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참여
영양장애가 어린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민성길 교수의 글 인용)
- 담당부서 :
- 전화번호 :02)2204-0104
- 등록일 :2003-06-08
영양장애가 어린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민성길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정신과
근래 수년간 북한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북한 주민들의 식량부족문제가 전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 역시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식량지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비공식적인 소식에 의하면 북한 주민들 중 배고픔을 못 이겨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어른의 경우에도 배고픔이라는 상황은 육체적 고달픔 외에 심한 정신적 고통을 야기한다. 하물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빠른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들의 경우는 배고픔이 더욱 심각한 문제들을 초래할 것임을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외국의 잡지나 신문에서 키가 자라지 않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북한의 유치원생 사진을 보며 몹시 가슴아파했던 기억이 있다. 과연 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한 뒤에는 어떤 모습이 될까 하는 생각은 향후 통일을 이룩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우리국민들의 큰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 글에서 영양상태가 어린이들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통일 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미리 예측해 보고자 한다.
영양결핍은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인간의 뇌는 출생 시부터 거의 어른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른 신체기관들과는 달리 출생 후에도 많은 변화와 성장을 이루는 기관이다. 즉 인간의 뇌는 출생 시부터 완전한 기능을 수행할 수 없고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구조적, 기능적 성숙을 거듭한 후에야 고도의 인지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으로 발달한다. 이러한 성장은 사춘기까지 계속된다고 최근의 연구들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생후 약4∼5년까지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인간의 모든 정신작용은 뇌의 기능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인간의 뇌 성장이 빠르게 일어나는 어린 시절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뇌의 기능에 문제가 초래되어 결국정신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실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결핍은 출생 전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남녀노소 모두가 식량 부족으로 고생하기 때문에 가임 연령에 있는 여성들도 함께 영양 결핍을 겪고 있다. 영양결핍은 임산부의 태내 아기의 뇌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출생 시부터 위험요소가 많은 상태에서 출생 후에도 계속되는 영양결핍에 의해 뇌 성장과 기능의 분화에 심하게 손상을 받게 된다. 몇몇 연구들에 의하면 만6세 미만에서 심한 영양결핍을 경험한 경우에 아동은 심각한 인지기능의 저하와 언어장애를 보인다고 한다. 또한 출생 시부터 체중이 적은 저체중아에서도 학령기가 되면 주의력이 떨어지고, 충동성 억제가 잘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다. 따라서 영양결핍을 어려서부터 심하게 경험한 북한 아동은 지능이 떨어지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며 여러 가지 충동성, 주의산만 등 행동문제까지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동의 정신적 발달은 일정한 순서가 있으며 각 연령마다 해결해야 되는 과제가 있다. 만일 그 이전 단계에서 어떤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전반적인 적응기능이 더욱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만2∼3세 경우는 대소변 훈련을 통해 정신적 자율성을 어느 정도 획득해야하는 과제가 있는데, 이 시기에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다음 시기에 나타나는 다른 과제들까지 제대로 해결할 수 없게된다.
그러므로 어려서부터 영양결핍에 따른 뇌 기능의 저하로 인해 생의 초기부터 정신적 발달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그 영향이 오랫동안 심지어 평생동안 지속될 수 있다.
영양은 어린이 정서에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뇌기능의 저하 이외에 영양 결핍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회성 발달과 정서적 발달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어릴 때부터 만성적으로 영양결핍을 겪은 아동은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가 저하되어 환경을 활발하게 탐색하지 못하고 주로 혼자서 놀며 환경으로부터 점점 고립된다.
아동의 지적발달과 사회성발달은 타인과 환경과의 활발한 상호작용에서부터 비롯됨을 고려할 때, 영양결핍 아동은 이러한 기회가 생의 초기부터 부족하게 된다. 더구나 주변의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처지에 있으므로 또래끼리의 상호작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게 되어 더욱 사회성발달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아동의 정서발달은 주 양육자인 어머니의 정신건강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들의 어머니 역시 영양결핍에 시달려 육체적, 정신적으로 쇠잔한 상태여서 아동에 적절한 양육을 제공하기 어렵게 된다. 몇몇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을 가진 어머니의 자녀들은 지능이 떨어지고, 공격적이며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한다. 즉 어머니의 적절한 양육이 제공되지 않으면 비록 정상적인 뇌를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행동, 정서적 문제를 보이게 되고 지적인 능력도 저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북한 어린이들은 태내에서부터 두뇌의 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출생 후에도 제대로 먹지 못해 뇌의 성장이 저해되고 더구나 양육환경까지 문제를 보일 소지가 높다. 이런 상황은 결국 다양한 정서적, 행동적 문제가 더불어 저하된 지적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 광범위한 정신건강 문제를 낳게 될 것이다.
깡마른 북한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대부분 이들의 신체적 성장 문제를 먼저 우려하겠지만, 정신적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부끄러운 우리의 과거이기는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전쟁고아들이 한때 미국과 유럽으로 많이 입양되었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영양결핍 상태가 아동의 지적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다시 영양상태가 호전되었을 때 어느 정도 회복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학술지에 발표되었던 적이 있다.
심하게 영양결핍을 경험한 아동은 비록 입양 후 좋은 환경을 제공해도 영양 결핍이 심하지 않은 입양아동에 비해 지능이 다소 떨어진다고 보고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에 참여했던 한국입양 아동의 지능과 적응능력이 정상범위라는 연구결과에 다소 안심할 수 있었다. 이런 결과를 고려할 때, 현대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가급적 빨리 식량이 지원된다면 다시 정신적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 건강길라잡이 정신건강 전문가 컬럼에서 인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가 적용되지 않는 자료입니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