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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무더위와 정신건강 ! ( 고려대 의대 이민수 정신과 교수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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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3-06-08
여름철 무더위와 정신건강
이민수 /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정신과
지구가 자전과 공전이라는 회전운동을 하면서 지구상에서 사계절이 생기며 하루의 일주기가 생기게 된다. 지구상에 있는 많은 생물들이 그 영향을 받게 되며 인간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인간의 우울증을 연구하면서 계절변화에 따른 인간의 우울 성향의 악화와 호전을 관찰할 수 있었다. 정기적인 계절성 우울증의 가장 흔한 형태는 겨울 우울증으로 특히 가을과 겨울에 우울 증상을 호소하고 무기력증을 보이는 등 증상의 약화를 보이다가 봄과 여름이 되면 증상의 호전을 보이는 일련의 군이다.
이러한 일련의 환자군에서는 광선치료로서 우울증상의 빠른 호전을 보였다는 연구가 많다. 그러나 계절성 우울증에는 겨울철 우울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매년 여름이면 우울 증상이 심해지고 가을이 오면 조금 호전되는 이른바 여름철 우울증도 있는 것이다.
■ 계절성 우울증의 증상과 치료법
계절성 우울증의 권위자인 미국의 웨어(Wher) 박사가 보고한 여름철 우울증 환자의 예를 보면, 그녀는 45년 동안 반복되는 우울증의 재발로 고통받고 있지만, 15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기분과 늘어짐, 예민함이 평상시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항상 여름이 최악의 계절이었다. 그녀도 자신의 우울증이 여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확신하지는 못했다. 여름 동안이면 그녀는 너무 처지고 가라앉아서 늘 <가을이 오면 할 일이 많으니까 쓸데없는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테고 훨씬 나아질 거야. 그리고 그렇게 되면 다시는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겠지.>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봄이 되면 우울증은 또 그녀를 찾아오곤 했다. 그녀가 웨어 박사를 처음 찾아왔을 때 그녀는 이삼일 전의 증상이 저절로 없어졌다고 얘기하였다.
이것은 수도인 워싱턴 지역에 일상적이지 않은 찬바람이 불어왔던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웨어 박사는 여름의 무더위가 그녀의 우울증의 유발요인이 되었고, 찬바람을 쐬고, 시원한 물에서 수영을 하면 치료가 가능하리라 생각되어 그녀에게 일주일 동안 냉방이 잘 되어 있는 아파트에서 지내고 여름철의 무더위를 피하라고 권유하였다. 그녀는 이 권유를 받아들였고 매우 좋은 반응을 보였다.
대체적으로 여름철 우울증과 겨울철 우울증 환자들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환자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우울증 기간 동안 기력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증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적인 기분의 변화를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뭔가 방해받고 있다고 느끼고 혼자 있기를 원한다. 겨울철 우울증에서와 같이 여름철 우울증 환자의 가족들 중 다수가 기분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우울증 기간 동안 많이 먹게 되고 단 음식과 당분을 찾게 되는 겨울철 우울증 환자와는 달리, 여름철 우울증 환자들은 식욕을 잃고 체중이 감소되는 경향이 있다. 겨울철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 기간 동안 신체적으로 늘어지는 느낌을 갖는데 반해 여름철 우울증 환자들은 흔히 초조감을 느낀다. 또한 여름철 우울증 환자들은 겨울철 우울증 환자들보다 더 많이 자살사고를 보이며 자해할 가능성도 더 높다. 이것은 일반 연구에서 자살율이 봄과 초여름에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에도 잘 나타나 있다.
여름철 우울증 환자들은 자주 그들의 증상이 여름의 더위 때문이라고 말하며 겨울철 우울증 환자들은 그 증상이 광선의 부족 때문이라고 여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추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름보다 겨울을 싫어하고 더운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여름을 싫어한다.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가 계속 더워진다면 앞으로는 여름철 우울증 환자가 더욱 증가할 수 있다.
어떤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여름철과 겨울철에 모두 우울해 진다. 이들에게는 봄과 가을만이 그들이 잘 지내고 있다고 느끼는 기간이다. 이런 환자들은 겨울에는 광선치료로서 여름에는 항 우울제를 투여 받음으로서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 계절성 우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유
어떤 개인에게서 나타나는 기분, 에너지, 행동의 반복성과 주기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생리학의 개척자인 버나드(Benard) 박사는 내적 환경의 향상성을 강조하였다. 여기에는 체온, 체내 화학물질의 농도, 대사속도 등이 포함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내적 환경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생리주기, 한 해의 경과-예를 들면, 온도나 광선의 변화-에 따라 규칙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뇌의 한 부분인 시상하부가 마치 실내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실내온도 감지기처럼 우리가 외부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계절적 변화에 취약한 사람에서는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적합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어 있다.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겨울철 우울증의 경우에는 문제가 눈과 시상하부 사이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여름철 우울증 환자에서는 신체의 열에 대한 반응에 관여하는 신경해부학적인 경로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
몇 가지의 약물이 계절성 우울증의 조절이상을 교정하고 정상기능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개발된 계절성 우울증의 새로운 치료법은 뇌와 신체가 정상적으로 가능하도록 유도하여 신체의 환경을 바꾸어 놓는다. 따라서 밝은 빛에 대한 노출은 광선 부족에 대한 비정상적인 반응을 교정할 수 있고, 주위를 시원하게 하는 것은 고온에 대한 비정상적 반응을 교정할 수 있다.
■ 자살과 폭력은 여름에 발생하기 쉽다
자살이 가장 많은 시기는 언제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겨울의 어둡고 음산한 날이 아니라, 봄과 여름의 덥고 화창한 날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뒤르껭(Durkheim) 박사는 온도보다는 낮의 길이가 자살과 연관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이러한 소견이 낮이 긴 여름동안 사회관계가 증가하는 데 있다고 추정하였다. 인간의 변동주기를 연구한 야쇼프(Aschoff) 박사는 자살율의 계절적 변화가 두 가지의 환경적 요인-기온과 하루 중 낮의 길이-과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성적인 폭력과 계절과의 관계를 연구한 연구자들은 7, 8월에 강간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을 알아냈다. 성폭력의 발생률은 날씨가 더워질수록 많아진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이유가 온도가 체내 호르몬의 분비에 영향을 주어 이런 계절적인 변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실제로 폭력에 큰 영향을 주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계절적인 변동을 보여 여름철에는 정점에 다다르고 인간의 공격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 충분한 휴식과 운동으로 우울증 극복을.....
또 다시 여름이 시작되었다. 우리 모두는 지난여름의 살인적인 무더위를 기억하고 있다. 가전제품 대리점에서는 선풍기와 에어컨이 동이 나고 밤이면 잠을 못 이루고 가족들 모두 한강 고수부지 등에 나와 간신히 밤을 지내고 낮에는 지쳐 늘어져있던 작년 여름 지금쯤이면 스스로 여름을 탄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식욕이 없어지고 몸무게가 감소하고 왠지 초조하기도 하고 늘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일할 의욕이 감소되는 것이 우리가 보통 말하는 여름을 타는 증상이고 심한 경우에는 여름철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을 탈 때는 식초가 들어간 음식을 먹기도 하고 시원한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등목을 하는 등 열을 식히며 여름을 이겨냈다. 가볍게 여름을 탈 때에는 고온의 환경을 피하고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 영양보충을 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 된다. 그러나 여름이면 반복적으로 심한 우울증에 빠져 무기력하고 인생에서 아무런 재미를 느낄 수 없고 체중도 감소하고 죽고 싶은 생각까지 생기는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저온치료-고온으로의 노출을 피하고 냉방된 곳에서 생활하는 것-나 약물치료 혹은 상담치료, 인지치료, 행동요법 등 여러 방법의 치료 중 각 개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권유받아 적절하게 치료받는 것이 최상의 길이라 생각된다.
( 건강길라잡이 정신건강 전문가 컬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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