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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인권’ 정신병원]인권 사각지대 근본 해소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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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08-07
[‘감금된 인권’ 정신병원] 1. 짓밟히는 ‘뻐꾸기’들 [경향신문 기사 인용] 병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다. 하지만 일부 정신병원은 치료기관이 아니었다. 환자 통제를 위한 자물쇠와 잠금장치가 치료제를 대신한다. 또 병실 구석에 매달린 감시카메라는 의료진을 대신하고 있다. 지난주 전남의 한 정신병원. 정신질환자들이 수용된 폐쇄병동으로 통하는 철문에는 3중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폐쇄병동 안 병실로 들어서는 입구도 마찬가지. 밖에서만 열 수 있도록 2중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다. 병원 관계자는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병실은 땀과 음식 냄새가 섞여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찜통더위 속에서도 가동되지 않았다. 대신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다. 환자들은 창가에 몰린 채 드러누워 있었다. 창가는 병실 내 최고 명당자리로 통한다. 시원하고 바깥 세상을 내다볼 수 있어서다. 어떤 방에는 손발과 머리가 묶인 10대가 누워 있었다. 자해 위험 때문에 묶어 놨다고 했다. 소년의 양팔은 침대 난간에 꽁꽁 묶였다. 머리와 다리도 각각 위 아래 침대 철 난간에 묶여 있었다. 같은 방의 환자는 “병원에서 하루종일 이렇게 묶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소년이 있는 곳은 ‘보호실’. 세상과 소통하는 끈은 아무 곳에도 없다. 별다른 치료도 없다고 했다. 사지를 묶어 놓은 하얀 끈이 유일한 치료제다. 이 병원의 적정 수용환자 인원은 120명. 그러나 실제는 300명 넘게 있었다. 이러다보니 환자들은 침대에서 자질 못한다. 맨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취침하고 있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27, 28일 전남의 한 정신병원을 방문,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와 조사관 취재를 토대로 당시 현장을 재구성한 것이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 집단생활시설의 인권 사각지대를 고발하는 기획의 일환으로 정신병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6일 “정신병자를 뜻하는 이른바 ‘뻐꾸기’들에게는 치료뿐 아니라 최소한의 인권보장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침해구제3팀 백선익 조사관은 “병원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감시카메라를 달아놨는데 화장실에서 용변보는 모습까지 촬영이 가능한 장소에 설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 재활을 위한 각종 치료 프로그램도 허술했다. ‘그림치료’는 간단한 그림 그리기였고, ‘음악치료’는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것이었다.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외출이나 산책은 말 잘 듣는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제공되는 ‘포상’ 개념으로 활용됐다. 치료 명목으로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입원 전 건축 공사장에서 일했다는 나모씨(49)는 “밖에서는 일당 8만원짜리 일인데 요양원에서는 하루 3,000원만 주고 일을 시켰다”고 말했다. 병원의 열악한 치료실태가 외부로 공개되지 않도록 서신 검열과 전화 통제는 물론 수시로 몸수색도 이뤄진다. 교도소 감방 못지않다. 이 병원 300여명 환자를 돌보려면 최소 5명의 의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2명뿐이었다. 그나마 의사 얼굴은 보기 힘들다. 환자들에게 의사는 병동에 ‘일’이 생기면 가끔 오는 존재로 각인돼 있었다. 정신질환자 ‘묻지마 이송’도 문제 알코올 중독 환자인 유모씨(52)는 지난해 10월 갑자기 들이닥친 사설 응급구조단에 의해 강제로 응급차에 태워졌다. 건장한 남자 2명이 유씨 집으로 찾아와 “경찰관인데 조사할 게 있으니 문 좀 열어달라”고 했다. 경찰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 유씨가 문을 열어줬지만 이들은 경찰을 사칭한 한국응급구조단원이었다. 구조단원 박모씨(58) 등은 “부인과 딸이 당신을 정신병원에 넣어달라고 하니 같이 가자”고 재촉했다. 술 문제로 가정 불화가 있긴 했지만 병원까지 갈 정도는 아니라고 거부하자 이들은 곧바로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발을 걸어 유씨를 넘어뜨리고 목을 조른 뒤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팔과 다리에는 포승줄이 감겼다. 유씨는 응급차에 실렸고 충남 공주의 한 정신요양원으로 옮겨졌다. 이 대가로 박씨는 유씨 부인(42)에게서 25만원을 받았다. 이처럼 환자 보호자만의 동의로 정신질환자를 태워 치료 및 요양시설에 입원시키는 행위는 위법이다. 입원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감정결과가 있어야 하고 응급상황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경찰이나 소방관의 동의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법적인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보호자들은 환자를 한시라도 빨리 격리시키고 싶어하고 구조단은 이송에 따라 ‘수입’이 생기기 때문이다. 구조단은 환자를 이송할 때마다 병원측으로부터 별도 사례금을 받는다. 알코올 중독 등 단기 환자에 대해서는 10만~20만원, 장기치료 환자는 50만원가량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호자 확보가 힘든 행려환자까지 구조단이 실어나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원 역시 수입원이 되는 입원 환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보호자와 구조단, 병원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환자들의 인권은 무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신병원 방장 ‘독재자’ 군림 <b>가둬놓고…</b> 정신병원에 입원한 한 환자가 어두컴컴한 방에서 쇠창살 너머의 밝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치료를 위해 ‘격리’된 정신질환자는 외부와의 소통은 물론 가족들의 도움을 바랄 수도 없다. 병실 밖으로 나가는 산책은 하루 30분이 전부다. 나머지 시간은 다른 환자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 이 때문에 폐쇄병동의 권력관계는 내부 구성원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고 폐쇄성으로 인해 권력의 힘은 절대적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6일 “병동내 응급상황과 위험요소에 대처하기 위해 고용된 병원측 감시자가 ‘보호사’라면 ‘방장’은 같은 환자 신분으로 환자를 통제하는 비공식적인 권력”이라고 말했다. 통제는 산책을 허용하고 담배를 피우는 자유를 보장하거나 이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당근과 채찍’을 모두 쥔 보호사는 ‘방장’을, ‘방장’은 다른 환자를 제어하는 식으로 통제 사슬이 형성된다. 보호사의 권한은 막강하다. 폭력이 가해져도 환자들은 아무말도 못한다. 주로 건장한 남성들로 구성된 보호사들은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며 전권을 행사한다. 환자 김모씨(50)는 지난 6월 동료 환자의 담배를 훔치다 보호사에게 걸려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팔목과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해당 보호사는 “김씨가 넘어지면서 침대와 관물대에 부딪혀 다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김씨가 15분간 보호사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현장을 목격한 동료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 수사는 단순한 ‘방문’에 그쳤다. 인권위 관계자는 “병원을 방문한 경찰은 피해자인 김씨와 가해자인 보호사를 만나지도 않은 채 병원측 관계자의 설명만 듣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김씨를 가해한 보호사는 병원에서 일한 지 불과 4개월,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보호사 눈에 벗어나면 산책은 꿈도 꾸지 못한다. 흡연도 “병원은 금연시설”이라고 불허하면 그만이다. 외부와의 통화도 보호사가 쥐고 있다. 인권위가 방문한 전남지역의 또 다른 병원에는 각 층마다 공중전화가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전화기는 평소에는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주말 오후 7시30분부터 9시까지 제한적으로 통화가 가능하다. 보호사가 통화내용을 지켜보고 있으며 ‘위험수위’ 발언이 나오면 통화는 즉시 금지된다. 한 환자는 인권위 조사관과의 인터뷰에서 “보호사가 통화비로 300원을 준다. 그것도 잘보여야 받을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b>묶어놓고…</b> 침대 다리에, 창문틀에 손과 다리가 묶여 있는 수용자들. ‘안전조치’ 란 명목으로 환자들의 사지를 묶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권위 제공> ‘방장’도 병실 안의 실질적인 권력자로 군림한다. 15~20여명 단위로 입원한 병실의 방장은 비교적 증세가 경미한 알코올 중독환자나 의처증, 우울증 환자가 맡는다. 보호사를 대신해 환자들을 감시하고 식사 배급 등을 돕기도 한다. 특히 방장은 환자들의 기호식품인 담배와 커피 등을 관리하는 책임자여서 환자들이 자연스레 방장 말에 복종하게 된다. 심각한 정신질환자의 경우 방장의 통제에 잘 따르지 않는 일도 생기지만 이 과정에서 방장의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한다. 방장은 병실안 실세이기 때문에 시원한 창문가나 TV 앞 등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병원에서 지급하는 물건을 환자로부터 빼앗기도 한다. [사설] 인권 사각지대 근본 해소책 없나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이 인권 사각지대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폐쇄공간에서 신체자유의 억압이나 사생활 침해, 성폭행 등의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고 1980년대 이후 여러 차례 언론에 고발 보도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떨까. 누차 문제가 지적됐으면 나아질 법도 한 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말 전남의 한 정신병원을 방문해 실시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과거 인권침해 사례와 무엇이 다른 지 분간이 안갈 정도다. 이 병원에선 자해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환자의 팔과 머리 다리를 하루종일 꽁꽁 묶어놓고 있었으며, 화장실에까지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외부와의 전화통화를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환자를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는 의사가 5명이 필요했지만, 2명밖에 없었고, ‘방장’이란 이름으로 환자가 환자를 통제하는 수법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 요컨대 환자의 인권이 존중되는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보건당국은 그동안 무얼 하고 있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신병원의 운영은 특성상 전문의의 판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국의 지도감독이 필수적이다. 환자의 입·퇴원에서부터 치료환경, 환자의 일상생활, 격리나 강박 같은 통제조치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의사의 재량에 달려있다. 전문의의 판단과 결정이 환자의 인권을 충분히 감안한 끝에 나온 것인 지, 과연 치료목적에 부합한 것인지 당국이 아니면 감독할 곳이 없다. 그런데 경찰에서 비리를 적발하는 것 외에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제대로 정신요양시설에 메스를 들이댄 적이 있었는 지 모르겠다. 복지부는 2005년 10월과 지난 6월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환자를 격리시키거나 묶는 등의 신체적 통제는 본인이나 타인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현저히 높고, 그외 방법으로 위험을 피하기 곤란할 때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치료목적상 필요하지 않은 데도 격리나 신체적 통제가 현실로 벌어지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개정안이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복지부는 이번 인권위 조사를 계기로 정신질환자의 인권문제가 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소책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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