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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인권’ 정신병원]2. 돌고도는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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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6-08-10
[‘감금된 인권’ 정신병원]2. 돌고도는 환자들
[경향신문기사 인용]
알코올 중독자인 김모씨(44)는 정신병원에서 소위 ‘회전문 환자’로 통한다. 이는 최초 입원한 정신병원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의 다른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를 뜻한다. 김씨가 전남 벌교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한 건 2004년 4월. 김씨는 이후 2년간 담양과 해남, 광주 등 4개 지역을 떠돌며 5개 정신병원을 옮겨 다녔다. 전원(轉院)이 있는 날 아침에는 옮겨갈 병원에서 보낸 응급차가 병원 앞에 대기한다. 전원은 입원한 지 5~6개월이 경과할 때마다 주기적으로 이뤄졌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계속 입원을 해야 할지, 퇴원을 해도 되는지를 6개월에 한 번씩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판정을 받는다. 김씨가 ‘이삿짐’을 싼 시기는 이같은 심판위원회 판정을 앞두고서다. 결국 김씨는 입원 후 퇴원 여부를 심사할 기회를 한 번도 갖지 못한 채 2년4개월을 속절없이 정신병원에서 보내고 있다.
김씨는 “퇴원 뒤 다른 병원에 재입원하기 위해서는 매번 보호자동의서를 새로 받아야 하는데, 먼저 입원을 시키고 나중에 팩스나 우편으로 동의서를 받는 편법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측이 임의로 전원 조치를 해 심판위원회 심사에서 배제되는 바람에 사회에 나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류상으로만 입·퇴원이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임모씨는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 10년가량 입원하고 있는 장기 환자다. 그러나 서류상으로는 퇴원처리가 된 후 재입원한 환자로 둔갑돼 있다.
또 다른 부산의 정신병원은 노숙자 출신의 행려환자를 같은 의료재단 내 자매병원에 재입원시켰다. 재입원에 대해 보호의무자에게 동의서를 받았기 때문에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행려환자의 보호의무자는 해당지역 지방자치단체장. 그런데 재입원을 시키는 과정에서 병원측은 단체장과 재입원에 관한 면담을 하지 않았다. 담당의사가 ‘치료 중 환경변화를 위해 전원이 필요하다’고 소견서를 작성, 지자체에 통보하면 전원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환자 본인의 동의는 생략됐다.
이처럼 정신병원이 주기적으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입·퇴원 조치를 반복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환자 보호자의 요구가 크다. 환자를 퇴원시키라는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결정이 나도 보호자가 환자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의 70%가 의료급여 1·2종의 혜택을 받는 극빈층으로, 이들은 퇴원 이후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 정신병원의 한 관계자는 “데리고 나가서 보호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 계속 입원을 시켜달라는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유는 정신병원의 수입구조 때문이다. 환자 70%가 극빈층인 만큼 정부는 이들이 입원한 정신병원에 하루 3만원씩의 지원금을 준다. 6개월이 경과하면 지원금의 3~6%가 삭감돼 지급된다. 이처럼 줄어드는 지원금을 피하기 위해 ‘환자간 신·구 교대’가 이뤄지는 것이다. 결국 병원의 수익과 보호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앙정신보건지원사업단 서동우 연구위원은 “단순한 퇴원조치로 ‘밀어내기’만 하면 재입원과 회전문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위원은 “환자 보호자의 대다수인 부모가 사망하고 나면 형제나 친척이 돌봐야 하는데 그들에게 보호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개인이 아닌 정부가 나서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금된 인권’ 정신병원]정신병·의원 급증
7일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는 2000년 5만7백38명에서 지난해 6만2천1백17명으로 늘었다.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정신보건시설도 자연스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정신과 의원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신과 의원은 2002년 623개에서 2003년 659개, 2004년 671개, 지난해 718개로 계속 늘고 있다.
종합병원에 설치된 정신과도 2002년 156개에서 2005년 168개로 소폭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정신보건팀 관계자는 “정신과 의원이 증가한 것은 병원급 정신과에서 진료하던 의사들이 의·약분업 시행으로 개인병원을 개업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신요양원이 정식의료기관으로 승격되면서 정신병원의 증가세를 부추겼다.
2004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요양시설 양성화 정책’으로 요양원을 정신병원화시키면서 최근 2~3년간 요양원이 병원으로 많이 바뀌었다.
여기에는 환자 증가세도 있지만 안정적으로 지원되는 정부의 의료보험 수가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하는 환자의 80%가 의료급여 1·2종 대상자일 정도로 빈곤층이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요양원 시절에는 매월 30만원의 생활비 지원을 받는다.
반면 요양원이 정신병원으로 승격된 후에는 생활비가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에서 수가를 보전받는다. 금액은 1인당 하루 3만원, 월 90만원이다.
게다가 정부는 요양원이 병원으로 전환할 때 병원급 시설을 갖추도록 공사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감금된 인권’ 정신병원]환자검증 ‘무용지물’
정신질환자들 사이에서 ‘퇴원’은 하늘의 별따기로 통한다.
정신질환자의 퇴원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 장치가 갖춰져 있지만 사실상 의사의 주장이 주로 반영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보건법에는 환자 입원기간이 6개월 경과할 때마다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서 퇴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심사는 강제입원이나 가족동의 등 환자 본인이 아닌 타인의 동의로 입원한 환자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16개 광역자치단체마다 위원회를 구성, ‘억울한’ 정신병자가 없도록 매달 심사를 하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광역자치단체별로 심사하는 환자 숫자에 비해 심사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가 많은 광역시의 경우 한 달에 800여건의 환자를 심사한다. 그러나 심사시간은 불과 2시간 남짓. 제대로 된 면접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의사의 주장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다보니 환자의 의사는 무시되기 십상이다.
2004년의 경우 7만5천7백80건의 심사가 이뤄졌지만 퇴원 결정이 난 것은 불과 2.2%였다. 나머지 7만4천99건은 계속 입원을 해야 한다고 결정됐다. 퇴원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려운 셈이다.
그나마 위원회 결정은 번번이 무시되기 일쑤다. 위원회가 퇴원결정을 내려도 일선 병원에서는 서류상으로만 퇴원조치하고 실제로는 계속 입원시키는 경우가 많다.
2003년 4월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강모씨와 이모씨는 퇴원판정을 받았지만 각각 5일과 7일 뒤에 재입원했다. 강씨 등의 부모는 병원에 위탁보호각서를 제출했고 병원은 퇴원시키지 않고 계속 이들을 데리고 있었다. 집으로 데려온 뒤 또 다시 자녀가 가출, 노숙자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정이라는 게 부모의 항변이었다. 정신병원에 팽배한, 가족과 병원의 편의주의에 환자들의 인권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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