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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에 사로잡힌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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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6-08-14
[아침논단] 휴대폰에 사로잡힌 사회
( 조선일보 기사 인용)
▲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
얼마 전 우리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4000만 명에 거의 도달했다는 정보통신부의 발표가 있었다. 꼭 이러한 발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을 겪은 지 오래다. 방학 동안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과 이를 말리는 어머니들의 신경전이 전국의 가정마다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이동통신과 IT분야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이미지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이득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동통신과 IT 분야가 우리 사회와 개인에게 광범위한 문화적 변화를 급격히 몰고 온다는 사실에는 우리 모두가 둔감한 것 같다. 우리의 테두리를 벗어나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더 뚜렷이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초래하는 문화현상들을 볼 수 있다. 지난달 세계 영유아정신의학회 참석차 파리에 머문 필자는 너무 느린 인터넷 때문에 짜증이 나서 사용을 포기했다. 다른 학자들도 불편함을 호소했으나 프랑스측 학회장의 공식적 설명을 듣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스도 정부 차원에서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는 사업을 수년 전 시도했으나 많은 학자들의 반대로 인해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다. 빠른 인터넷 접속이 필요한 연구소나 비즈니스 센터 이외의 지역까지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 불건전한 정보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없고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중독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며 정부의 정책을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급속한 테크놀로지의 발달을 허덕이며 쫓아가는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반응이다.
이동통신과 IT가 변화시킨 문화 영역은 다양하지만 특히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 영역과 정보공유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하였다. 언제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일방적 의사전달도 손쉽게 되므로 무척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좀 더 참고 기다릴 상황에서도 빨리 통화가 안된다고 짜증을 내게 되고,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자기 의사만 전달하고 끝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상대방과 감정을 교류하면서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 방식보다는 일방적이고 단편적이며 상당히 거친 자극적 표현이 허용되는 의사소통에 익숙한 채 자라고 있다.
아직 체계적인 연구 결과는 없으나 이러한 경향은 대인관계 형성 능력에 무척 부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친구들에게 통화를 해대고 문자메시지에 회답을 하지 못하면 초조해하는 현상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성인들 역시 자기도 모르게 인터넷에 접속하여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정보를 보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한심하게 생각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이동통신과 IT 발달이 초래한 개인과 사회의 문화적 변화를 하루 빨리 직시해서 부정적 변화는 최소화하고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시급하다. 아직까지 이동통신과 IT 발달로 초래된 사회문화적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부족하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므로 지금 시작해도 늦은 감이 있다. 이 결과들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고 일반 국민들에게 알려서 새로운 문화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외국에서는 자기 조절력이 약한 사람들과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초고속 인터넷 보급마저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는 상황인데 왜 우리는 이렇게 대책 없이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우리의 귀중한 정신문화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신의진·연세대 의대교수·소아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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