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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감금 없어도 시설은 반인권적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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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6-08-19
폭행, 감금 없어도 시설은 반인권적 공간입니다
[프로메테우스 기사 인용]
△ 밤 늦은 시각. 성람공투단 소속 회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탈 시설`과 `자립생활`을 위해 싸우고 있는 김정하 활동가 인터뷰 ①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기자] 장애인 등 생활시설 생활자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시설운영 비리. 하루 이틀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반복되는 시설의 문제를 끊기 위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종로구청 앞에서 성람재단 비리척결을 위해 20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의 김정하 활동가를 만나 사회복지시설의 문제점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 편집자 주 -
김칠준 변호사는 지난 2004년 한 토론회에서 장애인생활시설이 인권침해의 온상임에도 이유에 대해 정부, 일반국민, 시설운영자, 장애인의 가족 등 ‘4자간의 침묵의 카르텔’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1. 정부는 거액의 예산을 들이거나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지 않고서도 장애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설의 인권침해문제를 외면한 채 침묵하고 있고 2. 일반 국민은 손쉽게 별다른 부담없이 장애인들을 우리 주변으로부터 격리할 수 있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다. 3. 시설운영자는 사회적으로 아무런 관심과 지원이 없는 어려운 상태에서 그나마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해왔다는 동정론에 기대며, 장애인들을 영리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4. 장애인의 가족은 국가의 지원이나 보조가 없는 상태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장애인 가족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칠준 변호사의 이 ‘4자간의 침묵의 카르텔’은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사업으로 진행된 ‘장애인생활시설 생활인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참가했던 연구자들의 조사결과 발표문에도 인용됐다. “4자간 침묵의 카르텔은 장애인을 시설로 내모는 결과를 만들었고, 시설에서 장애인이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 보장은커녕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에 처하게 한 총체적인 요인이다. 이 침묵은 각각 다른 이유처럼 보이지만, 나와 다른 모습을 무능력 또는 부적응으로 부르며, 그 사람들은 시설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출발했다. 따라서 시설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침묵의 카르텔’을 공고히 해온 것이다.”
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위하여
장애인 등 생활시설 생활자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시설운영 비리는 하루 이틀 제기된 문제들이 아니다. 매년 수차례씩 자극적인 내용의 보도가 뉴스화면을 장식한다. 매년 모 시설 원장은 장애여성인 생활자를 성폭행하고, 아이들을 방안에 가둬놓고 폭행한다. ‘불쌍한 장애인들, 어린이들에게 그런 몹쓸 짓을 하고도 당신이 인간이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곧 이어 시설장이 구속된다. 그렇게 그 시설의 문제는 덮어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시설 장애인이 성폭행을 당하고, 죽어나갔다는 뉴스가 반복된다. 그러면 또 다시 ‘비난여론’이 들끓고, ‘문제시설장이 처벌’되는 과정이 공식처럼 반복된다.
이제 반복되는 이 ‘시설’의 문제를 끊어내기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 이들은 사회복지시설 13곳을 운영하고 있는 성람재단에서 발생한 비리문제를 해결할 것과 이러한 시설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달 26일부터 종로구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으니 벌써 농성 20일째다. 무더웠던 지난 3일 밤,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전 조건부신고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공대위) 김정하 활동가를 만나 사회복지시설과 싸움에 나선 이유를 들어봤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의 문제가 많은 탓인지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히 들어보자. 김칠준 변호사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권침해의 온상인 시설이 유지되는 데에는 ‘우리’의 책임도 있다.
장애인생활시설이라는 곳
프로메테우스 :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 프로젝트로 진행된 ‘장애인생활시설 생활인인권상황실태조사’에 참여하셨는데요.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우리나라 장애인생활시설의 문제점은 뭔가요?
김정하 : 작년 연구 프로젝트를 하면서 장애인생활시설 22곳, 총 235명의 심층면접을 했어요. 질문이 18가지 항목으로 세세히 분류하면 100가지가 넘었는데, 내용이 기본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인권침해가 있는가를 기본으로 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자기 존중과 자기결정권이 얼마나 보장되느냐를 중요한 척도로 삼았습니다. 특히 일상생활이나 자기 선호도, 자기의 꿈과 이상에 대해 생활인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 받는 시스템인가를 조사했습니다.
조사결과, 자기결정권 보장 항목의 퍼센트가 평균 30%가 안 됐어요. 거의 바닥 수준이라고 보면 돼요. 아침에 눈떠서 밤에 잘 때까지 혹은 잠자는 그 시간까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고, 시설 안에서 자기 존중이라는 것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장기 시설생활자의 경우, ‘시설병증후군’이라는 게 있어요. 시설병증후군은 외국에서 먼저 나온 말인데, 시설생활을 오래 하면서 생긴 증후군으로 무기력하고 자기 존중이 없고, 꿈과 이상이라는 것이 없이 그저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수동적 인간으로 변해가는 겁니다.
생활자들이 저희가 ‘뭘 좋아해요? 뭘 하고 싶으세요? 당신의 꿈이 뭐예요?’ 라고 물을 때 가장 당황스러워 하고, 못 알아들으셨어요. 자기가 뭘 좋아한다거나 무언가를 선호하는 것 자체가 통제돼 있는 거예요.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그런 것 없어요. 왜냐하면 주는 대로 먹어야 하니까.’, ‘어떤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세요?’ 어리둥절해 해요. 왜냐하면 주어진 옷을 항상 입었기 때문에 자기 스타일 그런 게 없어요. 머리도 깎아 주는 대로 깎고, 정말 심한 데는 하루 종일 방안에 갇혀 있는 곳이었고. 그나마 나은 곳은 몇 십 명이 한 방에 모여서 한 티비를 보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니까 티비 채널권 같은 건 없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뭐냐 이런 질문은 성립할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그나마 잘돼 있는 곳은 일부 복지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곳이었고, 아주 소규모로 5명 정도가 사는 그룹홈 같은 경우는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룹홈은 일부러 포함해 조사했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경우였던 거죠. 그런 경우는 극히 일부인 거죠.
우리가 조사한 대상은 주로 미신고 시설이었다가 복권기금을 대폭 지원받아서 건물을 신축하고 신고시설로 전환한 곳이었는데 그런 시설들 같은 경우 대부분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기본이고, 일하는 직원도 없거니와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하루 종일 티비 보거나 무기력하게 앉아 있거나 하는 것이었어요. 단 여기서 장애가 좀 경해서 노동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노동착취를 당해요. 원래는 생활보육교사라는 직원들이 해야 하는 역할들, 중증의 다른 생활인들 활동보조에서부터 시작해서 가사노동 등 각종 작업 활동에 동원되고, 이렇게 동원되면서도 ‘여긴 공동체니까 네가 이 정도는 헌신해야한다’ 이런 식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었어요. 월급? 그런 것은 꿈도 못 꾸죠. 왜냐하면 공동체를 위해서 너는 희생하고 있는 거니까.
가만히 있어도 병이 생긴다
시설병 증후군이 생기는 이유는 시설생활이 오래되면서 쌓이는 부분도 있는데, 또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일부 기독교계 시설 같은 경우 프로그램이 하루에 네 번 예배보기 뭐 이런 식이었는데, 조회나 예배를 보는 가운데 시설장이나 관리자들이 끊임없이 ‘당신들이 얼마나 무능력한 존재들이며, 가족들이 당신들이 집에 오는 것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나가도 당신을 싫어하며, 나가면 위험하고, 그러니 나가지 마라’ 이런 인식을 생활인들에게 주입시켜요.
제가 만난 한 여성 장애인 같은 경우는 동사무소를 통해 전동스쿠터를 받았어요. 그런데 스쿠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대요. 제가 보기에 이분은 걸어서도 충분히 지역사회에서 보행이 가능한 분이었는데, 나가본 적이 없는 거예요. 이분 하는 말이, ‘원장님이 나가지 말라고 그랬어요. 위험하다 그랬어요. 그래서 안나가는 거예요. 원장님이 그렇게 말하셨으니까 그걸 따라야 해요.’라는 거예요.
또 어떤 남자 청소년 같은 경우는 ‘집에 너무너무 가고 싶지만 그런 말 하면 안돼요. 왜냐하면 선생님들이 엄마가 면회 왔을 때 집에 가고 싶다고 얘기를 하면 엄마가 면회를 안 온다고 했어요.’라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가 계속 면회를 오려면 집에 가고 싶다고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거죠. 선생님이 그렇게 얘기 했다고 그걸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아이가 정말 안타깝더라구요.
△ 김정하 시설생활인인권확보연대 활동가.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결론적으로 이야기 해보면, 인간 사회가 폭행이 없고, 감금이 없고, 성폭행이 없는 사회는 너무나 기본이잖아요. 이러한 소극적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아니라 적극적 인권, 이 사람의 문화, 취미, 노동 그리고 여러 가지 일상생활에서 자기결정이 보장되는 생활이 인간 삶으로서 기본일 것인데, 시설에선 그것이 보장되지 않는 거죠.
수년간 반복되는 성폭력, 감금, 폭행...
프로메테우스 : 조사하면서 생활인에 대한 폭행이나 인권유린 같은 사건도 접하셨나요?
김정하 : 성폭력도 있었고, 감금이나 폭행도 있었어요.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거나 지도방, 교육방 그런 이름으로 감금하고, 그리고 반장이나 다른 생활인에 의한 통제, 폭행도 있었어요. 요즘에는 원장이 직접 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가 폭행으로 고발당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다른 생활인들을 시키죠. 반장이라는 직함을 주고. 생활인들은 그렇게 폭행을 당하거나 아니면, 시설 운영자 혹은 다른 남성생활인들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여성 장애인들이 있어요. 여성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중에는 제일 중증의 장애, 어디 가서 내가 폭행당했다는 것을 말할 수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수년간의 반복적인 성폭력도 있었습니다. 그와 같은 경우 안타까운 것이 상대가 말하지 못한다는 것을 주변에서 인지하고 폭행했다는 점이죠. 그래서 수년간 반복됐지만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성폭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는 범죄죠. 범죄. 그런 것들은 반드시 처벌되어야 할 부분이구요.
그러나 이제 수년간 성폭력이나 폭행 정신병원에 보내는 것, 강제 노동이 반복돼도 당사자들이 이 문제를 밖으로 알릴 수 있는 외부 소통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거나 당사자들이 이런 얘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오랫동안 방치돼도 문제를 발견할 수가 없고, 발견한다하더라도 이미 문제가 오래전에 발생한 과거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현장증거를 잡을 수 없으니 경찰에 고발을 해도 유리하지 않고, 또 막상 경찰, 검찰에 가서 진술을 할 때 피해당사자는 장애인이고 가해자는 말발 좋은 시설장이니 이게 거기 가서도 게임이 안 되는 거고. 이런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어요. 이것은 지역사회에 있는 장애인들이 일반적으로 당하는 인권유린과 시설이라고 하는 특수성 속에서 장애인이 당하게 되는 특성들이 있습니다.
대형시설 짓기 위해 국고지원금을 횡령한다?
프로메테우스 : 운영비 횡령 같은 비리 문제도 접한 게 있나?
김정하 : 조사 당시 횡령에 대해 직접적인 조사는 못했는데요. 일단 시설장들이 대부분 장부 같은 걸 보여주지도 않아요. 그래도 제가 일부 확인한 바가 있었는데요. 시설들이 이 부분에 있어서는 다들 껄끄러워하죠. 아니 ‘껄끄러워’를 넘어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왜냐하면 ‘시설이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시설이 사적소유물이 아니다’라는 것에 동의를 전혀 못해요. ‘내 개인 사업장에 들어와서 네가 왜 감 나라 배 나라 얘기가 많으냐!’ 이렇게 얘기를 하시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관들이 함께 동행을 했었지만 반응은 마찬가지였어요.
저희가 갔던 시설의 70% 가까이가 생활인들의 통장을 일괄관리 하고 있었는데요. 어떤 시설 같은 경우는 우리가 장부를 요구했을 때 ‘장부 안 쓴다’라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생활인들의 통장을 일괄 관리한다고 언어적으로 인정을 하시기에, 그러면 그 돈은 누가 다 쓰냐고 물으니까 다 당사자들이 쓴다고 하시는 거예요. 통장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 그곳이 50명이 넘게 생활하는 곳이었는데, 원래 50명의 통장을 함께 모아놓는데 ‘아 갑자기 통장이 없어 졌네요.’ ‘안보이네요.’, ‘오늘따라 없네요.’하는 거죠. 보여줄 의지가 없는 거죠.
어느 시설은 50명 규모의 시설이었는데, 48명이 수급권자였고 생활인들 수급비용으로 운영되는 시설이었어요. 그 시설장은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구요. ‘솔직히 얘기하는데 48명 수급자로 1년하고 나면 1억 남는다. 1억 남은 걸로 나 더 큰 시설 지으려고 준비 중에 있다’라고.
프로메테우스 : 시설 문제는 언론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보도가 되고 인권유린 같은 자극적인 사건이 많아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데, 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 발생하나요?
김정하 : 저도 사실 지겹습니다. 시설 문제 말하고 다니는 게. 또 어느 시설이나 인권유린 패턴도 비슷하고, 국고횡령 방식도 비슷하고 또 그들의 핑계도 비슷해요. 그래서 이제 좀 지겨운데요. 그래서 이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말하고 있는 거구요. 말하다보니까 시설 문제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할 것도 너무 많더라고요. 또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만으로 시설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 구조가 있습니다. 시설이라는 공간 자체가 반인권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착한 마음`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프로메테우스 2006-08-15 14:15]
△ 성람공투단 소속 회원들이 사회복지시설의 민주화, 자립생활 등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탈 시설`과 `자립생활` 위해 싸우는 김정하 활동가 인터뷰 ②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기자]
장애인 등 생활시설 생활자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시설운영 비리. 하루 이틀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반복되는 시설의 문제를 끊기 위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종로구청 앞에서 성람재단 비리척결을 위해 20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의 김정하 활동가를 만나 사회복지시설의 문제점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 편집자 주 -
시설 수요가 엄존한다는데, `탈 시설`이라니?
프로메테우스 : 시설의 문제가 이야기되면서, 장애인운동계에서는 탈시설, 자립생활이 주요하게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여전히 시설을 증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시설 수요가 엄존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김정하 : 시설밖에 사회복지 서비스의 내용이 우리나라에 없으니까, 결국 시설밖에 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런 거죠. 복지부가 참 답답한 것이 뭐냐면, 자기들이 하고 있는 내용이 시설밖에 없으면서 사람들이 시설만 원한다고 이야기 하는 거죠. 복지부 관계자들은 ‘복지부 게시판에 가봐라. 거기 들어가면 부모들이 우리아이 시설에 보내야 하는데 시설이 없다’고 글을 올린다고 해요. 그러면서 시설 수요가 있다고 이야기를 해요.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은 엄마들’ 이런 표현을 쓰면서 그런 얘기를 하는데, 부모들이 궁극에 원하는 것은 우리 아이가 부모 없이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적 책임과 연대 그러한 사회적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지 수용시설을 원하는 게 아니거든요. 근데 이것에 대해 복지부는 ‘부모가 아이가 나 죽은 다음에 갈 데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시설이 필요하다’ 이 논리인 거예요. 그러니까 부모가 없고 중증의 빈곤한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시설밖에 없다는 복지부의 고리타분한 등식은 결국 시설을 증축하는 논리로 가고 있는 거죠.
또 하나 복지부가 시설증축계획에 대한 데이터 근거로 제시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구 중 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 인구수 비례와 그중에 중증장애인 수, 그리고 장애인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일상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의 퍼센트인데. 이를 계산해보면 우리나라에 수급권자, 차상위 계층이면서 중증장애이며, 일상적 도움이 필요한데 돌봐줄 가족이 없는 사람이 3만 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장애인생활시설이 2만 명을 수용하고 있으니, 나머지 1만 명이 갈 데가 필요하고. 그래서 시설을 짓겠다, 2009년까지 216개소를 짓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이게 ‘희망한국 21’에서 중증장애인보호대책으로 나온 것인데. 이는 빈곤하고 중증이면 다 시설에 가라는 논리죠. 이 논리는 장애인복지라는 것이 50년부터 시작해서 시설 밖에 없었거든요. 옛날 고리타분한 상황이 재연되는 것 이상이 아닌 거죠. 결국 복지부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산이 시설로만 가는 거예요. 올해 장애인 복지 예산 중에 기존에 시설로 나갔던 돈을 빼고, 신규로 지원되는 돈에서 신규로 시설 44개소를 짓는데 드는 돈이 국고 350억원에 지방비 350억원이에요. 반면 자립생활을 지원하는데 국고 6억원, 지방비 9억원 총 15억원을 쓰죠. 이 배율이 26배 차이가 납니다. 이것은 정부가 얼마나 시설 위주정책으로 일관적으로 가고 있느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설증축 정책은 사회복지계의 파워 문제와 연결
김정하 : 정부가 이런 수용시설을 늘이는 계획을 계속적으로 내고 있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사회복지계의 파워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 사회복지계는 사회복지협의회 같은 사회복지법인, 시설장들, 그리고 그들과 친한 교수들이 막강 파워를 갖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시설정책을 포기하지 못하는 거죠. 우리나라가 기존에 있는 시설들에 지원되는 예산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시설을 계속 늘여가면서 자립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시설 기능보강비로 나가는 돈, 신규로 시설을 짓는데 드는 비용 등에 문제제기를 해야 자립생활 지원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것인데, 사회복지 파워를 시설 운영자들이 대부분 쥐고 있으니까 바뀌지 않는 거예요. 복지부가 기존의 기득권들의 권력을 뺏어오거나 그 권력에 손상을 입히면서까지 뺏어올 정도로 혁신적인 태도를 보일 리 만무하거니와. 그야말로 복지부동이죠. 사회복지계 파워의 문제로 인식됩니다. 이것은 기존 사회복지계의 자본가들이죠. 한마디로 그들이 계속 빈곤과 장애를 이유로 시설 수용을 확충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거죠.
이것을 깨기 위해 지금 성람재단 싸움과 같은 현장투쟁들이 아주 강고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거죠. 우리가 침묵하면서 혹은 저들이 얘기하는 합리적인 대화, 타협으로는 절대 그 파워는 바뀌지 않는다는 거죠. 강고한 현장투쟁만이 그 파워게임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고, 그런 의미에서 이 투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설장은 `좋은 일`하는 `착한 사람` 아닌가요?
프로메테우스 : 사회복지시설 운영자들은 ‘좋은 일’ 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 ‘좋은 일’을 하겠다는 착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시설에서 인권문제나 비리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김정하 : 모두를 나쁘게 보고 싶지 않지만, 대부분 동정과 시혜로 시작했다고 봅니다. 또 소명 의식이 투철하고.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시작부터 이들이 보호자를 자처하고 나서는 겁니다. 때로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죠. 그러나 우리가 좀 더 고민을 해보면 장애인에 대해 누군가가 보호자로 자처하고 나서서, 이들에게 의식주를 기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시설이나 집에서 데리고 있겠다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존중으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보통 목사들이 이런 표현을 많이 쓰는데 하나님, 어버이의 마음으로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자기가 ‘거뒀다’고 표현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러려면 이들의 자립을 위해 함께 싸우고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당사자의 목소리에 주목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 신앙심과 자기가 기존 관념들을 중심으로 시설, 사회복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하죠. 당사자 입장은 완전히 배제돼 있죠. 그래서 처음부터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다고 해서, ‘우리가 단순히 처음에 폭력과 비리만 없다면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가’에서부터 이제 이 사회는 문제제기 해야 한다고 봐요.
한마디로 폭력과 비리만 없으면 사람을 수용해도 되느냐하는 부분입니다. 그 부분부터 관점을 다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처음에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소진되고, 후원이 들어오고 기득권화돼 가면서, 처음에 공동체로 시작한다고 했던 사람들이 어느새 생활인을 통제하는 통제자 위치에 서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명망을 얻으면서 후원금은 더 들어오고. 이렇게 자본의 맛을 보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이 사람들이 기득권화되는 제 과정들이 있다고 보고요. 그런 기득권속에서 통제는 강화되고 사리사욕은 늘게 되는, 이런 구조가 자꾸 재생산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내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제가 없기 때문인 거죠. 생활인들이 이런 모습에 대해 통제할 수 있다거나 다른 직원들이 문제제기 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기 때문에.
프로메테우스 : 시설 문제는 주로 어떻게 알려지게 되나요?
김정하 : 주로 제보로 시작되죠. 시설문제가 외부로 오픈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잘 알기가 힘든데요. 저희가 처음에 접한 것은 시설에서 탈출한 사람이 제보를 해서 알게 됐구요. 그 이후에 알려진 여러 시설 문제도 주로 제보형태였습니다. 자원활동을 나간 학생들이 시설의 환경이나 시설장의 태도가 너무 이상해서 문제제기를 한다거나 주변 사람들이 ‘거기 좀 이상하더라’라며 문제제기를 하죠. 특수교사나 사회복지사들의 제보도 있었고. 여러 가지 상황들이었어요. 주로 그 공간이 폐쇄적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자유롭게 시설 문제를 얘기하는 구조가 아니었죠. 근무했던 사람들이 양심선언 비슷하게, 지금 성람재단 노조원들처럼 그런 부분을 참지 못해서 노조를 결성해서 조직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신 분들이라든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든지. 아니면 시설에서 탈출한 분들이 제보하죠. 시설 안에서는 외부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니까 목숨 걸고 탈출하게 되는 거죠.
문제에 또 다른 당사자가 있다
프로메테우스 : 에바다나 청암재단을 보면 시설 투쟁은 길게 진행되는 것 같은데요. 특히 에바나사태는 정상화되는데 7년이나 걸렸고요. 시설 투쟁이 길어지는 이유가 있는지?
김정하 : 예를 들어 활보제도화 투쟁은 우리가 정부와 싸우는 것이고, 우리가 주장하는 것이 정당한 내용이기 때문에 정부가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그런데 사회복지시설의 문제는 정부와도 싸우지만 정부 외에 이미 기득권화 된 기득권집단과 싸우는 것이거든요. 시설 재단이라든지 운영축이 있는 거예요. 그들은 이미 사회복지시설이 100% 국고 지원이 되고 이것은 사적소유물이 아님에도, 사적 소유물이고, 개인 사업이며, 대대로 대물림해야할 우리 가업인데 저들이 침탈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사고방식, 구조가 단순히 정부가 누가 정당한 생각을 하고 있는가라고 했을 때 결국 우리 손을 들어주는 문제를 벗어나서 또 하나의 당사자가 있는 거예요. 종로구청이 구청과 관련된 다른 사건이었으면 오히려 문제가 쉬웠다고 생각하는데, 기존에 권력을 쥐고 있는 성람재단의 조씨 일가와 그 측근들을 완전히 밀어내는 일이거든요. 정말 시설을 사적소유구조가 아니라 공공의 구조로 아예 바꿔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고 생각하구요. 아마 조태영 이사장 일가는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극렬분자들이 와서 우리 가업을 뺏어가려고 한다고. 그래서 가업 사수 투쟁을 하시는 것이고.
시설 싸움은 늪과 같다
프로메테우스 : 성람재단의 비리는 지난 2003년 재단 노조가 생기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현재 시점에서 장애인 단체나 인권단체들이 성람재단 투쟁에 결합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김정하 : 성람투쟁이 2003년에는 거의 재단 노조 중심으로 진행됐고, 2004~5년도에는 의정부, 철원 지역의 지역단체들과 일부 장애인단체들로 구성된 장애인 인권회복과 성람비리 재단의 정상화를 위한 공대위가 꾸려졌었는데요.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지 못했죠. 장애운동계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었는데 워낙에 시설싸움이라는 것이 소위 ‘늪 같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쭉 빠져들고 쉽게 해결되지 않아서 어려워요. 그래서 현장 투쟁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가 작년에 전국연대조직인 시설민주화연대(사회복지시설민주화와공공성쟁취를위한전국연대회의)가 뜨면서 현장 투쟁을 지원할 연대조직이 생겨난 거죠. 그리고 올해 경찰수사를 통해서 성람재단 이사장의 국고횡령문제가 불거져 나와 우리가 도덕적 우위에 있게 된 겁니다. 투쟁하기에 좋은 호기를 만난 거죠.
또 시설운동을 하는 진영에서는 1년 넘게 준비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있었어요. 시설 공공성 쟁취와 민주화를 핵심으로 담고 있는데, 성람재단 문제가 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려내는데 꼭 맞아떨어진 사례였던 거죠.
프로메테우스 : 현재 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성람재단 같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다른 곳이 있는지요?
김정하 : 광주에서 인화원과 인화학교(특수학교) 사건으로 전남 광주 동지들이 광산구청에 천막농성을 들어간 지 꽤 오래 됐어요. 여기도 법인 해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이 문제였고요. 재단 이사장 둘째 아들이 행정실장을 하면서 학생을 성폭력을 하고... 많은 문제들이 있었는데, 이 부분과 관련해 재단이 책임을 지고, 재단을 해체하고 새로운 재단, 민주적 재단을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거구요.
△ 성람공투단 농성 19일째인 지난 13일 모습. 종로구청 직원들과 경찰이 천막을 빼앗아가 노숙농성을 하고 있었다.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법인과 싸움은 주로 운영의 책임이 있는 단위들을 교체함으로써 시설의 민주화를 가져오려는 것입니다. 시설 민주화가 있어야 생활인 인권보장은 물론이거니와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고. 더 나아가 시설생활인들이 자립을 원한다고 했을 때 시설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영구한 주거지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이들이 사회화 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려면 다른 생각을 가진, 시설을 유지하려는 집단이 아닌 사사로운 이해관계 없이 공공의 선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운영진이 되어야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법인 이사진을 민주적 이사진으로 대체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문제죠. 법인과 싸우는 현장 투쟁은 그 정도고, 미신고 시설문제로 싸우는 곳은 김포사랑의 집 대책위 정도가 있습니다.
제 2의 사립학교법 사태?
프로메테우스 : 사회복지시설의 문제점들이 알려진 데 비해 시설문제나 법인을 상대로 한 싸움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요.
김정하 : 할 수가 없어요. 연대 조직 꾸려진 게 이번이 거의 처음이에요. 그동안은 개별사건에 대한 개별대응이었죠. 그만큼 어려운 싸움이기 때문에 단위 조직이 잘 안됐고,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그런 문제도 있었죠.
프로메테우스 : 법인 이사진 교체나 법인을 사유재산으로 보느냐 마느냐 하는 논란이 최근 사립학교법 개정에서 쟁점이 된 것들과 비슷해 보이는데요.
김정하 : 사립학교법 싸움과도 비슷하죠. 다만 거기에는 전교조라는 막강 조직이 있었고, 사회복지노조는 그런 힘을 갖지 못했어요. 국회에서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가 계속 안 됐잖아요. 그걸 보면서 전교조라는 거대조직이 저렇게 세를 박고 있는데 사학법 개정이 안 되면 우리 사회복지사업법은 어찌하란 말이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시설의 구조를 바꿀 근본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프로메테우스 : 이번 성람공동투쟁단의 농성 목적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당장 현안은 성람사태 해결이구요. 근데 이제 시설 문제가 아주 전형적인 방식으로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 ‘개별 한 시설 죽이기’ 이런 싸움만으로는 사회복지 시설의 구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투쟁을 해야 할 단계에 와있다고 보고요. 그런 의미에서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정하 :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초안이 나온 상태로 알고 있는데요. 개정안 내용은?
기본적으로 시설의 민주화, 개방형 공익이사제 도입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족벌 친인척 운영의 배제, 족벌 세습을 막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고요. 또 하나가 시설의 복지체계가 현재 시설장 중심의 복지전달체계 부분인데요. 현재는 시설장한테 모든 예산을 주고 시설장이 알아서 하도록 되어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복지전달체계라는 것이 많이 바뀔 필요가 있죠. 당사자가 자기 선택권과 권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우처 혹은 현금 지급 같은, 당사자에게 자기선택과 권력을 주는 것을 강화하는 형태로 얘기하고 있고요. 생활인들 인권보장은 기본이 돼야할 텐데, 생활인들 인권보장을 위해 권리구제 절차, 인권보장 절차를 마련하는 것 등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아주 궁극적으로 지금의 수용시설 정책이 탈 시설, 자립생활정책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이것을 이 법에서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가, 정책적인 결단의 문제가 아닌가 이런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나 우리가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 사회복지사업이라는 것이 사람을 수용하거나 이런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동등한 인격체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제반의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법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탈 시설과 자립생활을 재현하기 위한 방향으로 정책이 가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을 포함하고 있어요. 그러면 정부는 그것을 위해 향후 몇 년간 지속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애복지 5개년 계획처럼 탈 시설, 자립생활 계획을 수립하고 그것을 강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시설이 없으면 생활자들은 어떻게 하나?
프로메테우스 :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만으로 우리나라 복지나 생활시설들의 문제를 전부 바꾸긴 부족할 것 같은데요. 탈 시설과 자립생활을 이야기 하셨는데, 자립생활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김정하 : 자립생활에 대한 지원은 자립생활지원법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회복지사업법 안에 다 담아낼 수 없고, 자립생활지원법으로 가야 좀더 실질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이고요. 지금 잘 안되고 있지만 준비는 하고 있어요. 시설문제에 있어서 탈 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시설 없애라가 아니라 그렇다면 그들이 사회에 나와서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사회적 투쟁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그런 의미에서 활동보조 투쟁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시설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보니까 활동보조인이 없어서 실질적으로 자기 가족들이 활동보조 역할을 하지 못해서 못 나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중요한 것은 활동보조인이 제도화되는 것, 그리고 그들이 독립할 수 있도록 주택이 보장되어야 하고, 소득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또 노동권, 문화권 등 다양한 생활영역에서의 권리들이 보장돼야 진짜 탈 시설이 가능하죠. 이런 것들을 사회복지사업법에 다 녹아내기는 힘들어요. 활동보조인, 소득보장, 주택 이런 것들은 자립생활지원법과 국민연금 등을 건드려야 가능한 부분인 거고 그렇죠.
프로메테우스 : 지금까지 장애인생활시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노인이나 아동 등을 대상으로 한 시설의 문제는 어떤지?
김정하 : 문제는 같다고 봅니다. 시설에 사는 아동과 위탁보호가 되더라도 가정에 생활하는 아동은 다를 수밖에 없고요. 노인시설문제는 해결하기 좀 힘든데. 왜냐면 ‘나는 여기 죽으려고 왔어. 인권침해 당해도 대충 이렇게 살래. 건드리지마.’ 이런 경우가 많아요.
이제 노인수발보험제도가 도입이 되잖아요. 노인들의 경우도 노인이라고 해서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거나 그렇지 않아요. 시설의 주거시스템 자체가 큰 방 지어놓고 몇 십 명, 혹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방 하나에 6~7인을 기본으로 수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골에 집 허물어져 가는데 사는 수급자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시설에 입소해서 편안하게 사시라고 얘기를 하면 다들 안 간다고 하신데요. 내 집이 좋다고. 사람삶이 그런 거거든요.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자기가 주인이 돼 사는 그 집이 좋은 거지, 시설이라는 구조 안에 노인이라 하더라도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 같고요. 다만 이 노인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원제도들이 필요한 거죠. 내 삶을 생각해 보면 될 것 같아요.
시민사회의 연대가 절실한 싸움
프로메테우스 : 끝으로 이번 성람공투단 투쟁의 의미를 짚어주시죠.
김정하 : 성람재단 비리 척결 시설 민주화 투쟁은 비단 성람재단 하나를 바꾸는 의미를 넘어서 사회복지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다른 사회복지법인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그래요. 성람재단이 당하면 자기네들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회복지계의 기득권자들에게 권력을 뺏어서 이것을 장애당사자들에게 혹은 우리 사회가 공히 책임을 갖자 그런 것이기 때문이죠. 이 싸움이 일부 장애인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우리 시민사회 여러 영역들 속에서 같이 주장하면서 사회복지가 소외되지 않도록, 비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하는 이 투쟁에 함께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또 언제나 문제의 당사자들이 강하게 투쟁할 수 있지만 시설 문제만큼은 당사자들의 강한 투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시설 경험이 있거나 혹은 장애계나 시설이 아닌 바깥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투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장애당사자들이 다 나와서 뭔가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전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까 외부 장애인단체라든지 시민사회단체 같은 곳에서 더 강하게 투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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