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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테러 사건의 정신의학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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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6-10-29
나를 잊고 사는 사람들 - 음료수 테러 사건의 정신의학적 분석
( 헬스 조선 기사 인용)
십대들의 우상 ‘동방신기’의 한 멤버가 본드가 든 음료수를 마시고 병원에 입원한 사건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범인은 20세의 여성으로 안티 팬을 자칭하고 있다. 자칫 끔직한 일이 벌어질 뻔 했는데, 의외로 범행의 이유는 간단하다. 그 멤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다.
어르신들이 보면 비싼 밥 먹고 할 짓이 그렇게도 없느냐고 혀를 끌끌 차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혀를 아무리 차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 차분히 그 원인과 대책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선 ‘묻지마식 안티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익명성이 유지되는 인터넷 매체가 그 온상이 되고 있다. 이젠 안티문화가 집단화되고 테러까지 행하는 위험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실 연예인에 대한 테러는 이번 일이 처음은 아니다. 필자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존 레논은 극성팬의 총에 맞아 죽었다. 국내에서도 그룹 god, 간미연, 이효리, 비 등 정상급 스타들이 협박과 폭력의 위협을 받은 바 있다.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이런 일들은 연예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과 몰입이 낳은 후유증이다. 나를 잃어버리고 사는 상태이다. 감정의 노예가 되어서 앞 뒤 가리지 않고 그냥 느끼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너무 자기 감정을 억제하거나 인정하지 않아서 문제였다. 그런데 요즘 세대에서는 너무 자기 감정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긴다. 그게 무섭다. 거리낄 게 없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묻지마 안티문화’의 희생양이 되는 이유는 그들이 사회문화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름다움과 부의 기준이 연예인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렇게 남을 중심으로 세워진 기준에 너무 빠지면, 자기를 잃게 된다. 자기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연예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은 극단적으로 추종하고, 그렇지 않은 대상은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안티문화가 형성된다.
현대인들은 감정 표현이 미숙하다. 감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바로 바로 옮기는 것은 잘 한다. 하지만 정작 상대방과 현실적으로 건설적인 대인관계를 맺고 발전시키는 데는 미숙하다. 그러다보니 좋아하는 감정은 스토커와 같은 행동으로 표출하고, 싫어하는 감정은 테러와 같은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한다. 둘 다 맹목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되고 싶은 꿈이 연예인이라고 한다. 제일 재주 없는 애가 공부나 한다는 말도 있다. 참으로 큰 변화이지만, 그저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연예인을 사랑하고 문화를 즐기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곤란하다. 그 모든 게 다 내가 행복하게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 행복을 느낄 ‘내’가 빠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람이 어떤 대상에게 선호의 감정을 갖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판단의 중심에 자신(self)이 없다면 그건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표현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극성팬들이 연예인에 집착하는 이유는 내면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환상이 채워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서적인 유대는 가족이나 친구처럼 일상에서 마주치고 부대끼는 사람들과 채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누군가를 향한 극단적인 정서의 표현은 돌고 돌아서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한 개인은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인을 향한 분노가 정제과정 없이 극단적으로 표현되고 그 위험성이 안티팬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희석되어서는 안 된다. 분노의 극단적인 표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처벌을 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철부지 팬이 과연 철이 들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사회 전체가 노력하는 것이 제2, 제 3의 묻지마 안티범죄의 발생을 막는 방법일 것이다. 나를 버리지 않고도 충분히 즐기고 몰입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할 때이다.
/ 우종민-인제대 서울백병원 스트레스 센터 소장 www.stressc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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