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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병원 정신과 의국

  • 담당부서 :
  • 전화번호 :02-2204-0338
  • 등록일 :2007-02-02
사이코드라마 여기서 시작됐어요 국립서울병원 정신과 의국 밀어닥치듯 찾아온 가을, 그 풋내가 가시기 시작할 쯤 찾은 국립서울병원. 몇 십년간 병원과 함께 자라온 나무들이 병원건물 위로 가득히 쏟아지는 가을햇살을 받으며 나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인터뷰 약속 시간 10분 전부터 의국원들을 ‘모으고 있다’던 박지은 의국장의 표정도 마냥 여유롭다. 스무명이나 되는 의국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 남짓. 본관 정문은 어느새 하얀 가운을 입은 전공의들로 북적거린다. 최종적으로 모인 사람은 15명. 박 의국장이 “다섯 명이나 빠졌어요~”하며 섭섭한 표정을 짓는다. 지금껏 만난 어떤 의국보다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사진 촬영이 이뤄졌다. 사진기자의 이런 저런 요구가 시작돼도 다른 의국에서 흘러나오기 마련인 “야, 좀 잘해봐~”같은 추임새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옷매무새 한번 고치는 것으로 요구에 반응할 뿐이다. 촬영은 이례적으로 빨리 끝났다. 흩어지면서 누군가의 입에서 “와, 힘들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첫 인터뷰에 긴장했었던 사실을 알 수 있었을 정도니. 정신과 전문의 10%, 우리의국 출신! 의국은 병원과는 약간 떨어진 소아청소년진료소에 자리잡고 있다. 연차별로 의국이 따로 있을뿐더러 개인 책상까지 있을 정도로 수련환경은 좋은 편이라고. 국립서울병원은 정신과 의국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단일 의국이다. 연차당 10명, 전체로는 40명이나 되는 전공의가 북적거리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5명으로 20명의 전공의가 바쁘게 병원을 누비고 있다. “사람들이 많아서 든든하죠. 지역도 다양하고, 나이도 다양해요. 그래선지 자유로운 분위기랄까. 여유도 있고 그래요.” 박 의국장의 말을 2년차 최선아 선생이 받는다.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자기가 관심 있는 특별한 분야를 파고드는 것이 가능해요. 지금 4년차인 이학승 선생님은 혼자서 최면에 대해 공부하시거든요.” 현재 배출된 정신과 전문의 중 10%가 국립서울병원 출신일 정도로 역사가 깊고 알코올중독 병동, 소아병동, 노인병동이 각각 나눠져 있어서 전문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은 1년차 설재훈 선생의 자랑. 이제는 보편화된 사이코드라마가 처음 시작된 것도 여기다. 열연하는 전공의들 “사이코드라마 극장도 따로 있어요. 예전에는 임하룡 씨가 책임을 맡고 있기도 했고요. 감독, 배우, 조명까지 다 전공의들이 맡아서 해요.” 물론 연기력도 필요하다. 어떤 전공의들은 ‘오버’해서 환자와 싸우기도 하고 환자 어머니, 할머니, 동생, 여자친구까지 일인 다역을 거뜬히 소화하기도 한다. “알코올중독 환자를 상대할 때는 ‘소주’ 역할도 한다니까요, 난 소주야, 날 마셔! 마셔! 하면서, 하하.” 수련 중인 많은 전공의들은 의대시절부터 정신과를 염두에 뒀다. 다양한 케이스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이 수련병원으로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전문의 10명이 외래를 동시에 볼 정도로 외래환자도 많다. 전문의가 아닌 ‘젊은 선생님’을 찾아온 어떤 환자 부모가 “우리가 죽고 나면 이 애를 선생님께서 잘 좀 보살펴 주십시오”하고 부탁한 적도 있다. 아들을 평생 동안 보살펴줄 수 없다는 걱정에 담당의사라도 젊은 사람으로 정해두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참신했어요~ 각 병동에는 환자가 70명쯤 입원해있다. “1년차 때는 빼곡히 꽂힌 그 차트를 보면서 ‘여기 70개의 드라마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박 의국장은 말한다. 정신과 의사라면 누구나 비슷한 가슴 아픔과 책임감을 느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의국 특유의 분위기가 더 고맙다. “정신과 택하는 의사들은 스스로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는 거다, 그런 말들을 하잖아요. 저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년차가 피곤하고 힘들다는 말을 듣고 병동장님이 정말 자상하게 ‘힘드냐’고 위로해주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전공의들 사이도 그렇지만 스태프 선생님들이 저희를 지지하고 배려해주시는 것은 항상 놀라울 정도예요.” 다른 곳에서는 윗년차나 스태프들이 들어오면 벌떡 일어나 인사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여기서는 모 선생님처럼 덩치 큰 사람이 들어와도 그냥 앉아있는 모습이 참신했단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환자에게 맞은 적이 있는데 그날 전문의 선생님께서 오늘은 쉬라면서 저희 동기들도 다 보내줬어요. 다른 의국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죠.” 2년차 김권곤 선생의 말이다. 그래선지 2년차 동기들은 휴일에도 의국에 나와서 ‘같이 놀’ 정도로 사이도 좋다. “너, 또 왔냐?” 1년차들이 외부학회 가는 것도 국립서울병원 정신과 의국원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1년차 오중근 선생은 해외학회에도 다녀오는 행운을 누렸다고. 어떤 이들은 행사장에서 “너, 또 왔냐?”하는 말을 듣기도 한단다. 의국원이 많아서 좋은 점은 쟁쟁한 대가들을 언제든지 ‘모셔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병원 의국에서 대가들을 초청하려면 두세 개 병원이 연합해서 ‘행사’ 수준으로 일이 커지는데 여기서는 의국원들 간에 합의만 되면 얼마든지 세미나가 가능하다고. 대신 컨퍼런스를 할 때 프린트물이 아니라 프레젠테이션과 레이저 포인터가 기본이다. 덕분에 외부 발표도 능숙히 해낸다. 의국원이 많아서 나쁜 점은 한 가지다. 한달에 최소 한 번꼴로는 생기는 경조사 때마다 그 많은 의국원과 동문들에게 전화를 돌려야한다는 것. 이 임무는 1년차에게 떨어지는데, 2년차가 되면서 가장 즐거운 점이 이 임무에서 면제된다는 것이란다. 끊임없이 의국자랑을 늘어놓은 것은 아니었던 듯한데 정작 인터뷰 내용을 되살려보니 역시나 ‘우리의국 정말~ 좋아요’라는 만족이 대부분이다. 대신 다른 곳과는 달리 말투나 내용에 여유가 배어난다. ‘굳이 말로 옮길 필요도 없다’ 정도의 자신감이랄까. 1년차부터 학회에서 관심 있는 분야를 꾸준히 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나, 자기 책상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적 여유, 모든 환자를 다 볼 수 있다는 두터운 환자층, 권위보다는 전공의에 대한 배려로 똘똘 뭉친 스태프, 정신과가 중심인 병원 특유의 자부심까지. ‘가진 자의 여유’라더니 국립서울병원 정신과 의국원들의 여유는 이 모든 것을 다 가진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글 김민아 기자 licomina@docdocdoc.co.kr 사진 김선경 기자photo@docdocdo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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