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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보그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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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12-22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매일신문기사 인용] 이 영화에는 다양한 정신증상을 가진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 몸이 기계부품으로 조립된 사이보그라고 믿는 소녀(임수정), 모든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죄사함의 의식으로 뒤걸음질로 다니는 죄책망상에 시달리는 사내, 부러운 사람의 정체성을 훔쳐서 자기 것인 양 행동하는 다중인격장애 일순(정지훈)등이다. 주인공 영군은 음식을 먹으면 기계가 고장난다며 식사를 거부하고, 음료수 자판기와 대화를 하고, 무당벌레가 이끄는 수레를 타고 구름 속으로 날아오르고, 하이디처럼 드레스를 입고 요들송을 부르며 초원을 뛰어다닌다. 증오의 대상도 쉽게 응징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팔만 뻗으면 총알이 위력적으로 발사된다. 피터팬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판타지 속에서 살아가는 영군은 몸은 어른이지만 사고체계는 어린 아이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이미 확립한 정신구조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고 환경의 현실적 요구에 직면하며 기존 인지체계를 변화시켜 외부세계에 적응해나간다. 인지심리학자 피아제의 관점으로 본다면, 사이보그 영군의 인지발달단계는 전 조작기적(preoperational)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만 2~7세의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생각으로 비논리적이고 체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지 못하고 인형도 생명이 있다고 여기며, 친구처럼 대화를 한다. 나무도 꺾으면 아프다고 느끼는 등 물리적 대상도 감정이 있다고 느끼는 심리현상을 보인다. 유치원생이 삼각함수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른이 구구단을 모른다면 분명 비정상인 것처럼, 전 조작기적 단계의 사고에 머무르는 주인공의 사고체계는 퇴행의 결과이거나 무의식적 갈등의 상징적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외부 세계와 고립되어 외할머니와 단둘이 지낸 영군은 할머니가 의존대상이었고, 할머니의 생각은 고스란히 영군에게 전달되었다. 쥐 망상을 가진 외할머니는 무로 연명하며 쥐들이 자식이라고 여기며 밥을 퍼다주었고, 영군은 귀머거리인 할머니에게 라디오를 들려주며 자신은 점차 사이보그가 되어간다. 외부와 동떨어져 지내는 자매나 모자간에 비슷한 망상을 나누어 가진 경우를 공유 정신병적 장애(shared psychosis)라고 한다. 영화감독은 외할머니와 영군의 공유정신병을 통해 떼어놓을 수 없는 모자간의 운명을 이야기하려한 것이 아닐까. 김성미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싸이보그...`서 정신병 연기 임수정.정지훈 배우에게 정신병자 역은 모험이자 기회다.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힘겨울 수도 있지만 연기영역을 한폭 확장하는 데 있어 한번 도전해볼 만한 배역이기도 하다. `뻐꾸기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의 잭 니컬슨, `참을 수 없는 자유`에서의 안젤리나 졸리 등 정신병자 캐릭터로 자신의 연기인생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사례도 많다. 내년 초 개봉할 영화 `행복`을 포함해 올해만 세편의 영화에 출연한 임수정(26)과, 올해 월드스타로 명성을 확실히 굳히고 스크린에 첫발을 내디딘 정지훈(24)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기이한 표정과 대사를 남발하는 이들을 만나 유쾌한 정신질환 이야기를 들어봤다. 틀니를 낀 채 혀짧은 할머니 목소리를 내며 병원 자판기나 형광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임수정의 모습은, 영화를 보지 않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를테면 빨리 달리지 못한다고 타박하는 자전거에게 그가 내뱉는 대사는 대략 이렇다. "육시랄. 빠떼리가 떨어졌잖아 이 븅신아." 자신을 인조인간이라고 믿는 영군 역을 맡아 엽기적인 행동을 아낌없이 저지른다. "`장화, 홍련`에서 내면이 아픈 친구를 연기했다면 이번엔 그런 것이 밖으로 드러나는 캐릭터죠. 잘 해낼 수만 있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한 배역이어서 용기를 내고 선택한 게 다행이라 생각해요." 정지훈은 더욱 모호한 캐릭터를 맡아 과장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어느 때는 보통사람이고 어느 순간엔 정신병자였다가 주변 모든 사람들의 사정을 생각해줘야 하면서도 영군을 사랑하는" 희한한 역할이다. `오버`하지 않기 위해 애를 많이 써야 했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고난과 역경이 있었죠. 알고 보면 정말 외롭고 슬픈 인물인데 겉으론 우스꽝스럽고, 또 너무 우습게 보여서도 안됐고요. 박찬욱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커서 배울 것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서 행복한 일이죠."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기도 한 영화는 이들의 결핍과 상실이 유머러스하게 포착된다. "보통 사람들도 모두 어디엔가 부족함이 있잖아요. 극중 할머니를 지키지 못한 영군은 강박을 가진 채 상실감을 감추고 있어요. 지금까지 해본 역할 중에 감정기복이 가장 심하기도 하고, 그만큼 어떤 틀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매력 있었어요." 차근차근 배역을 설명하는 임수정에게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다소 정형화된 드라마 연기만 하던 정지훈에겐 영화 작업이 한결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TV 연기와 영화 연기가 따로 있는 건 아니죠. 하지만 이번엔 워낙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고, 정신병자가 등장해도 이렇게 로맨스가 함께 섞이는 영화는 없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모호필름 관계자분과 술 한잔 하다가 우연히 캐스팅이 결정됐는데 첫계단을 잘 밟아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결과적으로 감사할 일이 됐어요." 연기자로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은 틀림없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의해 만들어진 스타라는 이미지도 강한 두 사람이다. 이 대목에서 스스로 경계하고 있는 지점이 없는지 물었다. "여배우에게 세상이 원하는 몇가지 모습이 있고 그 안에서 여배우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대중이 원하는 모습이나 이미지가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당분간은 작품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임수정의 각오다. 정지훈의 포부 역시 당차기는 마찬가지다. "이미지를 판다는 것과 배우의 입장은 다르지요. 겉모습으로 이미지로 인기 있는 것을 빨리 깨뜨리는 것이 저의 과제라고 생각해요. 실력없는 인기는 금방 탄로가 나요. 능력이 있다면 오래갈 수 있을 테고요. 다른 사람의 눈 신경쓰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렵니다." ( 지역정신보건사업 지원단 자료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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