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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마조히즘, 당신을 조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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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07-20
사도마조히즘, 당신을 조종한다 [한겨레] 변태 성행위가 아니라 연애와 직장에서 나타나는 SM의 세계… 지배와 복종으로 이뤄지는 인간관계 속에 자신을 돌아보라 ‘SM’(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저절로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어두컴컴하고 음산한 침실, 몸매가 드러나는 검은색 가죽옷을 입은 초절정 섹시녀가 한 손에 채찍을 들고 있다. 침대에 묶여 있는 남자는 초절정 섹시녀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날 때려줘! 제발!”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사도마조히스트는 변태 성욕자의 또 다른 이름이다. 냉정하고 신경질적인 애인 그런데 만약 대한민국의 평범한 소시민인 당신 속에도 사도마조히즘이 꿈틀대고 있다면? 당신도 모르게 사도마조히즘이 당신을 지배하고 있다면? 상대방과 신체적 학대를 주고받는 것은 사도마조히즘이 성적으로 나타나는 극단적인 형태의 행동일 뿐이다. 채찍이나 가죽옷이 없어도, 파트너를 때리지 않아도 당신의 마음 한구석에는 사도마조히즘이 자리잡고 있다. 사도마조히즘이 어떻게 당신을 조종하고 있을까. 이제부터 사도마조히즘의 세계로 ‘빠져봅시다!’ 사도마조히즘은 고통으로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을 뜻한다는 이유로 21세기인 지금도 ‘금기어’ 목록에 올라 있다. 사도마조히즘이 문화적 코드나 유머로 쓰이는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하면 우리 사회에서 사도마조히즘의 ‘커밍아웃’은 아직도 먼 나라 얘기다. 그러나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도마조히즘은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 1년여 전부터 인터넷 블로그에 돌아다니고 있는 ‘사도마조히즘 테스트’는 이러한 경향을 보여준다. 이 테스트는 ‘치과의사에게는 특별한 감정이 있다’ 등 말초적인 사도마조히즘을 부각시키는 데 그쳤지만, 이는 사도마조히즘이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증거다. 홍보대행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수진(가명·29)씨는 1년 전 일을 하다가 두 살 많은 회사원 A를 만났다. 김씨가 A에게 넌지시 자신의 감정을 전했고 A도 오케이 사인을 보내 둘은 연애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A는 김씨에게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냉정하게 대했고 가끔은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종종 연락이 안 되기 일쑤였고 약속 자리에도 여러 번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김씨는 A에게 빠져 있었고 A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모두 참아냈다. 그렇게 몇 개월. 이제 이들은 5일장이 서듯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푸닥거리를 한다. 싸움은 항상 A의 신경질로 시작된다. 김씨가 A가 싫어하는 색의 스타킹을 신었거나, A가 싫어하는 행동을 했거나 하는 이유다. A가 화를 내기 시작하면 김씨는 A를 화나게 하는 단어를 몇 개 꺼내놓는다. 언제부턴가 김씨는 어떻게 하면 A를 더 화나게 하는지 알게 됐다. A가 소리를 지르고 김씨가 자신을 탓하며 한바탕 울고 나면 상황은 어느 정도 정리된다. 언제나 먼저 미안하다고 하는 쪽은 김씨다. 김씨에게는 학교 선배인 B가 있다. B는 말 그대로 ‘순정남’으로 2년이 넘게 김씨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씨가 전화하면 언제든 달려오고 김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김씨는 A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도 B에게 푼다. 마치 A가 김씨에게 그러듯, 김씨는 B에게 사소한 이유로 화를 내거나 무턱대고 아무거나 시킨다. 맡겨놓은 것을 찾아오라든지, 자기 기분이 풀릴 때까지 노래를 하라든지 하는 것들을 요구한다. 김씨는 B가 자신만을 바라본다는 것을 안다. 자신이 어떻게 대하든 B는 자신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상처를 주며 쾌감을 느끼다 김씨는 “내가 이중인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A와 B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김씨는 “A가 화를 내면 나는 그를 화나게 한 나 자신을 탓하고 자학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구석이 시원하다”며 “그러나 B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고압적으로 변한다”고 했다. 이어 “가끔씩 A가 내게 하는 행동들을 그대로 B에게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런 상황이 힘들어서 매번 헤어지고 다 그만둬야지 하지만 쉽게 끝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람은 누구나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성향을 갖고 있다.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사디즘과 마조히즘이지만, 사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지배하면서 동시에 복종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학대를 하는 행동에는 학대를 받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다. 심리학자 최창호 박사는 “개인에 따라 사디즘 성향이 강하거나 마조히즘 성향이 강한 사람이 있으며, 둘 다 강한 사람이 있는 반면 둘 다 약해 발현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절대성만큼 상대성도 강하기 때문에 사디스트의 성향이 강한 사람도 상대에 따라 때로는 마조히스트가 된다. 김씨의 오묘한 관계는 사도마조히즘적 심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김씨는 A에게는 마조히스트가, B에게는 사디스트가 된다. 특히 연인의 관계에서 이러한 사도마조히즘은 쉽게 나타난다. 서로 힘의 균형을 맞추는 완벽한 연인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의 연인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의 불균형이 생기기 마련이다. 보통 상대방을 더 좋아하는 쪽이 약자가 된다. 사디즘과 마조히즘은 우월성과 열등성이라는 감정 상태에서 시작한다. 상대방보다 열등하다고 느낄 때 복종하는 경향이 생기고,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느낄 때 지배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도마조히스트는 이러한 지배-복종, 가학-피학의 관계에서 쾌감을 느낀다. 김씨와 A의 사도마조히즘적 관계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A의 명령과 고압적인 언어다. 김씨 커플처럼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 간에는 계속 반복되는 고착화된 행동방식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방식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사디스트는 끊임없이 마조히스트를 지배하고 싶어하지만, 속으로는 마조히스트가 순종하기를 바라는 동시에 게임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도전하기를 바란다. 김씨가 A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기만 한다면 이들의 관계는 이미 시들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씨가 하는 행동과 김씨가 꺼내놓는 언어 속에는 A를 거역하거나 자극하는 것들이 숨어 있다. 김씨의 도전은 이들 관계에 활력을 준다. A 역시 계속 새로운 지배방식으로 김씨와의 관계를 이어나간다. 이 둘은 자신들의 숨겨진 진심을 깨달으려고 하지 않고 그저 사도마조히즘적 행동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쾌감을 주기도 하지만 쾌감 뒤에는 상처가 남는다. 사도마조히스트에게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먼저 고통을 찾아내는 비범한 능력이 있다. 주변에 보면 매번 ‘나쁜 남자’를 만나는 여자들이나 매번 ‘화만 돋우는 여자’를 만나는 남자들 한두 명쯤은 꼭 있다. 이들은 “정말 지지리 복도 없다”고 토로하지만 사실상 이들을 고통의 가시밭길에 들어서게 하는 것은 이들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 사도마조히즘이다. 유아기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 사도마조히즘은 어떤 사람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날까. 심리학자들은 대부분 사도마조히즘을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억에서 찾는다. 아동기 때 어머니나 아버지 등 친밀한 대상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분리시키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개별화하는 단계가 있다. 이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도마조히즘이 고개를 든다. 심리학자들은 “아직 부모에게서 심리적으로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모가 일찍 아이를 떠밀어내면 아이의 불완전한 개별성은 타인에 대한 의존성으로 나타나게 되고 이는 지배하거나 지배당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사도마조히즘적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보다 사디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는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 더 일찍 부모에게서 떨어지기를 강요한다. 사도마조히즘의 중요한 요소인 권력의 불평등의 관점에서 봐도 가정과 사회는 남성에게 더 많은 권력을 준다. 가부장제는 반복적으로 남성에게는 사디스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여성에게는 마조히스트의 위치를 담당하도록 한다. 이에 보통 남성이 여성보다 더 사디스트의 성향을 갖게 된다. 한양대 사회학과 심영희 교수는 “사도마조히즘은 성적이거나 심리적인 것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넓혀 생각할 수 있다”며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연구도 사도마조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인관계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사도마조히즘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직장은 또 다른 방식의 사도마조히즘이 드러나는 곳이다. 직장이라는 한 배를 타고 같은 목표를 향해 가기에 서로에 대한 의존성이 어느 집단보다 높다. 또 인정과 칭찬을 받으며 승진하고 성공하는 데 대한 욕구가 가장 강한 곳이며 지위로 인한 상하관계가 뚜렷하다. 자연스럽게 상사는 명령하고 지배하는 사디스트의 위치에 서게 되고 부하 직원은 복종하는 마조히스트의 위치에 선다. 이 관계는 서로의 위치와 의존성이 들어맞으면 사도마조히즘적 관계를 유지해나가기도 하지만 때론 개인적인 성향과 위치가 부딪히며 마찰음을 빚기도 한다. 회사원 박종석(가명·33)씨에게는 두 명의 상사가 있다. 한 명은 직속 상사인 C차장이며 다른 한 명은 부서장인 D부장이다. C차장은 박씨와 D부장에게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자신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는 D부장에게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도맡아 하는 ‘오케이맨’이지만 부하 직원인 박씨에게는 시시콜콜하게 잔소리를 하고 어떤 일이든 명령만 하는 ‘오더맨’이다. C차장은 D부장에게는 마조히스트이지만 박씨에게는 혹독한 사디스트다. 문제는 박씨의 개인적인 성향이 사디스트에 가깝다는 점이다. 박씨는 학창 시절 늘 누군가에게 일을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역할을 맡아왔고 그럴 때 굉장한 만족감을 느꼈다. 군에 입대한 뒤에도 상병 전까지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병장이 되면서 자신의 위치에 만족해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2년, 아직도 막내 축에 속하는 박씨는 자신에게 언제나 명령조인 C차장과 계속 충돌하고 있다. 박씨는 “C차장이 상사이기에 일을 시키는 것이 당연하지만 누군가의 명령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내겐 너무 힘든 일”이라며 “그래서 매번 C차장과 언성을 높이게 된다”고 했다. 최근 사회·문화가 전반적으로 사도마조히즘의 경향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은 성적으로 나타나는 행동만큼 본능적인 사도마조히즘이 드러나는 곳이다. 최 박사는 “인터넷 댓글문화를 보면 언어를 통해 상대방에게 극단적인 가해를 하고 상처를 입히며 쾌감을 느끼고 거꾸로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의 비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는 사회적인 사도마조히즘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자신을 진단해야 사도마조히즘이 원하지 않는다고 벗어버릴 수 있거나 원한다고 입을 수 있는 옷은 아니지만, 이것이 강박처럼 반복되면 계속되는 상처로 누구나 금세 지쳐버리고 만다. 사도마조히즘으로 인해 자신의 인간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이에 대한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사도마조히즘의 굴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면 먼저 자신이 어느 정도로 사도마조히즘에 조종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감정의 실체를 자신의 의존성이나 독립성 등과 함께 정직하게 이해하면 사도마조히즘의 통제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 사디스트적 지배나 마조히스트적 복종이 둘의 관계를 흔들 때 이를 직시하면 불필요하게 서로를 상처내지 않을 수 있다. 김씨의 경우, 현재 자신과 A가 반복하고 있는 사도마조히즘적 행동이 나타나려고 할 때 가스레인지 불을 조절하듯 서로의 감정을 조절하면 상처를 줄이면서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 또 천천히 자기 속에서 양극화된 의존성과 독립성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연결고리인 의존성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설명이다. 혹시 지금까지 인간관계마다 매번 비슷하거나 정반대의 문제점이 발견돼왔다면, 현재 주변 인간관계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면, 아끼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계속 삐걱거린다면 한 번쯤 진단해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 나, 사도마조히스트인가? 참고한 책: <일상의 권력과 새도매저키즘>(린 챈서 지음, 나남출판 펴냄), <왜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가>(존 먼더 로스 지음, 문학사상사 펴냄), <심리를 알면 궁합이 보인다>(최창호 지음, 푸른숲 펴냄), <사도마조히즘>(에스텔레 V. 웰든 지음, 이제이북스 펴냄) 쾌락 전도사, 사드와 마조흐 사도마조히즘의 두 측면인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기원 사디즘(Sadism)은 타인을 공격하고 고통을 주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성향을 가리킨다. 사디즘의 단짝 마조히즘(Masochism)은 거꾸로 타인에게서 고통을 받으며 쾌감을 느끼는 성향을 말한다. 사도마조히즘은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 심리학적 용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피타고라스의 손에서 시작된 것처럼, 사디즘은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키 드 사드(Marquis de Sade)에서 유래했고 마조히즘은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Leopold von Sacher-Masoch)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1740년 프로방스 지방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사드는 프랑스혁명이라는 정치적 격동기의 시대 상황과 타고난 방탕함 덕분에 생애 3분의 1을 감옥에서 보냈고 5분의 1을 정신병원에서 보냈다. 사드의 대표작은 <소돔 120일>이다. 온갖 종류의 성행위와 가학적 성고문 등으로 가득 찬 이 소설은 그 음란함 때문에 1992년 국내의 한 출판사에서 번역서를 내놓았지만 초판 이상 찍지 못하고 판금됐다. 이후 2000년 다른 출판사에서 이 책의 번역서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 책에는 역자의 이름이 없다. 역자가 자신의 자녀가 이 책을 자신이 번역했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한다고 출판사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사드의 삶은 책 <불멸의 에로티스트 사드>(해냄 펴냄)와 영화 <퀼스> <사드> 등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소설 <소돔 120일>은 이탈리아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에 의해 <살로, 소돔에서의 120일>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1836년에 태어난 자허마조흐는 대학교수와 신문사 편집장 등으로 활동하며 많은 장편과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마조히즘의 어원이 된 소설은 <모피를 입은 비너스>다. 이 소설은 권력이 있고 권위적인 사람의 지배에서 오는 성적 쾌락을 그렸다. 자허마조흐는 실제로 모피를 입은 여인에게 채찍으로 얻어맞기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권력의 절대성을 역설적으로 희화화한 이 소설은 이후 권력과 욕망을 다룬 푸코와 들뢰즈 등 프랑스 사상가들에 의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루 리드, 존 케일 등이 활동한 미국의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1967년 이들의 첫 번째 음반인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에 이 소설을 토대로 쓴 곡 를 수록했다. 사드와 자허마조흐의 이러한 코드를 사디즘과 마조히즘이라는 용어로 발전시킨 사람은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Richard von Kraft-Ebing)이다. 독일의 성과학자인 그는 1898년에 저술한 성에 관한 고전 <성적 사이코패스>에서 사디즘과 마조히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성이론에 관한 3개의 논문>에서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성적 본능의 구성요소라고 명명했다. 가학과 피학이 넘실대는 사무실 [한겨레21 기사 인용] [한겨레] 김 팀장부터 막내 사원까지 마케팅팀 구성원들의 사도마조히즘 관계도… 지배적 사디스트인 최 차장, 마조히스트 위치에서 벗어나려는 김소림씨… 서울의 한 컴퓨터 회사 마케팅팀은 6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진수(가명·42) 팀장과 최지민(가명·여·37) 차장, 고민아(가명·여·35) 차장, 박정환(가명·32) 대리, 홍정수(가명·31)씨, 김소림(가명·여·28)씨 등 6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늘상 내부 갈등이 있는 편이다. 일터에서 사도마조히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팀의 하루를 재구성했다. 사디스트 최 차장, 고 차장에겐 의존적 “자, 오늘 회의 시작합시다.”(김진수 팀장) 오전 9시30분. 김 팀장이 주재하는 회의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회의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점검 등이 이뤄진다. 보통 팀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이 회의를 이끌어가지만 마케팅팀은 그렇지 않다. 김 팀장은 다른 회사를 다니다가 이 회사에 경력사원으로 온 지 이제 1년 남짓 됐다. 김 팀장은 이 회사에 무리 없이 다니고는 있지만 이미 꾸려져 있던 팀에 들어와 팀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힘은 없다. 게다가 김 팀장 자체가 팀원들을 몰아치거나 채찍질하는 성격이 아니다. “일을 이렇게 처리하면 어떻게 합니까? 왜 정환씨는 확인을 제대로 안 해서 꼭 클레임이 들어오게 해요?”(최지민 차장) 프로젝트를 점검하고 상황에 따라 팀원에게 명령을 내리며 안건마다 토나 의견을 다는 사람은 김 팀장이 아니라 최 차장이다. 최 차장은 매사에 목소리가 큰 편이다. 때로는 작은 일에도 팀원에게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상부에 보고를 올릴 때도 김 팀장이 최 차장에게 의견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팀원이 실수를 해도 김 팀장은 먼저 최 차장을 찾는다. “최 차장님, 나가서 커피 한 잔?”(고민아 차장) 오전 10시. 아침 회의가 끝나고 오전 업무가 시작됐다. 마케팅팀은 세부적인 일들을 2~3명씩 맡아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최 차장과 손발을 맞추는 사람은 고 차장과 박 대리다. 최 차장과 고 차장은 입사 1년 선후배다. 입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최 차장과 고 차장은 한 부서에서 함께 일해왔다. 고 차장은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고 차장이 업무 능력에서는 최 차장보다 낫다는 평가다. 언제나 붙어다니는 이 둘 사이에서 최 차장은 거꾸로 고 차장에게 의존하는 편이다. 가족 문제 등 사적으로 힘든 일이 많은 최 차장은 고 차장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이 잦다. 팀원들은 무섭게 명령을 하던 최 차장이 고 차장 앞에서는 순한 양으로 돌변한다고 말한다. “그게 아니라… 예,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박정환 대리) 오전 10시30분. 고 차장 손에 이끌려 커피를 마시고 온 최 차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박 대리를 불러세운다. 일을 할 때마다 최 차장에게 혼나는 사람은 항상 낮은 자세인 박 대리다. 박 대리는 무슨 일이든 자책하는 스타일이다.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최 차장이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한다. 후배들도 “박 대리님은 왜 항상 미안하다고만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최 차장의 모든 스트레스는 항상 박 대리님을 향한 것 같다”고 한다. 박 대리는 최 차장에게 매번 혼이 나면서도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보고는 절대 빠뜨리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엇갈리는 지배와 종속 “김소림씨, 학교 다닐 때 뭐 배웠어? 한글 못 읽어?”(홍정수씨) 낮 12시. 점심시간이다. 주중에는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러 나가는 김 팀장을 제외한 5명은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점심식사를 할 때는 홍정수씨가 말이 많아진다. 홍씨는 막내인 김소림씨와 함께 프로젝트 홍보를 맡고 있다. 2년 동안 팀에서 막내였던 홍씨는 김씨가 입사한 지난해 10월부터 팀내 ‘넘버 5’가 됐다. 김씨가 아직 업무에 익숙지 않아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나 자잘한 실수를 하면 사무실이나 식사 자리에서 놀리듯이 큰소리로 면박을 준다. 김씨가 얼굴을 붉히면 “그랬다고 화난 거야? 그냥 한 말이잖아” 하면서 다시 한 번 비웃는다. “선배님, 저 그렇게 바보 아니거든요?”(김소림씨) 오후 4시.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업무가 한창이다. 홍정수씨는 옆자리 김씨가 홍보대행사와 통화하는 것을 보고 또 한마디 한다. 김씨는 처음 몇 개월은 홍씨의 이러한 행동을 그냥 넘겼지만 최근에는 참지 않는다. 김씨는 팀내 막내이기는 하지만 상사들에게 열등감은 전혀 없다. 오히려 김씨는 팀내 직장 선배들이 자신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 면에서 기대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지난 몇 번의 회의에서 김씨의 아이디어는 김 팀장과 최 차장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김씨는 홍씨의 말에 대차게 쏘아붙이고는 조용히 앉아 있다. 김 팀장은 사디즘과 마조히즘 성향 모두 약한 사람이다. 그러나 팀 전체로 볼 때 팀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사내 위계질서에 따라 어느 정도 사디스트의 역할이 주어진다. 그러나 실질적인 팀장 역할은 최 차장이 맡고 있기에 김 팀장은 최 차장에게 기대고 있는 종속적 사디스트 위치에 있다. 지배성이 강한 최 차장은 김 팀장에게는 지배적 마조히스트, 팀원들에게는 사디스트의 역할을 한다. 김씨가 막내에서 벗어나면… 최 차장은 특히 박 대리에게는 더욱더 지배적이다. 박 대리는 부하직원이라는 위치와 열등감이 많은 성향으로 인해 종속적 마조히스트가 됐다. 그러나 최 차장과 고 차장의 관계에서는 최 차장이 종속적 사디스트다. 팀내 상하지위를 떠나 정신적 의존도로만 볼 때는 오히려 종속적 마조히스트에 가깝다. 직위는 낮지만 고 차장이 거꾸로 최 차장에게 지배적 마조히스트 내지 지배적 사디스트 역할을 하고 있다. 홍정수씨와 김소림씨의 관계에서는 홍씨가 사디스트다. 홍씨는 김씨에게 굴욕적인 언어로 일종의 가학 행위를 즐겨한다. 그러나 김씨는 사디스트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보통 막내들은 군말 없이 마조히스트의 역할을 해내지만, 김씨는 마조히스트적 위치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김씨가 막내인 한동안은 이 둘의 관계가 가끔씩 덜컥거리는 데 그치겠지만, 김씨가 막내 자리에서 벗어나면 이 둘은 더 자주 부딪치게 될지도 모른다. SM 테스트로 너 자신을 알라 [한겨레21 기사 인용] [한겨레] 자신에게 해당되는 문항 체크하고 분석결과를 통해 성향 파악하기… 다른 사람의 시선 의식하지 말고 사디스트는 나쁘다는 편견도 버려라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도마조히즘의 이론만으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한마디를 되새기며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건 어떨까. 다음의 유의사항을 고려하면 좀더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1. 여러 사람이 함께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솔직해지기란 쉽지 않다. 2. 머리로 알고 있는 ‘옳다’ ‘그르다’에 대한 판단 기준을 떨쳐버려라. ‘남을 괴롭히는 사디스트보다 차라리 괴롭힘을 당하는 마조히스트가 정치적으로 옳다’는 식의 고정관념은 이 테스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3.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사도마조히즘은 절대성과 상대성이 공존하기 때문에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다음 ‘가’ 문항과 ‘나’ 문항 중 각각 자신에게 해당되는 문항을 체크하고 체크한 문항의 개수에 따라 자신에게 해당되는 분석결과를 참고한다. 1. ‘가’ 항이 6~12개, ‘나’ 항이 6~12개 - 사도마조히스트 ‘가’ 항과 ‘나’ 항의 항목 중 절반 이상에 해당된다면 당신은 사도마조히스트다.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성향을 모두 높게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배와 동시에 종속의 욕망이 강하고 가학과 동시에 피학의 욕망도 강하다. 상대에 따라 가장 크게 변하는 사람으로 상대방과의 권력 상하관계에 따라 충분히 두 개의 얼굴을 할 수 있다. ‘가’ 항과 ‘나’ 항 모두 10개 이상 해당된다면 자신이 인간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받지 않았는지, 그 상처로 자신을 학대하지는 않는지 천천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간관계뿐 아니라 연애에서도 많은 갈등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성친구가 당신에 대해 혼란스러워하지는 않는가. 당신 스스로 한 단계 ‘워워’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 2. ‘가’ 항이 6~12개, ‘나’ 항이 1~5개 - 사디스트 ‘가’ 항의 항목이 ‘나’ 항의 항목보다 많다면 사디스트의 성향이 더 강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사디스트의 성향이 강한 당신은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자신에게 주도권이 오기를 바란다. 상대방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공격적이라든가, 독선적이라든가 하는 일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에게 명령하고 독설을 퍼부을 때마다 희열을 느끼지만, 사실 당신이 사람들에게 퍼붓는 독설은 결국 자신에게 상처가 된다. 연애를 할 때는 자신과 비슷한 사디스트에게 자석처럼 이끌리겠지만 그만큼 갈등도 많이 생긴다. 그 갈등까지 즐길 자신이 없다면 온화한 성격의 마조히스트를 만나라. 명령과 복종의 관계 속에서 더 마음이 편한 당신, 관계를 파괴하는 정도의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마조히스트와 궁짝이 잘 맞을 수도 있다. 3. ‘가’ 항이 1~5개, ‘나’ 항이 6~12개 - 마조히스트 ‘가’ 항보다 ‘나’ 항의 항목이 많다면 당신은 마조히스트적 성향이 더 강한 사람이다. 마조히스트들은 보통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항상 상처받는 쪽이다. 그래서 피해자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신의 마음속에는 상처받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당신이 상대방을 천천히 자극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자기에게 열등감을 안겨주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1인2역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연애에서는 항상 자신이 불운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당신은 상대방을 위해 하는 행동이지만 상대방은 그런 행동들을 집착이라고 여기기 쉽다. 스릴 있는 연애를 원한다면 사디스트를, 당신과 비슷한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면 마조히스트를 만나라. 4. ‘가’ 항이 1~5개, ‘나’ 항이 1~5개 - 무색무취 ‘가’ 항과 ‘나’ 항이 모두 절반 이하라면 당신은 사디스트적 성향과 마조히스트적 성향 모두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다.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큰 문제가 없다. 사디스트를 만나도, 마조히스트를 만나도 크게 자신의 성격이 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색깔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적다. 그 누구와도 무난하게 만난다. 갈등의 원인도, 증폭기도 아닌 성향은 험난한 세상을 편안하게 살아가기엔 최적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사도마조히스트나 사디스트일 경우 당신을 심심해할 수도 있다. 당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욕망’이다. 원하는 것이 없다면 재미도 없다. 조금 더 ‘본능에 충실해’보자. 참고한 책: <심리척도 핸드북>(고려대학교 부설 행동과학연구소 지음, 학지사 펴냄), (루이스 잰다 지음, 버클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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