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참여
치료에서 예방으로’, 의료정책 패러다임 바뀌나
- 담당부서 :
- 전화번호 :02)2204-0338
- 등록일 :2007-01-25
‘치료에서 예방으로’, 의료정책 패러다임 바뀌나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정부 의료·보건정책의 큰 물줄기가 변하고 있다. 급성질환 치료와 전염병 관리, 공적 의료재정 관리 등 치료 중심의 패러다임이 사전예방적인 다양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신설·강화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발표한 ‘건강투자’ 전략은 이같은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건강투자는 건강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소득증가를 유도하는 자본재로서 국가 성장전략을 위해서는 건강증진에 대한 사회투자가 필요하다는 개념을 말한다.
유 장관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70~80년대의 패러다임은 ‘체력은 국력’이었지만, 이제는 ‘건강이 국력’인 시대”라며 “이미 90년대 중반에 건강투자 전략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했어야 했지만 아쉽게도 놓쳤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 추진하나=우리나라의 거시적인 건강지표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지만, 미래 인구의 건강수준은 낙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고령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운동부족, 흡연·음주, 나쁜 식습관 등으로 국민 건강수준은 갈수록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은 지난 5년간 20%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청소년(15~19세)의 경우 35%가 아침을 거르고 규칙적인 운동은 25%만 실시하는 탓에 4명 중 1명이 비만에 시달리고 있는 등 ‘체격은 크나 체력은 약한’ 상태다. 직장인 역시 운동부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노인 10명 중 9명은 스스로 만성질환을 지닌 것으로 인식했다.
이같은 상황은 장기적으로 크고 작은 질병을 평생 보유하는 환자들의 거대한 인구집단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현행 단기치료에만 치중하는 고비용-저효율 의료체계로는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를 막을 수 없다는 것. 치료대상과 비용의 증가속도를 가계, 기업, 정부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같은 요인을 아예 처음부터 없애겠다는 게 ‘건강투자’ 전략의 핵심이다. 국민 개개인이 생애주기별로 건강증진 노력을 통해 건강하게 노동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사전 예방적인 다양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어떻게 바뀌나=내년부터 임신에서 출산까지, 아동부터 노인까지 생애주기에 따라 연속적인 국가 건강투자 체계가 본격 구축된다.
우선 임신 이후 출산까지 모든 필수 의료서비스가 무료다. 초음파검사, 융모막검사, 양수검사 등 그동안 비급여로 산모 부담이 컸던 주요 검사들도 대부분 필수 의료서비스로 전환돼 국가가 책임진다. 산모여성이 보건소에 등록하면 산모수첩이 지급되고, 원하는 의료기관이나 지원센터 등을 방문해 산전교육, 운동, 영양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쿠폰(바우처)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신체활동을 위한 체육시간 내실화와 체력향상제도가 도입된다. 현행 학교급식 체계를 바꿔 연령대별로 적정한 영양섭취가 가능하도록 영양개선사업으로 발전시키고, 학교 비만 프로그램도 개발된다. 청소년 건강패널이 운영되고, 학교별 건강상태에 대한 건강평가가 실시된다.
한창 일할 나이인 청장년층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새로 세워질 ‘지역산업보건센터’를 중심으로 건강서비스가 제공된다. 이곳에서는 보건소 의료인력과 보육시설, 운동시설, 간이운동장 등을 갖출 예정이다.
노인에 대해서는 운동·영양지원을 동시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중점적으로 추진된다. 노인건강대학을 운영하고 노인정 방문 운동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는 ‘노인건강증진허브보건소’가 현재 16개에서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민간시설과 연계해 영양부족 노인계층에 대한 영양교육 및 실태평가 등도 실시된다.
이외에도 생애전환기인 16세, 40세, 66세에 대한 건강검진이 강화되고, 보건소와 공공·민간 의료기관이 연계한 만성질환 관리시스템이 운영된다.
이같은 토탈 케어(Total Care) 서비스를 위해 복지부는 현재 교육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문화관광부 등에 분산돼 있는 건강증진프로그램을 관련부처와 협의를 거쳐 좀 더 세부적인 계획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전병률 보건정책팀장은 “이는 각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하드웨어에 복지부의 소프트웨어를 끼워넣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돈`=이처럼 치료에서 예방으로, 개인에서 국가투자로 바뀌는 건강정책은 주요 선진국들의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건강개선을 위해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 영양·술·담배 규제와 프로그램을 권고하고 있다.
영국은 건강투자를 미래 국가의 성장원동력으로 보고, 지난해 피트니스 장관 신설, 패스트푸드·청량음료 규제, 운동 프로젝트 등 대규모 건강투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비만방지와 건강증진을 위해 비만식품 광고금지, 경고문구 삽입, 건강음식 공급과 운동증진 프로그램, 건강진단 등 국가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학생 비만을 막기 위해 1992년부터 모든 학교에 다이어트 프로그램 실시, 과체중학생은 비만클럽 의무화 정책 등을 통해 14%에 이르던 소아 비만율을 지난해 9.2%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재정이다. 복지부는 이번 건강투자 전략을 추진하는데 올해부터 2010년까지 약 1조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임신-출산 무료진단 서비스에만 연간 1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하지만 재원마련 방법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담뱃값 인상을 통해 건강증진기금을 확충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일반 회계 및 건강보험에서 필요한 재원을 조달한다는 게 복지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국회와 여론이 담뱃값 인상에 부정적인데다 원하는대로 추가 예산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측은 “이번 복지부 건강투자 전략은 반대할 이유가 없는 좋은 정책이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아무리봐도 재원조달 방안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영유아 병원 무료예방접종 사업이 연기된 것처럼 국민에게 잔뜩 희망만 주고 실제로 시행하지 못한다면 큰 반발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가 적용되지 않는 자료입니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