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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은 왜 일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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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6-09-16
도박중독은 왜 일어나나?
쾌감 주는 뇌의 도파민이 도박중독의 주범
"돈 딴다" 기대감·모험심이 도파민 수치 높여 쾌락 중추 자극
중독 땐 본인 의지로 끊기 힘들어…의학계선 뇌질환으로 분류
지난 8월 30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경정운영본부.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는 가운데 경정운영본부 옥외관람석에는 200여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전광판에서는 제4경주의 개막이 몇 분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신호가 계속 깜박거린다. 한편 실내의 제1매표소에는 300여명이 수성펜을 들고 뭔가를 열심히 계산하고 있다. 전광판에 나오는 배당률과 안내책자를 비교ㆍ참고하면서 어떻게 돈을 걸지를 따지는 모습이다.
두 시간 동안 이들을 관찰했다. 40대 이상의 남성이 대부분. 여성이 5~10% 정도 되어 보였다. 이들의 표정 속에서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하나는 사람들의 눈빛이 어딘가에 넋이 나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자든 여자든 담배를 ‘뻑뻑’ 소리가 나게 피워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은 최근 철퇴를 맞고 있는 ‘바다이야기’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던 장면이다. ‘바다이야기’는 분위기가 어두컴컴했다는 것이 다를 뿐. 경정은 자동차나 택시를 타고 미사리까지 나와야 가능하지만 ‘바다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든지 가능하다. 도박중독의 접근성 면에서 경정과 ‘바다이야기’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경정(競艇)은 김대중 정부 시절 합법화되었다. 경정은 미사리조정경기장에서 겨울철을 제외하고 매주 화·수·목 3일 동안 열린다. 제1매표소 벽면에는 ‘자연과 가족이 하나되는 곳-경정’이라는 대형 사진이 걸려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참여형 마린스포츠 경정은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가족형 레포츠입니다’라고 선전한다. 2시간 동안 지켜보았지만 가족 단위로 이곳에 온 사람은 한 팀도 없었다. 경정운영본부에서 발행하는 ‘경정출주표’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지나친 구매행위는 자신과 가정에 해가 됩니다’라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의 도박인구는 인구의 4%로 추산된다. 세계 각국의 평균 도박인구(1~2%)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도박인구는 노무현 정부에서 도박장 ‘바다이야기’를 성인오락실로 허가한 후 급격히 늘어났다.
강북삼성병원 도박클리닉 신영철 교수는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가장 바쁜 정신과 의사가 됐다.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 때문이다. 5년 전 도박클리닉을 처음 열겠다고 했을 때 동료 의사들은 “환자가 오겠느냐?” “치료가 되겠느냐?”라고 반신반의 했다. 그러나 환자가 밀려왔다. 현재 도박클리닉에는 9월 말까지 예약이 완료되었다. 처음엔 60대 이상의 환자가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엔 30~40대 환자가 많다. 도박클리닉 외에 한국도박치유센터를 비롯한 4개 기관에서 도박중독자를 치료한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도박에 빠져 인생을 망친 사람들의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명문대를 나와 엘리트 코스를 걷던 사람이 하루아침 집안을 거덜 내는 사례부터 순박한 농촌 청년이 ‘바다이야기’에 재미 삼아 들렀다가 빚더미에 앉게 되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박중독자는 보통 불법하우스 도박→경마ㆍ경륜ㆍ경정→카지노ㆍ성인오락실 순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 성인 중에서 재미 삼아 화투나 카드로 돈내기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보통 사람들은 도박에 중독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신영철 교수는 “도박중독은 나이, 성별 관계없이 누구든지 빠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해 한번쯤은 돈을 따는 재미를 알게 된다. 내성이 생기면 재미를 느끼기 위해 더 큰돈을 걸게 된다. 결국 돈을 잃게 되고 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똑같은 기분을 맛보기 위해 거는 돈을 더 늘려야 하기 때문에 도박의 내성은 한계가 없다.”
그렇다면 왜 도박에 중독될까? 도박을 하면 뇌에서 기분을 좋게 하는 물질이 발생한다. 도파민이다. 언젠가 돈을 딸 수 있다는 기대감과 더 많은 돈을 따기 위해 많은 돈을 거는 모험심이 도파민 회로를 자극해 도파민 수치를 급증시킨다.
도파민은 도박을 할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중독성이 강한 모든 행위는 도파민과 관련이 있다. 술을 마셔도 도파민이 나온다. 마약중독, 쇼핑중독, 섹스중독 역시 도파민 분비 수치를 증가시켜 쾌락중추를 자극한다. 일단 이 상태에 빠지면 사람은 최고조의 쾌감을 느낀다. 한 번, 두 번 이런 쾌감 사이클에 빠지면 여기서 헤어나기 어렵다.
운동 중에서 마라톤 역시 도파민 수치를 증가시킨다. 마라톤 매니아들은 “마라톤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고 말한다. 마라톤 매니아들은 “한번 이 맛을 맛보면 마라톤을 안하고는 못 배긴다”고 말한다. 도박클리닉 신영철 교수는 “마라톤을 즐기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건강한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파민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도파민이 너무 적게 나오면 의기소침해지는 우울증에 걸린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움직이고자 하는 의욕이 없어지는 파킨슨씨병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이 알코올중독보다 더 무섭다고 강조한다. 신영철 교수는 “도박중독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까지도 끌어들이고 파멸의 끝까지 간다”고 말한다. 도박중독자 한 명이 주변 사람 10~15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도박중독자의 대부분은 자신이 도박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도박중독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끊을 수 있기 때문에 중독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도박을 않겠다고 손가락을 끊고도 다시 도박에 뛰어드는 게 도박중독이다. 도박중독처럼 본인의 의지로는 조절이 불가능한 현상을 ‘충동조절장애’라고 부른다. 미국의 정신과질환 진단목록인 ‘DSM-IV’에는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니코틴중독 등을 의존적 질환으로, 도벽(盜僻)이나 도박중독을 충동조절장애로 분류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도박중독을 뇌 질환의 일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미 의학계에서는 돈을 따기를 기대하는 사람의 뇌는 마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뇌와 동일한 반응을 나타낸다고 보고한 바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한스 브라이터 박사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도박에서 이기기를 기대하는 심리상태에 반응하는 뇌 부위가 코카인과 모르핀 주사에 반응하는 뇌 부위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고했다. 브라이터 박사는 도박을 하는 남자 12명의 뇌 혈류 변화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관찰한 결과, 마약중독자에게 코카인을 주입했을 때, 정상인에게 낮은 단위의 모르핀을 주사했을 때와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실험 결과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도박중독은 치료가 가능한가. 전문가들은 “누구도 ‘치료가 되었다’고 장담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치유가 어렵다는 뜻이다. 신영철 교수는 “10분의 9는 제로와 같다”는 논리를 편다. “열 번의 충동 중 아홉 번은 참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 번을 참지 못하면 결과는 같다.”
( 지역정신보건사업 지원단 자료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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