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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인권’ 정신병원] 3. 병원인가 감금시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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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6-08-10
[‘감금된 인권’ 정신병원] 3. 병원인가 감금시설인가
[경향신문 기사 인용]
전남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한 박모씨(47)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있는 게 아니다. 입원생활만 벌써 16년째. 그는 병원에서 ‘장기수’로 통한다. 장기수라는 말에는 타의에 의해 강요된 환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생의 황금기를 빼앗긴 그의 사연은 ‘멀쩡한 사람도 바보로 만든다’는 정신병원의 어두운 그늘을 잘 보여준다.
병원에 들어오기 전 ‘사회’에서 박씨는 새시업자였다. 공사 대금을 받으러 갔다가 강도를 당해 실신했다. 깨어난 후 박씨는 정신분열 증상을 보였고 가족은 그를 전남의 한 국립병원에 입원시켰다. 이때가 1990년. 국립병원에서 3년간 머문 후 박씨는 인근의 한 정신요양원으로 옮겨졌다. 요양원에서 박씨는 ‘남편’이 됐다. 여성환자와 결혼하면 요양원 밖에서 통원하며 지내게 해주겠다는 요양원장의 제안에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통원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부인 때문에 요양원을 떠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또 다시 12년이 흘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요양원을 찾아온 아버지를 따라 현재의 병원에 입원했다. 이렇게 박씨는 요양원과 병원을 전전하며 16년간 사회와 격리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는 “아버지 동의가 있어야 퇴원이 가능한데 아버지가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신보건시설에서 박씨 같은 ‘장기수’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정신보건법의 맹점 때문이다.
정신보건법 23조에 따르면 본인 의사에 의한 입원환자는 퇴원이 자유롭다. 그러나 비자발적 입원환자라면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 같은 법 24조에는 의사의 진단과 보호의무자 동의서가 있어야 입원과 퇴원이 가능하다. 환자 본인이 퇴원을 하고 싶어도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없으면 퇴원이 불가능하다. 보호의무자 동의서가 환자를 의료시설에 ‘구속’시킨 후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정신질환자 대부분은 본인이 아니라 타인에 의한 입원이 많아 장기입원이 양산되고 있다. 2005년 현재 자의 입원 환자는 9.7%에 불과하다. 반면 가족(77.4%)과 지방자치단체장(11.7%) 등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89.1%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29.6%(1999년 기준)인 일본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수준이 최고인 영국과 독일은 10% 이하다.
게다가 보호의무자의 범위를 법으로 정해놨지만 무자격자가 보호의무자를 대신하는 게 비일비재하다. 이혼한 배우자, 양아버지에서부터 양로원 간호사, 환자 보호자가 알고 지내는 사찰 주지와 목사, 마을 이장 등 전혀 연고가 없는 이들까지 보호의무자로 둔갑돼 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하는 당일 동의서를 급히 만들어내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분실했다고 핑계를 댄다”면서 “환자의 입·퇴원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서류가 병원에서는 가장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조사를 나가보면 환자들이 ‘이거 조사하면 퇴원할 수 있나요. 언제 나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꼭 한다”면서 “오히려 병원에서 병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2005년 현재 정신보건시설에 재원 중인 환자는 6만7천8백95명. 교도소 재소자보다 많은 수치다. 교도소 재소자는 무기수나 사형수를 제외하고는 사회로 복귀할 날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정신보건시설의 환자는 ‘퇴원’ 날짜조차 기약할 수 없다.
[‘감금된 인권’ 정신병원] 갓 출산 산모 이틀간 묶어놔
[경향신문 기사 인용]
대전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김모씨(여)는 2004년 2월 입원 후 퇴원까지 불과 20여일 동안 10차례나 ‘강박’과 보호실 격리치료를 받았다.
다른 환자들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김씨가 떠들어 환자들간 마찰이 심했고 이를 제지하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저항하며 업무를 방해하는 등 ‘문제환자’여서 어쩔 수 없이 조치를 취했다는 게 병원측 설명이다. 정신병원은 환자의 증상이 본인과 주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을 때 격리나 강박을 통해 행동을 제약할 수 있다.
강박은 손목이나 발목을 강박대(끈 또는 가죽)로 고정시키는 등 환자의 신체를 제한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강박이 편의주의로 흐르면서 치료개념을 상실, 인권침해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김씨의 경우도 그중 하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김씨의 진정을 접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씨는 2월25일 오후 1시30분부터 27일 오전 10시15분까지 40시간45분을 묶여 있었다.
또 3월2일 오후 6시30분부터 또 다시 40시간가량 강박당했다. 이 기간 중 김씨의 몸에는 대형 기저귀가 채워졌다. 병원측은 “환자에게 소변기를 대주면 소변을 보지 않고, 변기를 빼면 소변을 보겠다고 하는 행동이 반복돼 기저귀를 채웠다”고 인권위에 해명했다. 강박 당시 김씨는 아이를 출산한 지 불과 2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산모였다. 인권위 관계자는 “갓 출산한 환자에게 40시간 이상 강박하는 것은 가혹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강박이나 격리 기간에는 시행일지를 작성, 환자의 증상과 경과를 기록해 신체에 무리가 가는지 여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그러나 김씨가 입원한 병원에서는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2차례에 걸쳐 80시간을 강박했지만 병원은 8회만 한 것으로 간호기록을 작성했고 혈압수치를 기록하는 정도의 단순관찰에 그쳤다.
같은 병원의 황모씨도 같은 해 8월31일부터 꼬박 이틀가량 강박조치를 당했다. 강박이 해제된 지 4일 후에는 139시간 동안 격리조치되기도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치료 목적으로 강박이나 격리가 행해지고 있지만 치료 개념은 상실한 상태”라며 “근본적 대책 없이 편의주의로 자행되는 엄연한 인권침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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