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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보다 끔찍한 가정폭력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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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09-16
철창보다 끔찍한 가정폭력의 악몽 《‘가정은 안식처’라는 것이 일반적인 믿음이다. 그러나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리다 급기야 남편을 살해하는 데까지 이른 여성들에게 가정은 학대와 자포자기의 지옥이다. 유교적 가부장적 전통이 뿌리 깊은 한국 사회는 남편 살해 범죄의 반인륜성에 돌을 던진다. 그러나 평생 반려자의 목숨을 앗을 수밖에 없는 극한적 상황에 이르게 된 여성의 공포와 불안에 주목해 보면 가정이 안식처라는 믿음은 허구였음을 알게 된다. ‘법 사람 세상’은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논문을 토대로 ‘지옥’을 경험한 여성들이 극단적인 행동에 이르게 된 맥락을 되짚어 보았다.》 ■ 남편살해 여성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 깜짝 놀란 듯 다급하게 집 안으로 몸을 숨기는 중년 남자. 위스키를 병째로 마시며 알코올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보내는 퇴역 군인.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전쟁 당시 겪은 충격 때문에 퇴역 후에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의 삶은 이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다.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경험한 퇴역 군인의 고통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에 따른 것. PTSD는 이처럼 지속적이고 충격적인 경험이나 심한 감정적 스트레스를 겪은 뒤 이 기억을 반복해 떠올리는 과민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PTSD는 가정폭력의 피해를 겪은 여성들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대부분 남편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온몸이 떨리는 증세를 보인다. 이 질환의 중요한 점은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은 남편이 잠든 때와 같이 직접적인 폭력이 가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폭력의 두려움과 공포를 실제처럼 느낀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서울고법은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1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된 S(48)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형량을 낮추면서 PTSD의 이 같은 특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S 씨가 남편을 ‘형체만 시커멓게 보이는 저승사자’로 인식할 정도로 정신장애에 빠지면서 억제력을 잃고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PTSD를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었다. 서울고법은 이후에도 남편 살해 여성에 대해 몇 차례 PTSD를 인정해 1심 형량을 감경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아직 PTSD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는 없다. 이 교수는 지난달 17일 한국심리학회(회장 조긍호) 학술대회 ‘범죄의 심리학적 재구성’ 섹션에서 발표한 ‘가정폭력에 기인한 범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논문에서 PTSD가 가정폭력에 따른 범죄의 밑바탕에 깔려 있음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법무부 보고서를 인용해 2004년까지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된 수형자 531명 중 133명이 남편 살해 혐의로 수감돼 있고, 이 중 82.9%는 남편에게서 학대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4.5%는 자신의 범행 동기가 남편의 학대에 의한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남편의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으로 PTSD를 겪는 여성들은 남편의 존재만으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극심한 정신장애를 겪는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법원의 판결은 “이유야 어찌 됐건 살인이라는 범행을 저지른 데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법조계 내에서는 PTSD에 따른 범죄를 일종의 ‘정당방위’로 인정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지역정신보건사업 지원단 자료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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