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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유감(名醫 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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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6-10-29
[독자 칼럼] 명의 유감(名醫 遺憾)
( 조선알보 기사 인용)
치료 표준화로 의료기관 차이 줄어 명의 남발하면 환자·의사 신뢰 해쳐
▲ 한세환 인제대 의대 교수 상계백병원
해마다 신문사나 방송사로부터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는다. ‘○○질환 분야의 명의 다섯 분을 추천해 주세요.’ 이런 질문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병 분야에 해당되는데,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저는 다섯 분만을 추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전화를 받고 한두 달이 지나면 특정 질환 분야의 명의들이 지면이나 방송에 등장한다. 특별 기획으로, 전문의 몇십 명을 대상으로 추천받은 ‘객관적인 결과’라는 점이 특히 강조된다. 영광스러운 1 등은 큰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각 지역별로 명의들의 명단을 나열한다. 물론 명단에 포함된 대부분의 의사들은 누구나 인정하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그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많은 의사들 역시 평생을 공부하고, 지금도 열심히 연구에 매달리는 전문가들이고 그들을 믿고 자기의 건강을 맡긴 사람들이 많다. 나를 돌봐주는 의사가 명의 명단에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한 환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매우 미묘하다. 진료실에 들어서는 순간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관계만큼 불공정한 거래도 없다. 의사는 특정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만, 의사를 찾는 사람은 내가 정말로 병에 걸린 것인지, 내 병이 무엇인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딘가 몸이 불편해 병원을 찾은 사람은 결국 자의든 타의든 처음 만난 의사를 믿을 수밖에 없고 두 사람 사이의 신뢰는 시간이 지나면서 깊어지게 된다. 물론 첫인상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의사를 찾아 가기도 한다. 병에 따라서는 몇 년간 믿고 진료를 받던 내 의사가 수두룩하게 나열된 명의 명단에 빠져 있다며 의사를 불신할지도 모를 일이다.
현대 의학은 정보 교류가 매우 빠르고 질병에 따른 치료도 거의 표준화되어 있다. 즉 어지간한 치료나 수술은 병원이나 의사들 간에 별 차이가 없다. ‘오십 전에 명의 없다’는 옛 속담은 의사의 경험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 것이고 굳이 따지자면 환자를 돌보는 데는 풍부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보화시대인 지금은 임상 경험마저도 학회와 보수교육을 활용하여 충분한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받고 있다. 4~5일 이내에 미국과 유럽의 학회를 오가는 지금 예전과 같은 의료기관의 질적 차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하물며 일일 생활권인 이 좁은 한국 땅에 무슨 차이가 그리 있겠는가?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람들과 회사들이 점수화되고 있고, 의사 역시 등수로 평가받는 명의 코너에서 나는 몇 등이나 되는지 궁금할 뿐이다.
한세환 인제대 의대 교수 상계백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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