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참여
`확률의 유혹` 상습도박도 정신병
- 담당부서 :
- 전화번호 :2204-0338
- 등록일 :2006-08-25
`확률의 유혹` 상습도박도 정신병
[매일경제 기사 인용]
요즘 신문이나 방송 뉴스는 온통 `바다이야기`로 도배하고 있다. 사행성 도박 문화가 우리 사회에 이렇게 뿌리깊게 박혀 있다는 데 모두들 놀란다.
성인오락실이 성업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게임이 갖고 있는 `도박성` 때문이다. 도박에 빠져 인생을 망치는 `도박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순한 사회적 현상일까.
◆ 뇌기능 이상으로 생기는 정신질환= `병적도박(pathological gambling disorder).`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증상을 가리키는 의학용어다. 뇌에 문제가 생겨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이 망가진 정신질환이다.
우리 뇌에는 쾌락, 충동, 자극을 담당하는 신경영역이 전두엽(뇌 앞부분), 변연계(뇌 중간부분)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영역은 특정한 자극을 받게 되면 쾌락물질을 분비하고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더욱 강력한 자극을 찾게 된다. 이때 뇌에 자극을 전달하고 쾌락을 느끼도록 하는 도파민이나 욕구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지나치게 늘어나고 충동을 조절하는 물질인 세로토닌 활동이 적어지면 사람은 욕망을 자제하지 못해 중독에 빠져들게 된다.
병적도박 증세를 갖기 쉬운 사람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가 경쟁심이 강하고 아슬아슬한 자극을 즐기는 부류다. 평소 게임이나 운동을 할 때 꼭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고위험을 즐기는 사람들은 병적도박 유발에 관여하는 신경물질의 분비가 강해 증상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반대로 현실도피적이고 극도로 내성적인 사람들도 병적도박에 빠질 수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도박은 일종의 도피처이자 항우울제 역할을 하게 된다.
병적도박을 갖게 되면 우선 도박에 대한 내성을 가지게 된다. 같은 흥분을 얻기 위해 도박을 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거는 돈의 액수도 커진다. 알코올 중독자의 술 양이 점점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금단증상도 보인다. 대부분의 도박꾼들이 어느 순간 자신에게 문제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가정과 직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당장은 절제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금단증상으로 인해 번번이 실패로 끝난다. 도박을 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집중력도 사라진다.
◆ 약물치료ㆍ인지행동치료 병행해야= 병적도박이 엄연한 질병인 만큼 치료법은 분명히 있다. 문제는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 알코올중독이나 마약중독처럼 눈에 보이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치료에는 우선 약물이 사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약물은 마약중독 등 약물의존증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날트랙손`이다. 충동 조절물질인 세로토닌 활동을 증가시키는 `SSRI` 등도 치료에 쓰인다.
대부분 병적도박 환자가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등의 약물도 치료에 사용된다.
인지행동치료도 병행된다. 도박중독자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일종의 왜곡된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엔 잃었으니 다음번엔 딸 가능성이 크다는 `확률의 왜곡`이나 잃었던 경험은 기억 못하고 딸 때의 기분만을 기억하는 `기억의 왜곡` 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이 같은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환자 스스로 인지하도록 바로잡아 주는 치료법이 수행된다.
병적도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도박장을 자주 찾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신이 평소에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고 승부에 민감한 타입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도박을 하게 되더라도 최고한도 베팅액수 등은 스스로 정하고 정해진 금액만큼만 게임에 사용한다고 미리 선을 그어야 한다.
그럼에도 병적도박 증상에 걸렸다면 무엇보다 자기가 병적도박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병적도박은 질환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본인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 전문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 도움말 = 최삼욱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 김영돈 대전선병원 원장 겸 정신과 전문의
매경]도박중독 치료…"이젠 끊었다 방심하단 다시 원점"
도박중독의 늪은 깊고도 질기다. 도박중독 치료를 받은 사람들 중에서도 80% 이상은 "이제 끊었다"고 방심하는 순간 어느새 도박기 앞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기에 그 깊고도 질긴 늪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맛보는 새로운 삶은 그만큼 달다. 하지만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40대 후반의 정소영 씨(가명)는 4년 전 이혼 직전까지 갈 정도로 심각한 도박중독자였다. 전형적인 현실도피형 중독자였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깊었고, 지나치게 꼼꼼한 남편과의 다툼도 잦았다. 결혼 초 그녀는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 처음 화투를 잡았다.
처음에는 푼돈이 오가는 정도였지만 어느새 집안 재산을 거의 날리는 수준까지 갔다. 당연히 이혼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 도박중독자들이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성안드레아병원을 찾았다. 도박 유혹과의 전쟁은 이를 악문 사투였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승리했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달라진 삶이었다. "남편과 관계도 좋아졌고, 아이들도 너무 좋아해요. 그 미친 짓을 왜 했는지…."그녀는 지금 4년째 단도박모임(도박중독증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모임)에 나가 다른 사람들의 치료를 돕고 있다. 도박중독증이 얼마나 나쁜 병인지 알기 때문이고 다른 도박중독증 환자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다그치기 위해서다.
택시운전기사인 박혁진 씨(가명)는 1년 전 부인 손에 끌려 강북삼성병원 도박중독 집단치료에 참가했다. 88년부터 도박에 빠졌으니 거의 20년 세월이었다. 그 동안 안해본 것이 없다. 경마에 경륜, 경정, 파친코 등등. 택시를 몰고 가다 눈앞에 도박장이 보이면 차를 세워놓고 들어갔다.
"그래도 스스로 병이라고 생각지도 않았고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손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치료를 시작하면서 제가 얼마나 심각한 병이 들었는지 알게 됐어요. 거의 회개하는 수준이었습니다."그는 이제 보통사람의 삶을 살고 있다. 월급 받아 집에 가져다 주는 기쁨도 맛보고 있고, 아이들에게 용돈 쥐어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은 멀리 도박장이 보이면 택시를 일부러 돌리기도 해요. 또 빠져들까봐. 그런데 요즘은 도박장이 너무 많이 생겨 도박장 피하기도 쉽지 않네요."도박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치료`라는 용어 대신 `회복`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원래 도박하기 전 상태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다. 또 새로워진 삶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최삼욱 전문의는 "도박중독증 환자 중에는 3~4년 동안 도박을 끊었다가도 다시 재발하는 사람도 있는 등 도박중독증에서 회복하는 것은 힘든 과정"이라며 "환자 본인의 노력은 물론 가족 등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5만원 따고 웃다가 1억 날렸다"
22일 도박중독자 집단 치료 클리닉 8주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날, 각자 업무를 마치고 저녁 7시 강북삼성병원에 모인 이들은 `중독자`라는 이름표를 달 만큼 흐트러진 모습도, 멍해 보이는 모습도 아니었다. 20대 대학생에서부터 나이 50을 훌쩍 넘긴 전직 대학교 교직원까지 그저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었다.
`도박 중독`이 얼마나 우리 가까이 침투했는지를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이었다.
"요즘 난리죠? 어디, 바다이야기 전공자 손 한번 들어봅시다 ."7명 중 3명이 손을 들었다. 클리닉을 진행하는 신영철 정신과 교수는 농담 한 마디를 건네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 처음 보는 옆 사람에게 `나 도박중독자요`라고 거리낌없이 밝히기엔 아직 용기가 없는지 성만 적은 이름표를 왼쪽 가슴에 달고 쭈뼛거리던 참석자들도 살짝 웃음을 지었다.
신 교수는 "온 나라가 시끄럽네요. 그 동안 도박한다고 수고가 많았습니다"라며 우리나라에 처음 `단도박 모임(익명의 도박중독자 모임)`을 만든 외국인 신부 말을 인용하며 이들을 맞이했다.
클리닉이 시작된 지 30분이나 지난 후 시작된 자기소개. 평범한 이들은 하나 둘씩 자기 이야기들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주종목도 사연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 막바지 무렵 생겨난 `바다이야기`에 빠져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대학생 강성훈 씨(24ㆍ가명)는 "어젯밤 클리닉에 오기 전에 도박으로 잃은 돈을 계산해봤다. 처음 10만원 갖고가 5만원을 따서 좋아했는데 지금까지 잃은 돈이 무려 1억원이더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강씨가 잃은 돈은 가장 적은 축에 속했다. 카지노에 빠졌다는 자영업자 김 모씨(36)는 한 번에 `5장(5억원)`을 잃었다. 한국에서 불법 카지노장에 출입하며 돈을 잃자 "두 달여 동안 카지노 관련 책자를 전부 사다가 보면서 카지노 공부만 죽어라 했다"는 김씨는 그 후 본전까지 찾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내기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따든 잃든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제대로 해보자`며 미국 카지노까지 원정을 간 김씨는 갖고간 5억원을 모두 잃고 왔다.
대학교 교직원 출신인 박광두 씨(56ㆍ가명) 도박경력은 무려 37년이다. 직장에서 재미로 치기 시작한 고스톱이 시작이었다.
80년대 어느 날 호텔 지하 도박장에 들러 도박중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 경험한다는 큰돈(Big Win)을 따고서는 "돈 벌기가 이렇게 쉽구나" 해서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
직장인 이 모씨(33)는 정확히 언제 처음 도박을 시작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이씨는 군대 제대 후 우연히 친구를 따라갔다 하루에 3000만원을 잃었다. 집단 치료 클리닉에 참여하기로 하고 병원을 찾은 지난주 말 이씨는 매주 말 찾던 경마장을 하루 쉬었다. "경마장에 안 간 시간만큼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TV를 보면서도 말들이 뛰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그 생각만 하루종일 하는 거예요. 그제서야 치료 받아야겠구나 절실히 느꼈죠."한명 한명 자기 소개를 할 때마다 모인 사람들과 큰 박수를 보내던 신영철 교수는 `거짓말 안하기` `수업이 있는 날에는 제시간에 도착하기`는 꼭 지켜야 하지만 "도박을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숨 쉬는 것 빼놓고 다 거짓말이었다"는 한 참석자의 말에 "저도요. 저도 입만 열면 거짓말이었어요"라며 다들 솔직하게 털어놓는 참석자들에게는 치료 첫 시간의 굳은 다짐이 묻어났다.
도박중독증 환자들의 8주간 희망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하지만 도박중독 회복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만큼 도박중독은 지독한 병(病)이다.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가 적용되지 않는 자료입니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