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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과학과 악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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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09-24
[과학칼럼] 인문학, 과학과 악수하라 ( 조선일보 기사 인용) ▲ 이덕환 서강대 교수 인문학자들이 우리 인문학의 현실을 걱정하는 ‘인문학 선언’을 발표했다. ‘급속한 산업화와 과학기술의 발전’과 ‘무차별적인 시장 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 때문에 인문학의 존립 기반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모든 학문의 ‘생명수’인 인문학을 무시하면 다른 학문은 물론이고 산업까지 무너지고, 사회적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차가운 경고도 담겨 있다. 우리 사회의 인문학에 대한 무관심은 우려해야 할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쉽고 재미있는 것의 유혹에 빠져버린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에 대한 심각한 담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진지한 의견도 들을 수가 없다. 대학에서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학생들이 취업이 어려운 인문학을 외면해버린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실제로 많은 수의 박사급 인력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시간 강사’로 불안정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인문학자들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인문학의 위기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남의 탓 때문이라는 인식부터 확실하게 버려야 한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이 위기에 빠진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인문학자의 잘못된 현실 인식과 무사안일한 자세 때문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특히 우리 인문학자들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극히 잘못되고 왜곡된 인식은 뿌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인문학만이 ‘인간의 가치와 삶의 가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아집도 버려야 한다. 인문학자들은 오늘날의 도덕 상실, 생명 경시, 환경 오염이 모두 과학기술 발전의 탓이라고 주장한다. 현대의 과학과 기술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는커녕 인간성과 자연을 황폐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심지어 과학기술자에게서 건전한 인문 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 인문학자들의 그런 주장에서는 현대 문명을 떠받치고 있는 현대 과학과 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하려는 진지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현대 과학은 우리가 자연의 정체를 이해하려는 힘든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 지식 체계다. 오늘날 우리의 풍요롭고, 평등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삶은 과학의 발달과 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화에 의해 가능해진 것이다. 과학과 기술에 의한 물질적 풍요가 뒷받침되지 못한 사회에서는 굶주림과 질병과 극심한 사회적 차별에 의한 고통이 넘쳐날 뿐이다. 결국 인문학도 자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자연을 떠나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무시한 인문학은 무의미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인류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인 인문학과 과학은 절대 대립적인 관계일 수가 없다. 과학자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강조되듯이 인문학자에게도 최소한의 과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시장 논리와 효율은 현대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인문학은 그런 우리의 절실한 현실을 충분히 포용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인문학을 위해 시장 논리와 효율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선언이 선언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선 인문학 연구의 윤리와 수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인문학과 과학이 함께 상생(相生)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이덕환 · 서강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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