ''빵과 영혼''을 운영하는 신경정신과전문의 김현수씨는 "이혼과정에서 청소년들은 부모 중 어느 편을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충성갈등,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것에 대한 공포와 불안, 자존감 감소 및 다른 사람들이 결손가정의 자녀로 바라볼 것을 염려한 대인관계에서의 민감함, 자기로 인해 부모가 이혼하게 됐다는 죄책감, 외로움 및 고독, 사회적 고립 등의 심리적 갈등요소를 갖게 된다"고 진단한다.
요즘은 서로 아이를 안맡겠다는 이기적인 부모도 많다. 최근 보육시설 청소년의 75%가 부모의 이혼이나 양육거부로 들어온 ''이혼고아''들이다. 이 가운데 우울.불안이나 집착증 등 정서장애를 보이고 소화장애 등 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아이들보다 더 어린 어른들="엄마는 나만 보면 신경질을 부리거나 울어요. ''네 아빠 닮아서 네가 엉망이다. 너만 없어도 이 고생 안하다''고 푸념을 하죠. 바람피운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왜 나한테 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와 함께 생활하는 고교 1년생 김모군은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고 한다. 한달에 한번 아버지를 만나 용돈을 타는데 아버지 역시 "네 엄마는 그 성질 때문에 일찍 죽을 거다"라며 비난을 한단다. 이혼과정에서도 갈등이 컸는데 이혼 후에도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는 부모를 참아내느라 그의 별명은 ''애늙은이''다.
"친구나 친척 집에 놀러갔을 때 예쁜 가족사진이 걸린 것을 보면 부럽다기보다 화가 나요. 새학년이 되어서 좋은 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애 엄마가 내가 이혼한 집 아이라고 같이 놀지 말라고 했대요. 난 공부도 잘하고 교회도 열심히 다니는데 왜 친구도 마음대로 못사귀어야 하나요. 내가 뭘 잘못했죠"
이혼한 아빠와 함께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은 눈물이 범벅이 되어 이렇게 말한다. 부모이혼을 아는 담임선생님이 "아빠는 일찍일찍 들어오시니. 밥은 잘 먹니"라고 물어볼 때마다 감사의 마음보다는 부끄러움이 크다. 선생님이건 친구건 그냥 자신을 자연스럽게 대해주면 좋겠단다.
편부.편모가정의 아이들은 부모 한쪽을 잃은 ''외로움''에다가 그 몫을 아이들이 해결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편모가정의 아이들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어머니들의 경제적 자립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편부가정의 아이들은 살림살이 등 어머니의 역할까지 떠맡는 데다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어 각종 유혹에 빠지거나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수시로 엄마와 자신을 구타하는 아버지가 싫어서 부모의 이혼이 오히려 반가왔다는 한 여고생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사회의 편견이라고 한다. 가출이나 원조교제 등 청소년비행을 저지르는 아이들이 ''결손가정의 아이들''로 묘사되는 것이 억울하단다.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 연구원은 급증하는 이혼가정 자녀를 위해 부모들의 성숙함과 함께 사회시스템의 보완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이 상담과 치료서비스를 해주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하며 사회복지단체나 종교단체 등에서 이혼가정 자녀들을 위한 복지프로그램을 운용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들보다 미성숙한 어른들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상처는 깊어만 간다.
유인경 기자 alice@kyunghyang.com
■"여전히 사랑한다" 강조 필요
한국 청소년상담원이 전국 중.고등학생 청소년 1,725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이혼가정의 아이들''이란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이혼으로 가장 고통받는 부분은 경제적 어려움(26.5%)과 기분우울(21.1%), 화나고 사람이 미움(7.2%), 성적하락(6.0%) 등의 순이었다.
또 부모가 이혼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경우가 58.4%나 됐지만 부모이혼에 대한 반응은 ''순순히 받아들였다''가 51.2%로 가장 많고 ''끝까지 반항했다''는 1.8%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청소년상담원의 정찬석 연구원은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부모의 이혼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가지 이유로 해석했다. 이혼 전 부모들이 부정적인 모습을 자주 노출함으로써 이혼에 오히려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게 됐거나, 부모의 이혼에 영향을 주기 어렵고 자신의 독립도 어려운 청소년의 입장에서 원망보다는 남아 있는 부모에게 충실해 버림받지 않으려는 방어본능에서 나온 반응이라는 것이다.
한편 설문대상의 9.6%인 이혼가정의 자녀와 비이혼가정 자녀들의 결혼관과 미래관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성적과 부모와의 관계 등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비이혼가정의 자녀들은 성적면에서 상위권 34.8%, 하위권 20.9%였으나 이혼가정의 자녀들은 상위권 18.8%, 하위권 41.2%였다. 부모와의 관계는 ''별 문제 없다''가 두 집단 모두 높았지만 비이혼가정이 70.9%, 이혼가정이 59.0%로 나타났다. ''자주 싸운다''는 응답도 이혼가정이 22.3%, 비이혼가정이 12.4%로 차이를 보였다.
청소년상담원의 지승희 상담교수는 이혼가정의 부모들에게 ▲아주 어린 아이에게라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이혼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사회적 편견에서 부모 자신이 당당한 모습을 보일 것 ▲함께 살지 않는 부모에 대해 화풀이나 험담 또는 "네 엄마, 혹은 아빠를 닮아서 이렇다"며 아이에게 부정적인 자아상을 키워주지 말 것 ▲피곤함이나 죄책감에서 돈으로 보상하려 들지 말 것 ▲아이 때문에 헤어진 것이 아니며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필요할 때는 헤어진 부모라도 언제든 도움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자녀가 배려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양육지침으로 강조했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아이 연령대별 충격파 - 상황이해 못하는 미취학기, 불안.공포 성격형성 악영향
더이상 비정상적인 것도 아니고 무조건 막을 수도 없는 이혼. 이혼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이혼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이혼 후 부모의 태도와 아이의 상태가 중요하다. 특히 아이가 몇살인가에 따라 부모의 이혼은 매우 다른 영향을 미친다. 이혼을 고려하거나 막 이혼한 부모라면 아이가 받을 충격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6세 이하(취학전기)=무엇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 못함. 4세 이전의 일은 나중에 별로 기억 못하지만 부부싸움 등으로 인한 무서운 분위기에 따른 불안과 공포감은 매우 오래 가며 성격형성에도 영향을 미침.
◇6∼12세(학동기)=부모가 왜 헤어지는지 궁금해함. 초등학교 저학년은 자신이 부모 말을 안들어서 이혼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자책감을 갖는다. 고학년은 이혼으로 인해 초조감이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등의 불안 증상이 나타남. 부모 및 주변 눈치를 봄.
◇13∼18세(청소년기)=부모 이혼을 이해하지 못하면 원망과 적개심을 갖지만 상황을 이해하면 상처를 덜 받는 편. 이혼 원인을 제공한 부모의 성(性)에 따라 상대방 성에 대한 혐오감을 가져 이성교제에 어려움을 겪거나 결혼에 부정적이 되기도 함. 학력저하나 우울증도 보임.
이혼가정 60가구의 자녀 131명을 10여년간 추적,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이혼은 없다''를 펴낸 주디스 월러스타인은 "부모의 편의에 따른 이혼이 자녀들에게는 엄청난 손실과 충격을 준다"며 "이혼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는 것이며 결혼과 이혼의 중심에 자녀들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인경 기자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 지원단 자료실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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