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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안증 에 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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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3-06-30
사회 불안증
<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사회생활이 두렵다 >
서울의 한 증권회사 대리 김모(35)씨는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에서 통원(通院)치료를 받고 있다. 출근 무렵만 되면 긴장돼 소화가 안되며, 아침 업무미팅 때 말이 잘 안나오고 더듬거리는 증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입사 2년 위인 상사(上司)가 유능한 사람이라 그 앞에만 가면 기가 죽고 실수할까봐 두려움을 느껴왔다. 그런데 최근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감원·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면서 증세가 심해져 아침식사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은행원 박모(36)씨는 아예 2주간 이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회의에서 사회를 보거나 업무상 발표할 때가 되면 목소리가 저절로 작아지며 말이 안 나왔기 때문.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 박씨는 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다 그같은 일 때문에 지점 근무를 자원(自願), 지방으로 내려갔다. 2년 전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다시 본점으로 올라왔지만 지난 11월 한 행사에서 사회를 보다 “국기에 대한 경례”라는 말을 못해 행사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이 일로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는 가족과 친지의 권유로 지난달 병원을 찾았다.
“불안해서 사회생활, 직장생활하는 게 두렵고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회 불안증’(social phobia)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경제사정 악화와 맞물려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경쟁심리, 각박한 인간관계 등이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강박관념을 부추겨 사회 불안증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 불안증은 남들이 자신을 유심히 지켜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할 때 지나치게 긴장하고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과장은 “공식적인 자리, 남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 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씩 불안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정상이다. 그러나 불안이나 긴장이 지나치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회 불안증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불안·긴장에 능력 발휘 못해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이홍식 교수는 “사회불안증은 원래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잘 타는 성격에서 잘 나타난다. 그런데 최근 사회적 압력(pressure)이 많아지면서 이처럼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서 사회불안증이 더 쉽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악화, 사회적 불안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같은 불안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사회 불안증이 있는 사람들은 흔히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말할 때 불안을 느낀다. 특히 직장 상사나 평소 자신이 어려워 하던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할 때 잘 나타난다. 또 식당이나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식사를 할 때, 다른 사람 앞에서 수표에 이서(裏書)하거나 사인할 때, 공중전화를 이용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때, 남자의 경우 공중화장실에서 소변 볼 때 등 여러 상황에서 사회 불안증이 일어날 수 있다. 이밖에 이성(異性)을 만나거나 무대에 설 때에도 마찬가지의 불안감이 나타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에는 그런 행동에 전혀 지장이 없고 불안감도 없다는 점이다. 오직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그들이 내 행동을 주시하고 더 나아가서는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평소에 잘 하던 행동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 혼자 있을 때라도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간부 최모(45)씨는 평소 사람 좋고 능력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해 왔다. 그런데 지난 10월 사장을 비롯한 회사 중역들과의 술자리에서 술을 따르다가 손을 떨게 되었고 “내 손 떠는 모습을 회사 사람들이 보고 나를 술꾼이나 못난 사람으로 여기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 이후 손 떨리는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고 급기야 이 핑계 저 핑계로 회식자리를 피하게 되었다. 친구나 가족들 앞에서는 손을 떨지 않고 편했는데 회사 사람들과는 영 불안해져 서울 백병원 정신과를 방문했다.
중소기업 과장인 이모(40)씨는 간부들에게 브리핑을 할 때 목소리가 떨리고 말을 더듬거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정도가 크게 심하지 않아 이런 상황들을 가능한 한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대신시키기도 하면서 지내왔다. 그런데 최근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회사로부터 적극적인 활동을 요구받자 도저히 자신감이 없어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다 비슷한 고민을 한 선배의 충고로 이 병원을 찾았다.
사회불안증 환자들은 예외없이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다.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면 어떡하나, 우스꽝스럽게 보이면 어떡하나, 불쾌감을 주면 어떡하나 등을 끊임없이 걱정하는 것이다. 이홍식 교수는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회 불안증이 쉽게 나타난다. 많은 경우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알코올중독, 약물남용 등에 동반되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 불안증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이를 숨기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사회불안증 환자들은 실제보다 적은 것처럼 보이고, 환자들이 직접 정신과 의사나 임상심리학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일도 매우 드물다. 미국 의학협회의 한 저널에 따르면 사회 불안증의 3% 정도만 실제로 진단되고, 97%는 진단되지 않는 채 지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불안증 환자는 의외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정확한 조사가 없지만 미국의 경우 지난 94년 8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에서 평생 유병률(평생 한번 이상 이 질환을 앓을 확률) 13.3%, 1년간 유병률(1년내 이 질환을 앓을 확률) 7.9%로 나타나 충격을 던졌다. 우울증, 알코올중독과 함께 미국인의 3대 정신질환의 하나로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는 다원화된 사회구조, 복잡·다양해진 대인(對人)관계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프랑스의 경우 평생 유병률이 93년 4.1%이던 것이 97년 9.2%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강섭 과장은 “이처럼 사회 불안증이 크게 늘어나는 데에는 이전에는 병으로 생각지 않았던 것을 병으로 인식하게 됐고, 치료법이 개발돼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한몫 했다”고 설명했다.
사회불안증은 대개 10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발병률에 있어서 남녀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 중에는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많다. 사회가 남자들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강북삼성병원 정신과를 찾은 회사원 최모(31·여)씨는 어릴 때부터 수줍음이 많고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중학교시절 반에서 책을 읽다가 실수를 했는데 옆에 있던 친구로부터 ‘너 얼굴이 빨개졌네’라는 말을 들은 뒤부터 다소 긴장되는 상황이 되면 쉽게 얼굴이 붉어지는 증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2년 전부터 이 병원에서 집단치료 및 약물치료를 받고 올 초부터는 비교적 호전된 상태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얼굴 붉어지고 표정 굳어져
그런데 지난 8월 회사가 부도위기에서 구조조정을 시작할 무렵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고 이전보다 작은 회사로 옮기자 증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회사의 동료들 앞에 서면 얼굴이 붉어지고 표정이 굳어져 회사에 나가기가 고통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오강섭 과장은 “사회 불안증 환자들은 새로운 환경 변화 예를 들면 이사, 전학, 전직(轉職)과 같은 주변 환경의 변화가 있는 경우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은 성격적으로 매우 완벽주의적이며 타인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 변화나 경제적 위치 변화 등에 매우 민감하다.
실제로 그런 변화가 갑자기 나타나면 매우 불안해 하며 얼굴 붉어짐, 떨림, 발한(땀나는 것), 시선공포(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피하는 것) 등 각종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고 말했다.
또 사회 불안증은 연예인 등에게 무대공포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의 유명한 가수 겸 탤런트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는 지난 67년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공연 중 가사를 잊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이후 그는 ‘또 공연 도중 가사를 잊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서 27년간 가수 생활을 하지 못하고 배우생활만 해 왔다. 그러다 이 불안증이 치유된 뒤인 94년 라스베이거스에서 27년만에 컴백 공연을 가지면서 자신의 병력을 공개해 세인(世人)을 놀라게 했다.
이밖에 영국의 유명한 연극배우 고(故) 로렌스 올리비에도 공연 때마다 자기 위치를 찾지 못하지나 않을까, 대사를 잊지 않을까 하는 불안증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사회 불안증의 원인은 아직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결과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학습이 결부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 백병원 정신과 최영희 교수는 “사회 불안증을 가진 사람들의 부모들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의 부모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그런 성향이 없는데도 사회불안증이 나타나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 큰 망신이나 무안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치료는 어떻게?
약물ㆍ심리상담 요법 가능… 인지(認知)행동치료, 효과 좋아
사회 불안증은 약물요법과 심리상담요법으로 치료하게 된다. 약물치료는 최근에 나온 항(抗)우울제나 고강도(高强度) 항(抗)불안제를 사용하며 연주회나 발표와 같은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수행(遂行)불안의 경우에는 20~30분 전에 미리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효과가 가장 잘 확립되어 있는 것은 인지(認知)행동치료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사회 불안증 환자가 지닌 잘못된 사고(思考) 즉, 역기능적 사고를 찾아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논박을 통해 좀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 대치시키고, 행동치료를 통하여 이를 체험화하는 것이다. 환자들이 지닌 불안감은 무능함에 대한 불안이나 무능하게 보이는 데 대한 불안 그리고 중요한 인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안 등이다.
불안감에 의해 실제 상황에서 자주 나타나는 왜곡된 사고를 살펴보면 대중연설 시에는 ‘남들이 무대에선 나를 바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중요한 말들을 잊어버릴 것이다’, 파티나 모임에 가는 경우 ‘내 손이 심하게 떨려서 마실 것을 집을 수 없을 것이다’, 또 데이트를 신청하는 경우 ‘그녀가 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할 것이다’, ‘그녀는 나를 우습게 볼 것이다’ 등이 있다. 사회 불안증 환자들은 타인에 의한 부정적인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즉 사회 상황에 집중하는 대신 자신을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에 따라 자신이 타인에게 줄 인상을 걱정한다. 인정 받으려는 지나친 욕심이 있으면 특정 인상을 만들려는 욕구가 커지고 이것이 다른 요인들 즉 사회기술이 부족하거나 자존심이 낮거나, 결과에 대한 기대가 낮은 경우에 더 악화된다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에는 사회기술훈련, 이완기법, 노출, 인지 재구성 등의 기법이 주로 사용되며 체계적 및 자기조절 탈(脫)감각, 가상(假想) 홍수법 및 기타 불안관리 훈련 등이 있다. 실제 치료상황에서는 치료자에 따라 이들 중 1~2개 또는 여러가지 기법을 혼합하여 사용하며 개인치료와 집단치료로 나누어 시행하는데 집단치료가 장점이 더 많다.
인지행동치료는 치료가 끝난 후에도 치료효과가 급격히 감소하지 않고,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으로 약물치료를 할 수 없는 여성에게 적용할 수 있으며, 약물 남용의 우려가 있는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약물치료보다 치료반응이 늦고 환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해야만 효과적이다.
(최영희 서울 백병원 정신과 교수)
◈나는 사회 불안증인가?
사회 불안증 체크 리스트
다음 각 문항들을 잘 읽고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바를 적절하게 나타내었으면 “예”, 그렇지 않으면 “아니오”에 ∨표를 한다. 한 문항도 빠짐없이 솔직하고 정확하게 답해야 한다.
1. 익숙지 않은 대인관계 상황에서도 편안함을 느낀다.
2. 사교적이어야 하는 자리는 피한다.
3.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쉽게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다.
4. 특별한 사람들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5. 사교적인 모임에서 자주 당황함을 느낀다.
6. 사교적인 모임에서 대개는 편안함을 느낀다.
7. 이성에게 말을 걸 때 대체로 마음이 편하다.
8. 사람들과 잘 알지 못하면 그들에게 말을 거는 것을 피하려 한다.
9. 새로운 사람과 만날 기회가 오면 자주 거기에 응한다.
10. 남녀가 같이 있는 일상적인 모임에서 자주 신경이 예민해지고 긴장된다.
11.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대체로 신경이 예민해진다.
12.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보통 편안함을 느낀다.
13. 자주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싶어진다.
14. 모르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 보통 마음이 편치 않다.
15. 사람을 처음 만날 때 대체로 편안함을 느낀다.
16. 사람들에게 소개될 때면 긴장하고 마음을 졸인다.
17. 방에 낯선 사람이 꽉 차 있을 때도 거리낌없이 들어간다.
18.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다가가서 어울리는 것을 피한다.
19. 윗사람들이 나와 이야기 하기를 원하면 기꺼이 이야기 한다.
20. 많은 사람들과 있으면 자주 마음이 불편해진다.
21. 사람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22. 파티나 친목회에서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23.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좀처럼 편한 마음을 가지기가 힘들다.
24. 사교적인 약속을 피하려고 자주 핑계를 생각해낸다.
25. 나는 때때로 사람들을 서로 소개시켜 주는 책임을 맡는다.
26. 공식적인 사교상의 일은 피하려고 한다.
27. 사교적인 약속이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대개 지키는 편이다.
28.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쉽게 편안해진다.
평가 문항 1, 3, 4, 6, 7, 9, 12, 25, 27, 28은 ‘아니오’로 체크된 개수를 더하고, 나머지 문항들은 ‘예’로 체크된 개수를 모두 더한 점수가 사회 불안증 척도이다. 12점 이하이면 사회 불안증이 없는 것이고, 13~16점은 약한 정도의 사회 불안증, 17~20점은 중간 정도의 사회 불안증, 21점 이상이면 심한 정도의 사회 불안증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창기 주간부 차장대우(ckkim@chosun.com) 기사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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