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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넓던 김 부장, 버럭쟁이로 돌변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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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6-12-19
마음 넓던 김 부장, 버럭쟁이로 돌변한 까닭은?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평소 마음 좋기로 소문난 모 벤처기업의 김우만 부장(가명,45)은 얼마 전 보험 사기를 크게 당하고 난 후 신경이 잔뜩 예민해졌다. 참는다고 꾹 참은 감정의 응어리는 점점 커지기 마련. 예전 같았으면 그냥 웃으며 넘길 부하직원의 농담에도 이제는 버럭버럭 화를 내기 일쑤다.
김 부장은 “요즘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자꾸 화가 나고 분노 같은 것이 치밀다 괜히 우울하기까지 하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목구멍에 뭐가 걸려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답답함에 머리까지 지끈거린다”고 털어놨다.
보험 사기를 당한 후유증으로 우울한 마음과 분노가 그동안 마음 좋다고 소문난 김 부장을 한순간에 바꿔놓은 것일까? 김 부장은 이른바 울화병, 화병에 걸려 괴로워하고 있는 것.
◇`사기친 당신이 죽도록 밉다!` 분노, 신체변화로 이어져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최소연 교수는 “화병은 생활 상에서 겪게 되는 강한 스트레스에 대해 분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억압한 결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그 신체적 증상으로는 김 부장처럼 가슴 부위가 답답하고 열이 오르는 느낌이 들고 두통, 어지러움 증, 얼굴 화끈거림, 가슴이 뛰고 목이나 가슴에서 덩어리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 등을 호소하고, 정신적으로는 우울 불안 신경질 불면증 등이 자주 나타나고 쉽게 화가 폭발하는 특징을 보인다.
최 교수에 따르면 화 즉, 분노의 감정은 몸의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키고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서 각종 신체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최근 불황, 실직, 사기 등 사회적 분노 요인이 많아지면서 김 씨와 같은 남성 직장인들이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한 학원 입시 스트레스 등을 겪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도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트레스성 질병이자 다른 질병의 원인이 되기까지 한다.
최소연 교수는 “화병으로 인해 정신과를 찾아오는 환자들 중 어떤 특정 계기를 통해 화병이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사기나, 시집살이 등으로 울분이 많이 쌓인 경우, 그 응어리가 분노와 우울증 반응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도암양한방클리닉 이의원 원장은 “화병은 환자 스스로도 스트레스의 내용을 알고 있지만, 이것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쌓아두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고 전한다.
과거 남존여비사상, 가부장적 문화에 의해 억압돼 온 중년 이후 또는 노년기 여성들에게 특히 화병이 많은 것도 이 때문. 이 원장에 따르면 화병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 여성의 비율이 약 80%, 남성이 20%로 여성이 화병의 발생률이 현저히 높게 나타난다.
◇배신감에서 분노에 부르르 떨기까지
이 원장에 따르면 화병을 경험하는 모든 환자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화병은 충격기→ 갈등기→ 체념기→ 증상기 의 4단계로 진행된다.
이 원장은 “충격기는 화가 날만한 충격을 받은 상태다”며 “격한 분노로 표현하는 것이 적당하며 상대에 대한 배신감, 증오심등이 분노에 앞서 격하게 일어나 심지어는 살인충동까지 품을 수 있는 극한 감정의 상태다”고 전한다.
다음의 갈등기는 어느 정도 격한 감정이 진정된 상태로 이성을 회복하기 시작,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 교수는 이에 “화를 참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순간적인 갈등에서부터 퇴직, 이혼, 결별 등의 선택 갈등에 이르기까지 고민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 경우는 근본적으로 화를 해소 하려는게 아니라 상황을 다시 참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더 큰 화가 쌓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체념기에는 ‘이젠 지쳤다’ ‘화내는 것도 잊었다’ ‘다 지난 애기다’ 하는 소리를 자주하게 된다. 자신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 운명이나 팔자를 운운하게 되지만 상대를 용서하거나 이해하는 입장이 아닌 단지 체념함으로써 감정적인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교수는 “충격기, 갈등기, 체념기에서 쌓인 증상들이 화의 폭발, 갈등고조, 심한 우울증이나 무력감 등의 전형적인 화병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마지막 증상기의 단계다”고 전한다. 스트레스의 증상으로 나타나며 위에서 언급한 가슴떨림, 이물감, 답답함,두통 등의 신체적 변화을 부른다.
◇화병은 표현해도 근본적 해결 안돼, 긍정적 인식 필요
한편, 최소연 교수에 따르면 현대인의 화병은 과거 남존여비사상, 가부장적 문화에 억압돼 발생됐던 화병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이에 “요즘은 가슴에 쌓아두지 않고 즉시 해소하거나 표출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억압과 스트레스가 합리적으로 표현되기 어렵다”고 전한다.
즉 현대인의 화병은 과거 표출하지 못해 오는 화병이기 보다는 표현은 하되 그것이 되려 자신을 자학하고 질타하는 요소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화병이라는 것. 현대인에게 오는 업무적 스트레스, 대인관계에서 오는 피곤함 등은 표현을 해도 근본적으로 해결되긴 어려운 법이다.
최 교수는 신체적 `증상+우울증+분노`가 화병을 낳는다고 판단, “예방과 처치를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긍정적인 자세, 낙천적인 해석능력이 필요하다”며 "화병은 심할 경우 모든 병의 근원이 되기도 하므로 전문가와의 정신적 상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한다.
이어 "화병의 제공자가 되는 남이 먼저 변하길 바라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려 자신이 먼저 변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대인관계와 사회 불안의 요소로 오는 화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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