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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을로’의 여행치료… 현실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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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6-11-09
영화 ‘가을로’의 여행치료… 현실은 달라요
( 조선일보 기사 인요)
회복률 30% 정도… 정신과 치료 필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가을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고로 약혼녀를 잃은 남자 주인공 현우(유지태 역)와 사고를 당했으나 극적으로 구조된 여자 주인공 세진(엄지원 역·사진)이 우연한 기회에 만나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해소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세진은 사고 당시의 공포를 잊지 못해‘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데, 실제로 1995년 당시에는 이 사고 후유증으로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이 많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란 전쟁, 천재지변, 교통사고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뒤 그 기억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병이다. 사고 장면이 문득문득 떠올라 공포를 느끼거나, 관련 기억을 회피하거나 무감각해지거나, 과민반응을 보이며 늘 불안해 하거나, 과도한 피해의식이나 수치심을 느끼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공황발작이 나타날 수도 있다. 영화에서 세진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사고 기억은 10년이 지난 후에도 시시때때로 그녀를 괴롭힌다.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릴 때도, 차를 타고 갈 때도 매몰 당시 겪었던 소음과 공포가 엄습한다. 여행 중 현우와 마주쳐 함께 매몰돼 죽은 현우의 애인 민주(김지수 역)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야하는 상황이 닥치자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약혼녀를 잃은 현우에게는 병적 애도증상이 나타난다. 웃음이 많던 그는 죽은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내지못해 오랜 시간 고통스러워하고, 이 때문에 점점 냉정하고 무미건조한 사람으로 변해간다. 현우와 세진 두 사람은 우연히 민주가 알려준 여행경로를 따라 여행을 하면서 치료에 다가선다. 상처의 매개였던 민주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며 오랜 시간 방임해 왔던 자신들의 이상 심리를 치료하는 것이다. 여행 후 현우는 미소를 되찾고 세진도 일상의 일자리로 돌아간다. 이제 삼풍백화점 사고는 이들에게 고통스런 기억(記憶)이 아닌 추억(追憶)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처럼 해피엔딩이 아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완전히 회복되는 사람은 30% 정도에 불과하며, 30%는 중증 증상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게 된다. 이런 사람은 최면 치료나 약물치료 등 정신과적 치료가 필수적이다.
/ 하태현·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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