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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권하는 사회, 책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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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08-25
<기획탐구> 도박 권하는 사회, 책임은 없다? [연합뉴스 기사 인용] 부작용의 은닉과 개인문제 축소로 책임피하기 "합법적 도박은 권장, 비합법적 도박은 처벌" 이중잣대의 국가가 도박 욕망 생산해 부추겨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 "도박하라. 그러면 복을 받을 것이다." "도박하라. 그러면 벌을 받을 것이다." 같은 도박을 놓고 전혀 다른 잣대가 그동안 버젓이 통용돼왔다. 게다가 그 주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여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했다.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로 온 사회가 떠들썩한 이면에는 도박을 둘러싼 국가의 이중적 기준이 숨어 있다. 왜 사람들은 도박에 빠져드는 걸까? 국가에 도박은 선일까, 악일까? 국가가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뭘까? 일이 터지면 개인의 문제일 뿐 국가는 온전히 자유로운 걸까? `도박 공화국`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한국사회는 사행성의 늪에 깊이 빠져 있다. 카지노, 경륜, 경마, 로또, 경정 등에 15조원 가량이 한 해에 몰리고, 성인오락실과 PC방은 무려 2만여 곳에 이른다. 경품용 상품권의 98.5%가 오락실 주변에서 환전될 정도로 도박은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런 가운데 그 폐해는 사회를 치명적으로 병들게 하고 있다. 10% 가까운 성인 남녀가 도박중독 증세를 보이고 청소년들도 그 대열에 속속 합류한다. 도박 중독은 개인을 파멸에 빠뜨릴 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까지 멍들게 한다. 요행을 앞세운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노동 의욕은 급격히 떨어진다. `대박`을 꿈꾸다가 `쪽박`을 차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사회는 도박이 파놓은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가가 나서 `인생역전`을 은연중에 부추기며 국민들을 도박 광풍으로 내몬 셈이 됐다. 그 결과로 야기된 실직, 가정파탄, 자살 등은 사회와 아무 관계가 없기라도 한 듯이 선을 긋는다. 문제는 은폐되고 결과는 개인의 몫으로 치부되고 마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 사행성을 조장하기 시작한 해방 이후 사례는 1947년의 올림픽 복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어 후생복표, 산업박람회복권, 무역박람회복권 등이 발행되다가 1972년 매주 정기적으로 주택복권의 발행되면서 국민들 사이에 요행심리가 활개를 쳤다. 1970년대에 합법화한 카지노 산업은 외국인들에게만 출입이 허용돼 오다가 2000년에 지방경제 활성화 명분으로 정선에 카지노가 설립돼 내국인도 드나들 수 있게 됐다. 그 사이에 생겨난 경마, 경륜, 경정, 로또 역시 천문학적 매출액을 올리며 향유인구의 급증현상을 낳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바다이야기` `황금성` `인어이야기` 등 이번에 문제로 불거져 터진 사행성 성인오락에 이르까지 도박은 날로 그 반경을 넓혀왔다.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근래 들어서는 합법적 도박과 비합법적 도박이 공존하면서 국가의 기준에 대해 의문과 혼란을 갖게 했다. 같은 도박이라도 합법적 도박은 용인되고 권장된 반면, 비합법적 도박은 엄정한 법적 처벌과 규제의 대상이 됐다. 즉, 국가가 불법적 도박은 범죄화하면서도 합법적 도박은 탈범죄화시키는 이중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속성상 도박이 갖는 폐해는 합법성, 불법성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가의 이중잣대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갖가지 정신적 후유증까지 낳으며 도박은 합법, 비합법과 무관하게 사회에 각종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원 조성이 목적인 국가는 어떤 방법으로 비판을 누그러뜨리고 자신의 책임을 피해왔을까. `도박의 심리` 저자이자 한국습관성도박연구센터 상담실장인 이흥표 씨는 합법적 도박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인위적으로나 암묵적으로 축소하거나 위장하는 방법을 먼저 꼽았다. 쉽게 말하면 문제 자체를 은닉해버린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람들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해 중독 도박꾼을 만들어내고, 도박할 여유가 없는 중하층민을 도박판으로 끌어들이며, 노동윤리를 무너뜨려 절약이나 근면과 같은 가치보다 운이나 우연에 의한 이익을 가치있게 생각하도록 하는 등 도박이 끼친 사회적 부작용은 막대하다고 지적한다. 중하층민은 행운에 의지한 채 도박이라는 요행의 사다리를 오르다가 중도탈락하며 종국에는 자신을 부양할 능력조차 갖지 못하고 나락으로 추락하기 마련이다. `인생역전`을 유혹하는 로또복권 광고처럼 투기 욕망을 최대한 부추기지만 그 결과 범죄자, 노숙자, 빈민층으로 전락한 현상에 대해서는 은폐하거나 축소해버린다. 이씨는 도박을 `통제력 장애`라는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 축소하려는 것도 사회의 이중적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도박으로 패가망신하는 것은 자신의 행위와 욕망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초래된 결과이긴 하지만 그 영리추구의 근원적 주체가 그 구성원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가라면 문제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도박 책임이 전적으로 개인에게만 귀속된다는 사고는 국가의 자기방어이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생각하려는 편의주의적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도박이 영리를 추구하는 산업이어서 그 산업체는 개인의 행위에 책임져야 할 의무가 없다고 할 수도 있으나 국가가 도박의 직접 또는 간접으로 간여돼 있을 때는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명시적으로나 암묵적으로 이런 국가의 전략에 동조하고 있다고 이씨는 비판한다. 도박중독증을 `충동조절의 장애`라는 정신장애에 귀속시키면서 `의학적, 심리학적 관리`의 대상으로 국한시키고 있다는 것. 이렇게 되면 도박중독증은 사회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의 질환으로 축소되며, 그 결과 국가는 책임에서 면제된 반면 개인이 그 책임을 온전히 떠안게 된다. 즉, 국가는 책임을 개인에게 넘긴 채 도박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합리화된 명분을 축적하게 된다는 얘기다. 미국 등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도박은 국가와 사회의 재정문제를 해소하는 편리한 수단으로 채택된다. 그와 동시에 개인의 자제력에서 원인을 찾고 도박을 `질환화`함으로써 사회ㆍ경제적 문제에서 의학적 관리의 대상으로 관리와 책임을 이관해 축소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씨는 "습관성 도박은 (개인) 자제력의 장애이기도 하지만 욕망을 생산해내고 부추기는 것은 국가이기도 하다"면서 "국가가 도박을 탈범죄화시킴으로써 도박할 기회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병적 도박자와 도박으로 인한 범죄자가 증가한다는 아이러니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박에 대한 이중기준은 사회의 모순이지 개인의 모순이 아니다"고 강조한 뒤 "`바다이야기` 등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행성 도박실태는 잘못된 정책의 결과로서 터질 게 터졌을 뿐 오래 전부터 예측돼온 일이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렇다면 국가가 합법적 도박을 모두 없애는 게 옳고 가능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옳은 일이긴 하나 현실적으로는 합당하지 않다고 신중론을 편다. 도박이 경쟁과 승리, 쾌락 추구라는 인간의 본성과 맞닿아 있어 원천봉쇄는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처럼 또다른 폐해를 낳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도박의 특성을 인정하고 공개한 가운데 폐해를 최소화하고 예방전략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현실에 더 부합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숨기기에 급급하고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하기보다 경고문구를 담뱃갑에 새겨넣는 흡연 문제 대처방법처럼 국가와 사회, 언론이 앞장서 그 실상을 밝히고 경계함으로써 건전풍토를 조성하고 폐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도박중독의 치료 책임은 국가가 아닌 시행업체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 따라서 이번 `바다이야기` 사건은 뒷전에 빠져 있는 국가가 도박에 대해 솔직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게 오히려 건전한 도박문화를 육성할 수 있다는 교훈을 안겨준 셈이다. 한편, `바다이야기` 사태와 관련해 한명숙 국무총리는 22일 "이번 사태 확산은 문화관광부가 정책판단과 조기차단을 하지 못한 관리 소홀면에서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내각을 책임진 사람 증 한 명으로 국민들께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도박중독 도움 받을 수 있는 곳 ▲KRA 유캔센터(한국습관성도박연구센터) = 031-622-5999. 도박중독의 심리치료, 가족상담, 병원치료 지원. ▲경륜운동본부 경륜건전클리닉 = 02-2240-5361. 도박중독의 심리치료, 가족상담, 병원치료 지원. ▲강원랜드 지원 한국도박중독센터 = 080-7575-545. 도박중독자와 가족의 상담, 외래상담과 입원치료 지원. ▲한국단도박모임 = 02-521-2141, 522-8483. 도박중독 경험자와 그 가족의 모임. 전국에 지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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