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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활용 놓고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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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6-12-19
정부부처vs의료계, 건강정보활용 놓고 전면전?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진료기록 등 지극히 사적인 건강정보를 어떻게 보호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두고 정부부처와 의료계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논란이 특정 정부부처를 뛰어넘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복지부는 개인 건강정보의 열람 및 이용권 확대와 그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건강정보보호법’ 제정을 놓고, 국세청은 연말정산 간소화를 위한 의료비 내역 제출문제로 사사건건 의료계와 대립하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등 3개 의료단체는 지난 11일 환자의 동의 없이 의료비 내역 제출을 규정한 소득세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강경대응을 선언했다. 국세청 역시 자료제출을 기피하고 있는 일부 병의원들에 대해 ‘겉으로는 환자 건강정보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수입 노출을 우려하고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보건복지위)이 주최한 정책토론회 ‘건강정보보호법! 약인가? 독인가?’에는 단연 각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약5단체가 공동주관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쪼그라든 건강정보보호진흥원=이날 이태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보화추진단장은 수정된 ‘건강정보보호 및 관리·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건강정보보호법안)을 공개했다. 그동안 입법예고 후 공청회 등을 통해 제기된 문제들을 대폭 반영했다는 것.
우선 논란이 됐던 건강정보호보진흥원의 권한을 줄였다. 진흥원이 보호와 관리 업무를 모두 맡기로 한 것에서 정보보호업무를 복지부 산하 건강정보보호위원회로 옮겼다. 정보보호와 정보관리를 별개 조직에서 맡기로 한 셈이다. 또 진흥원의 업무 중 전자건강기록시스템의 위탁관리 대상을 건강정보 생성기관 전체에서 보건소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한정했다.
반면 중앙의 건강정보보호위원회와 별도로 각 의료기관 내에 기관건강정보보호위원회를 신설해 분쟁조정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과징금을 신설한 대신 벌칙 수준을 현행 의료법 수준으로 낮춘 것도 특징이다. 법안은 건강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경우 그 이익의 30배의 금액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법안에서 정하고 있는 규정을 위반할 경우 부과되는 벌칙에 대해서는 기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억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경감시켰다.
이밖에도 제3자에 의한 건강기록의 수집·이용 범위를 통계·연구목적으로 제한했고, 건강정보보호의 기본원칙(알권리 및 자기결정권, 최소 수집의 원칙, 동의의 원칙 등)을 신설했다.
이태한 단장은 “그동안 의료계를 중심으로 제기한 문제점들을 대폭 반영한 수정안”이라며 “건강정보 보호와 관리업무를 분리하고, 전자건강기록시스템의 위탁관리 대상을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한정하는 등 건강정보의 집적 우려를 일정부분 해소했다”고 밝혔다.
◇폐지론vs제정론 대립=이번 토론회에서도 여전히 건강정보보호법의 폐지와 제정을 놓고 참가자들 간 의견이 충돌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한 정보통신이사(서울의대 교수)는 “충분한 검토없이 작성된 입법예고안이 저항에 부딪혀 복지부가 수정안을 제시한 것은 일견 진일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각계의 핵심요구사항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는 특히 하나의 법 안에서 정보보호와 활용을 한 데 섞는 것은 모순이라며 보호법과 진흥법을 각각 분리 입법할 것을 권고했다. 이미 현행 의료법에서 개인 진료정보의 열람을 보장하고 있는 만큼 건강정보보호법안과 중복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대한병원협회 강흥식 병원정보관리이사(분당서울대병원장) 역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기보다는 현행 의료법에 건강정보보호 등 정보화에 의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개정할 것”을 주장했다.
법안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다. 의료와사회포럼 우봉식 사무총장은 건강정보보호법안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보건의료 정보화를 추진하다 불쑥 튀어나온 개인정보 보호문제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건강정보보호에 관한 법안을 함께 다루면서 파생되는 갈등과 모순”이라고 정의했다.
이와 함께 법안의 경우 현재 노회찬·이은영·이혜훈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해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과 중복되고, 건강정보보호진흥원이 맡게 될 관리·운영 업무는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정보산업 진흥과 관련해서는 보건산업진흥원과 각각 기능과 업무 중복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상임위원은 의료계의 주장이 현실적·논리적으로 모순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건강정보의 전자기록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의료인의 윤리에 맡겨지던 환자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보호문제가 더 이상 전통적 관습과 윤리에 의해서만 관리되기 힘들다는 것.
전 상임위원은 “아직까지 개인 건강정보보호를 위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일”이라며 “의료계 일각에서 아직까지도 기존의 의료법만으로 충분히 환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으며,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런 법을 절대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을 넘어 자기모순으로까지 보인다”고 지적했다.
◇의료법, 소득세법 개정에도 영향줄 듯=건강정보보호법안은 제정 방향에 따라 현행 전면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의료법은 물론이고, 최근 국세청과 의료계 간 갈등의 출발이 된 소득세법의 재개정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소윤 복지부 보건의료정보PL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건강정보보호법안은 현재 추진 중인 의료법 전면개정 내용과 서로 상충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조율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건강정보보호 및 활용에 관한 세부내용은 건강정보보호법안에 위임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연말정산 의료비 자료제출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소득세법에 대해서도 건강정보보호법 제정에 따라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PL은 “현행 소득세법은 환자 동의가 없어도 의료비 자료를 국세청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건강정보보호법안은 환자의 동의를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다”며 “따라서 개인 건강정보 보호측면에서 더 강력한 법이 우선 적용되면서 현행 소득세법도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복지부는 건강정보보호법안을 내년 2월 중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의 심사를 거쳐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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