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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정신건강"뷰티풀마인드(Beautiful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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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3-05-18
영화속의 정신건강
뷰티풀마인드(Beautiful mind)
장르 : 드라마
감독 : 론 하워드
출연 : 러셀크로우, 제니퍼코넬리, 에드해리스
시간 : 134분
등급 : 12세 이상
SYNOPSIS
"뷰티풀 마인드"는 론 하워드 감독, 러셀 크로우 주연의 영화로 제 74회 아카데미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4개 부분을 석권했다. 나는 영화의 전문가가 아니라 영화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로서, 그리고 그저 한 명의 관객으로서의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겠다.
먼저 정신과 의사로서 영화에 대해 비평한다면 이 영화는 정신분열병의 증상과 치료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신분열병은 전세계적으로 평생유병율이 약 1%인 흔한 정신질환으로 이 수치는 국제적 연구에 의하면 서양과 동양, 선진국과 개발국 등 지역, 인구 및 문화적 특성에 관계없이 대체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신분열병이 스트레스 등 사회 문화적인 요소에 의해 발병하는 병이라기보다는 생물학적인 성격이 강한 뇌의 병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발병률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젊은이들로서 남자의 경우 15~24세(평균 21.4세) 여자는 25~34세(평균26.8세)로서 남자가 다소 일찍 발병한다. 정신분열병은 어떤 개인의 타고난 취약성에 환경적인 스트레스가 더해져 발병한다는 스트레스-취약성 모델(Stress-Vulnerability model)에 의해 주로 설명되고 있으며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조절 이상과 관련된 뇌의 병이다. 도파민은 마약에 의해서도 분비가 자극되는데 마약에 의한 환각상태에서도 정신분열병과 비슷한 피해망상, 환청 등이 관찰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지는 불과 5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원인이 규명된 후 도파민의 조절을 위한 많은 약들이 개발되었고 이 약들은 효과적으로 정신분열병의 증상들을 사라지게 하였다.
인터넷을 보면 존 내쉬가 천재라서 정신분열병이 생긴 것처럼 이해하고 천재의 광기라는 측면으로만 조명하는 글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신분열병은 지능이나 학력과 무관하게 발병한다.
정신분열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피해망상과 환청이다. 피해망상은 환자의 문화적, 교육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전혀 이해가 불가능하고, 사실과 다르며, 설득이나 증거제시에 의해 변화지 않는 생각들을 말한다. 피해망상의 내용은 시대적 정황을 많이 반영하며 영화에서 존 내쉬가 정보기관에 의해 조정 당하는 피해망상은 매카시즘이 판을 치던 1960년대 미국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존 내쉬의 망상은 남극대륙의 황제’,‘극비의 구세주적 존재’를 자처하며 외계의 암호를 찾기 위해 신문과 라디오에 매달린 과대망상이 주된 내용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에는 안기부에 감시를 받는 내용이, 1980년대에는 사이비 종교나 몰래 카메라가 등장하고 1990년대에는 인터넷이나 우주인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환청은 실제로 없는 소리가 환자에게만 들리는 경우로 주로 비난하는 내용이지만 환자를 위로해주기도 하고 남자, 여자, 어린 아이 등 다양한 목소리가 서로 대화를 하기도 하고 환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정신분열병 급성기에는 환청과 대화하며 혼자서 중얼거리는 환자의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환자가 환청을 들을 때 듣는 기능과 관련된 측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환청은 환자에게는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에 급성기에는 그 환청의 명령을 그대로 따라 자해를 하거나 가족 등 다른 사람에게 난폭한 행동들을 할 수도 있다. 물론 환시도 종종 나타나지만 영화 속에서처럼 정교한 환시가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것은 영상을 매체로 하는 영화라는 장르에 의한 불가피한 제약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병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존 내쉬의 경우도 과대 망상, 피해 망상, 환청이 주된 증상이었다고 한다.
치료에 관해서도 환자에게 고통을 많이 주고 효과가 없어 최근에는 사용되지 않는 인슐린 쇼크 요법을 보여줌으로써 정신과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줄 위험이 있다. 인터넷을 보면 영화에서 마치 가족의 사랑과 본인의 의지만으로 기적이 일어나 정신분열병에서 회복한 것처럼 잘못 이해한 관객들도 있는데 영화를 자세히 보면 존 내쉬가 병에 대한 자각을 가진 후 정신병원에 입원하지는 않았지만 약물치료는 꾸준히 계속해고 몸떨림 등의 부작용에 시달리는 것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에 많은 새로운 약물이 개발되어 현재의 정신분열병 치료는 몸떨림, 성기능 장애 등의 부작용을 현저하게 줄인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약물치료의 효과는 70~80%에 이른다. 예후에 있어 10%는 거의 완치되어 치료 2년 후에는 투약도 중단할 수 있고 30%는 환청이나 피해망상 등의 증상 없이 직업이나 결혼 등 사회생활에 지장은 없으나 투약을 계속 해야하고 30%는 몇 차례 병이 재발하지만 그 사이에는 증상 없이 지낸다. 마지막 30%는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아 투약함에도 불과하고 증상이 지속되며 이 군을 난치성 정신분열병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60~70%가 1년 내에 재발된다. 정신분열병도 다른 모든 병처럼 초기 치료가 중요하며 존 내쉬의 경우는 십여년 정도 치료가 지연되었고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이 나쁜 난치성 정신분열병 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영화 "뷰티풀 마인드"가 정신분열병의 증상과 치료에 대해 오해를 불러 있으킬 수 있는 많은 요소가 있음에도 불고하고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정신분열병을 다룬 영화 중에 최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이유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가 존 내쉬라는 인물을 통해 정신분열병이라는 뇌의 병을 가져 고통을 받지만 우리와 똑같이 희망과 절망, 몸부림과 사랑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 영화 속에서 존 내쉬가 천재이고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러셀 크로우의 명연기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서툴지만 세상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있고, 정보기관에 의해 조정 당하는 피해망상 속에서도 가족을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한 인간의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환상 속의 인물인 CIA요원 윌리암 파처가 부인이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다며 부인을 죽이라고 그렇지 않으며 너를 죽이겠다고 위협할 때 주인공 존 내쉬는 이를 거부하고 그를 덮치려 한다. 하지만 부인은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아이를 안고 도망간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눈물이 글썽했다. 우리는 이렇게 정신분열병 환자에 대한 오해를 가지게 된다.
그때 우리의 주인공은 그들이 환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지만 환상들은 그를 계속 괴롭힌다. 의사는 부인에게 신변의 위험을 경고하며 입원을 권하고 존 내쉬는 부인에게 시간을 좀 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 부인은 머리가 아닌 자신의 가슴에 존 내쉬의 손을 얹게 하고 이것이 진짜라고 이야기하고 함께 있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병에 대한 자각, 병식을 가진 후부터 그의 눈물겨운 병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옛날의 경쟁자였던 친구를 찾아가서 자신의 오만함을 내려놓고 그저 다시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할 수 있게만 해 달라고 머리를 조아린다.
그 때에도 환상들은 이런 존 내쉬를 괴롭히고 그런 그를 다른 사람들은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프린스턴 대학은 그를 계속 대학에 나올 수 있도록 허용한다.
비록 정신분열병에 걸려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지만 그 미로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가려고 하는 주인공과 그 옆에서 너무나 힘들지만 끝까지 함께 하는 사랑을 보여주는 가족을 보여주고, 주인공의 몸부림을 받아주며 떠돌 수 있게 허용해주는 프린스턴 대학의 친구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노력들이 하나로 모아져 환상을 극복하고 현실 사회 속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정신분열병 환우들에 대한 편견이란 "그들을 병으로 고통받지만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고, 위험하고 난폭하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싸이코, 괴물로 보는 것"이다.
히치콕의 "싸이코"라는 영화를 필두로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정신이상자는 많은 공포영화의 단골 메뉴이다. 이런 영상 매체나 언론의 잘못된 묘사 때문에 정신분열병 환우들에 대한 편견은 짙어만 간다. 실제로 살인, 강간, 강도 등의 강력 범죄는 일반인구에 비해 정신분열 환자에서 발생율이 적은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져 있다.
정말 위험한 것은 우리의 편견이다.
편견은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정신분열병에 대한 편견의 생성에 대해 사회 역사적 연구한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 중세 농경 중심의 소규모 지역사회 내에서는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누구네집 아들, 누구네집 조카로서 익명성의 존재가 아닌 나와 관련이 있는, 한 명의 인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지역 사회 내에서 머물며 함께 살 수 있었고 병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편견은 도리어 적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공장이 있는 도시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이제 이웃은 모르는 사람들이 되었고, 그 불안감은 언론에 의해 묘사되는 정신이상자에 의한 사건, 사고에 투사되어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이들을 돌보기 위해 가족의 노동력이 제한되었고 국가에게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귀찮은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이들을 대형 수용소에 가두는 격리수용정책이 시작되었고 이런 격리는 정신분열병환자에 대한 편견을 더욱 강화시켰고 정신분열병환자들은 비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집단생활 속에서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권력이 자신의 필요를 위해 정신분열병환자들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인권을 짓밟은 것이다.
이렇게 정신분열병에 대한 편견에는 개인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역사적 배경이 있는 것이다.
다시 영화 "퓨티풀 마인드" 속으로 돌아가 보자.
교수로 있던 프린스턴 대학에 존 내쉬가 다시 학생으로 첫 강의를 듣기 위해 복도를 걸어갈 때 환상 속의 인물들이 다시 찾아온다. 그는 그들에게 다시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환상의 꼬마 아이를 쓰다듬어 주며 작별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을 영화 속의 다른 인물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처음부터 영화를 봐 온, 그래서 존 내쉬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객들은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 행동이 얼마나 엄청난 노력의 결과이고 의미 있는 것인가를 알고 있다.
정신분열병에 대한 편견 해소를 위해서는 병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이해와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이 필요한 것이다. 영화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누리며 엄청난 산업으로 발달한 것도 이 인간의 공감능력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영화관이라는 특수한 공간 속에서 현실보다 더 짜임새 있게 우리의 감성, 공감능력을 자극하는 영화 속의 주인공들의 심리에 감정이입하여, 울고 웃으며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우리에게 공감=감정이입이라는 능력이 없다면 영화의 감상은 불가능하다.
공감(empathy)이란 선입견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을 상대방의 입장에 두고 느낄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이것은 모든 상담치료의 기본이기도 하다. 공자가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인(仁)이다."라고 말할 때 이 인(仁)이 공감이다. 그러나 이런 공감 능력은 윤리적인 차원에서만 시작된 것이 아니다. 사냥과 자식 양육에 강점을 가진 소규모의 집단생활을 하는 영장류에서 진화한 인간에게 있어 의사소통과 공감 능력은 생존과 직결된 능력이었다.
공감능력이야말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해소를 위한 토대가 되고 또한 우리 자신의 정신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우리가 나와 다른 사람들을 공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얼굴을 가지게 된다.
공감능력과 상호호혜의 규범은 우리의 모둠살이, 사회생활 속에서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열쇠이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도리어 자신이 정신적인 충족감과 위로를 얻는다는 고백을 한다. 행복은 먼 훗날 많은 돈을 벌어 물질적 풍족을 얻었을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닐 수 있다. "하나님은 가장 가난하고 약한 이웃의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신다"고 한 예수님의 말씀처럼 행복은 이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할 때 그 속에서 아이러닉하게 발견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리의 정신건강은 무의식 속에 억압된 여러 가지 것들을 의식 위로 떠올리고 그것을 분명히 확인하고 해결해 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억압되어 전혀 의식되지 못하고 자아와의 연결이 끊어진 콤플렉스들은 우리의 무의식을 헤집고 다니며 마치 하나의 독자적인 생명체처럼 스스로 힘을 키워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그 모습을 들어낸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 감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발견한다. 이유 없이 밉거나 좋은 사람이 있고, 쉽게 사기를 당하거나 자격지심을 느끼는 것이 모두 콤플렉스의 작용이다.
정신치료는 이런 콤플렉스들을 찾아보고 이해하고 그것들이 없애버려야할 대상이 아니라 나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고 또한 그 콤플렉스를 사랑으로 녹여내어 자신과 하나가 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정신분열병의 편견을 없애 가는 과정도 같다. 정신분열병 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작업은 우리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의식화해내는 작업이며 우리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와 피해의식, 환상에서 벗어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신분열병에 대한 두려움이나 편견은 어쩌면 우리 마음 속의 불안이나 피해의식이 투사된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신분열병 환자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그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동시에 우리가 자신의 불안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는 길인 것이다.
영어에서 친구(Friend)와 자유(Free)가 같은 어원에서 생겨난 단어라는 사실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의 친교 속에서만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진실을 암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이주현 (아산시보건소 정신보건센터장)
( 경기도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 정신건강과 문화에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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