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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주체성을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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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7-02-06
건강 주체성을 높여라
[한겨레] 병원·의사들의 세부 지표까지 공개하는 미국에 비해 황폐한 현실…일단 건강전문가에게 문의하고 소비자 정보를 폭넓게 모아야
▣ 위스콘신=조병희 서울대 교수 보건사회학·위스콘신대학 방문교수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정보사회에서 정보는 일단 많아야 한다. 건강정보 역시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것이 좋다. ‘건강정보의 홍수’라고 하는데 사실 건강정보가 정말 많은지에 대해 필자는 의구심이 있다. 무슨 약 선전이나 병원과 업소 선전, 건강식품 선전은 많은지 모르겠지만 정말 필요한 건강정보는 부족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에 ‘건강’ ‘건강정보’라고 넣으면 우선 보이는 것이 대부분 건강 관련 업소 광고다. 사이트 하나하나 들어가보아도 전단지 광고 정도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반면 영어권 검색엔진인 ‘구글’에 같은 내용을 영문으로 검색하면 상업적 내용도 있지만 우리와는 달리 공적인 건강 관련 데이터베이스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인터넷의 기술적 기반은 갖추고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콘텐츠에 해당하는 데이터화된 건강정보는 빈약하기 짝이 없고, 눈에 보이는 정보는 단편적이고 일방적 선전에 가까운 것들이 많다.
정보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라
이처럼 절대 수준에서는 건강정보가 부족하지만 우리 일상에서는 건강정보가 난무하는 것도 사실이다. 신문과 방송은 매일 새로운 약과 치료법, 건강관리법을 소개하고, 거리에서도 건강정보는 쉽게 만날 수 있다. 만일 건강정보가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정보를 누가 만들었는지 파악하고, 정보를 만든 사람이나 기관이 그 정보를 제공해 어떤 이익을 보는 것이라면 일단 진실성을 의심해보는 것이다. 제약회사·병원·○○건강원·○○건강연구소 같은 공급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라면 환자나 고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이 강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러한 정보도 필요할 때가 있다. 우리 몸의 어디가 아파서 진단을 받고 싶거나 아니면 약품이 아닌 자연치료법을 선택하고 싶은데 어디에 가야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알고 싶을 때 이러한 공급자들의 광고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공급자들은 대체로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정보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약 광고를 할 때 약의 효능에 대해서는 너무나 친절하고 자상해 얼른 그 약을 사먹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한다. 그렇지만 그 약이 부작용이 있는지, 다른 약과 같이 복용해도 되는지, 내 특수한 건강 상태에서 정말 효과가 있는지 등 정작 중요한 요소들은 빠져 있거나 아니면 구석에 조그마한 글씨로 알아보기 어렵게 써놓는 것이 보통이다.
병원의 광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의료진이 어떤 분야를 전공했고, 어떤 최신 장비를 갖고 있으며, 어떤 질병을 전문으로 고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준다. 그렇지만 의료진들이 얼마나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치료하다 잘못된 경우는 없는지, 치료비는 얼마나 드는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등 환자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병원은 드물다. 미국의 경우 ‘Health Grades’란 인터넷 홈페이지(www.healthgrades.com)에 가면 미국 전역의 의사와 병원의 정보를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의사 개인의 학력과 경력, 치료 분야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연구논문과 수상 경력, 그리고 의료 과실의 보상 정보까지 상세하게 수록돼 있다. 예컨대 보스턴시에 정형외과 의사가 920명인데 지난 10년간 의료 과실 건수가 120건이고, 윌슨이라는 의사는 10년 동안 1회의 의료 과실 보상 경력이 있고, 보상액은 ’평균 수준‘이라는 정보가 제공된다. 의료 과실 보상이 아닌 법적 기소 여부, 의사회와 병원에 의한 처벌 여부 등도 밝혀져 있다. 공식적으로 제공되는 정보 이외에 추가적인 불만사항이 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병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병원별로 임상적 수월성, 환자 안전, 전문성, 질 관리 등의 분야로 나누어 등급을 매기고 각 분야의 세부 지표의 점수가 낱낱이 공개된다. 따라서 환자는 어느 병원의 의사가 자신의 증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가장 좋은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 종합적으로 ‘우수’(best), ‘기대하는 정도’(as expected), ‘나쁨’(poor)으로 종합 평가를 해준다.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에서 병원 서비스에 대한 조사를 하지만 그냥 뭉뚱그려 1, 2, 3등 순위를 발표하기 때문에 정작 병원을 선택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병원 서비스의 질에 중요한 지표이지만 병원에서는 공개하기를 꺼리는 (아마도 제대로 데이터를 수집하지도 않을 것 같은) 지표인 원내 감염률, 사망률, 수술퇴원 뒤 재입원율 등의 데이터는 찾을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환자들이 서울의 큰 대학병원만 찾는 이유
이러한 정보 부재 상황에서 환자들은 그냥 서울의 큰 대학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안전 보장책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자들의 행태가 큰 병원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라고 폄하하지만 정보 부재 속에서 환자는 나름대로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동네에 있는 병원이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고 이를 신뢰할 수 있다면 왜 환자들이 굳이 돈과 시간을 써가며 멀리 큰 병원을 찾겠는가.
의료 영역에서 벗어나 ‘건강’ 영역으로 들어가면 유용한 정보는 더욱 찾기 어렵다. 우리를 건강하게 해준다는 각종 식품, 약초, 건강법, 물리기구, 비만감소법, 미용법 등이 난무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내 방식대로 했더니 이렇게 좋아졌다”는 식의 일방적 광고와 다름없다. 여기서 과학과 사기(quack)를 구분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사기꾼이 파는 건강상품은 일종의 만병통치약이다. 이 약은 시대적 유행을 따른다. 비타민이 유행하는 시대에 만병통치약은 비타민의 일종으로 선전되고, 기능성 식품이 유행하면 이것은 다시 기능성 식품으로 포장된다. 그리고 그 약은 시대를 초월하는 위대한 발명이지만 이를 시기하는 제도권 전문가들의 견제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자기 존재를 합리화한다. 또한 이 약을 파는 ‘약장수’들은 대체로 점쟁이와 비슷하게 카리스마적인 풍채와 언행을 가지며 믿어야지만 약효가 있다는 식으로 사람을 홀린다.
사실 이들은 약효 자체보다는 치료될 수 있다는, 또는 살을 뺄 수 있다는 ‘희망’을 파는 경향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언론에 이 약이 소개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약효에 대한 검증(즉, 부작용이 얼마나 있는지 또는 약의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되고 또 얼마나 실패할 수 있는지) 없이 효능만을 밝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 약을 사는 사람들은 현대의학의 한계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건강에 대한 과도한 염려증을 가진 사람들일 경우가 많다. 합리적 의심보다는 정서적 기대가 우선될 때 만병통치약은 매우 선풍적으로 팔리게 된다.
건강정보의 해악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이 판단하기 어려우면 건강전문가에게 문의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앞서 의료전문가 또는 병원들도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질책했지만 그래도 그들이 가장 믿을 만하다. 그래서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의사는 당신의 주치의에 해당하는 의사이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오랫동안 진료해왔고, 당신의 병력과 건강 상태를 충분히 알고 있고, 당신의 말이나 의문점을 경청해주는 의사이며, 불필요한 약 처방이나 주사를 놓지 않으며, 당신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선택이 가능하면 당신이 선택하도록 해주는 의사이다. 환자와 이런 관계를 맺고 있는 의사라면 당신을 대신해서 효과가 없거나 무익한 건강정보를 걸러줄 것이다.
다음은 소비자 정보를 모아보는 방법이 있다. 당신이 받으려는 치료나 복용하려는 약, 또는 실행하려는 건강법을 먼저 사용해본 사람들의 솔직한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다. 주변이나 인터넷에서 물어보거나 아니면 공적 기관에 질문을 해보아도 된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과 친한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병원을 갈지, 어떤 약을 먹을지, 어떤 비만치료법을 실행할지를 결정하는 데 주변의 친한 사람이 준거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 건강정보에 대한 평가는 주관성이 강하게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 경험의 범위를 좀더 넓혀서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또한 건강 관련 소비자단체에서 제공하는 상담도 유용할 수 있다.
공적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 개발·보급해야
어쨌든 우리나라에는 상업적 목적의 건강정보를 제외하면 건강정보가 매우 부족하다. 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건강증진기금 등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 개발에 좀더 열심히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우리 모두 건강 주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상업광고 수준의 정보가 많은 것도 달리 보면 우리가 소비자로서 지위가 약하고 건강관리의 주체성이 약해 공급자들의 유인과 조정에 취약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우리의 건강 주체성이 강화되면 자연히 그에 걸맞은 소비자 중심의 건강정보가 생산될 것이다. 나아가 우리의 경험을 혼자만 갖지 않고 다른 사람과 나눠 정보화하는 공유의 정신도 필요하다.
국내에서 건강 주체성을 확립하려면 소비자의 노력과 함께 정부나 공공기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최근 ‘e-헬스’ 구축이니 건강정보센터 신설이니 하면서 공급자가 필요로 하는 진료정보, 환자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기관끼리 공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의료 산업화 과정에서 그런 정책도 필요하지만 소비자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향후 보건정책의 기조를 질병 치료에서 벗어나 건강 증진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자체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급자들이 주도하는 건강 증진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건강 증진이 되어야 정부가 의도하는 의료비 절감도 달성될 수 있다(지금까지의 복지부 정책이나 의료의 현실을 보면 건강 증진도 의료 공급자들, 건강전문가들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려면 일반 국민이 스스로 건강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어야 하고, 여기에 소비자 중심의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손쉬운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너희가 건강정보를 믿느냐
[한겨레21 기사 인용]
건강의학 정보가 차고 넘치는 시대, 과학과 실험으로 포장해 소비자 현혹…홍보성 ‘유해정보’ 수두룩하고 신문·방송의 보도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어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대 후반의 미혼여성 강현미씨는 직장에서 실시하는 종합검진을 하면서 유방암 검진을 망설였다. ‘젊은 유방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 제목에 솔깃했다면 방사선 촬영기 앞에 서는 게 당연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은 만큼 정기 검진에 신경써라”는 의사의 친절한 권유도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유방암 증상이 없는 젊은 여성이 유방암 검진으로 해마다 유방 촬영을 하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뉴스로 접한 기억이 있었다. 유방 촬영에 쓰이는 특수방사선이 일반적인 흉부 X선에 비해 방사선 피폭량이 20배나 많고 유방에 집중돼 축적된다는 것이었다.
유방암 걱정된다고 수시로 촬영?
애초 강씨는 20대에 접어들면서 유방암에 대해 주의를 기울였다. 엄마가 유방암에 걸려 결국 절개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3배 이상의 발병 위험이 있다는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저지방식이 유방암 위험을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는 보도를 접한 뒤 밥상을 바꾸기도 했다. 포화지방이 적게 들어 있는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마련한 것이다. 고단백질 음식은 몸에 나쁜 저밀도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혈압 저하 등의 효과까지 있다니 가족의 건강을 위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얼마 뒤 장기 추적 조사 결과 저지방식을 하더라도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접했다.
도대체 강씨가 유방암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부에서는 국내의 40살 미만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25%에 이른 만큼 방사선 축적을 염려해 유방 촬영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젊은 여성의 유방 조직이 치밀해 유방 촬영을 해도 신뢰도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건강검진의 신뢰성 자체마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하는 5대 암 검진사업으로 2004년에 전체 대상자 가운데 0.01%인 66명이 자궁암으로 진단됐는데, 1~2년 내에 암으로 판명된 사람은 453명이나 됐다.
이렇게 건강검진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무작정 검진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강씨는 인터넷 건강정보 사이트와 여성 클리닉 등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살폈다. 대부분 유방암에 대한 공포를 키우는 구실을 하고 있었다. 멍울이 있다면 암을 의심하라는 식이었다. 그런 공포 사이에서 강씨는 진단방사선과 교수의 제안을 접한 뒤 유방 촬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젊은 여성이 해마다 유방을 촬영하는 것은 불필요하지만 40대 전에 한두 차례 하는 것은 해롭지 않다”는 게 제안의 요지였다. 이미 2년 전에 분위기에 휩쓸려 방사선 촬영기에 가슴을 내밀었다가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던 때문이었다.
강씨는 지금 유방암을 막는 식단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영양 연구에 따른 식이요법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저지방식만 해도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비만도가 최고 수준인 여성에게 자궁암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에게서는 특별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 ‘트랜스지방’을 동물성인 포화지방으로 대체하는 것도 안심하긴 이르다. 포화지방도 많이 섭취하면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공해 식품을 섭취하면 지방이 적게 축적되어 건강에 유익하더라도 비싼 가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다크 초콜릿’이 새로운 ‘건강식품’ 반열에 올랐다. 하루에 다크 초콜릿바 2개를 먹으면 인체에 해로운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과 혈액 속의 지방인 트라이글리세라이드 수치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보도된 것의 여파다. 비타민C와 비타민E,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의 항산화제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씨가 다크 초콜릿을 먹으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소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심장병을 예방한다 할지라도 인체의 녹을 방지하려다 면역체계가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기간 추적 조사를 했다면 식습관에 영향을 끼친 게 수두룩해 초콜릿의 영향을 고집할 수도 없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쏟아지는 건강의학 정보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건강과 의료,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관한 정보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TV와 라디오, 신문 등은 뉴스와 다큐멘터리, 교양 프로그램, 건강 섹션 등을 통해 건강의학 정보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는 광고성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범람하고 있다. 한국건강연대 이지은 상임위원장은 “현재 국민들의 의료를 바라보는 관점이 대단히 꼬여 있다. 건강은 삶의 범주에 있는 것인데 의료라는 틀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제약회사들의 노골적 홍보
그럼에도 의사로부터 건강 정보를 얻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인터넷 지식검색을 건강의학 정보 소통 창구로 이용하는 사람은 느는 추세다. 예컨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지식검색에 등록된 건강 관련 질문의 경우 다이어트는 12만여 건, 감기는 10만여 건, 암은 9만6천여 건이나 됐다. 여기에는 특정 전문지식을 지닌 학자들의 답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는 떠도는 소문이나 관련 병·의원을 소개하는 광고성 답변 등이 적지 않다. 아직까지 인터넷 자료들의 정확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연구 사례는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건강 정보로 인한 피해 사례가 소비자보호원이나 건강소비자정보센터, 의료소비자정보센터 등에 일부 신고됐을 뿐이다.
이런 ‘유해성’ 정보들은 대충 봐도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정보를 찾는 환자에게는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한 자연요법 사이트는 ‘호두기름’을 “불포화지방산으로 폐와 기관지를 좋게 하며 기침과 가래를 제거한다. 폐의 기능을 개선하며 치료하는 유일한 식품”이라며 만병통치약처럼 소개한다. 어떤 한의원은 “사상의학에 따라 체성만 찾아내면 거의 모든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 적용된 개정 ‘의료광고규제법’에 따라 병·의원은 방송이나 기사 형식의 홍보를 제외하면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광고할 길이 열리기도 했다.
건강의학 정보와 광고가 확대되면 의료 소비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결과에 이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정보와 광고는 기본적으로 의료 행위가 국민의 건강을 위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체험하는 시민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의미 있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의료 소비자를 양산해 확보하는 경쟁이 가속화될 게 뻔하다. 서울대학교 간호대 김재희 연구강사는 “건강 정보에 ‘유해성’이라는 말을 쉽게 붙일 수는 없다. 하지만 출처가 불확실한 자료는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무시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런 건강의료 정보의 문제는 ‘유해 정보’ 바깥에도 도사리고 있다. 대형 제약회사와 대학, 병원은 해당 분야의 과학적 발견에 근거한 물질이나 치료 효과가 높은 신약을 개발했다는 보도자료를 수시로 언론매체에 보낸다. 중형 병원이 개원하면서 홍보 인력을 별도로 모집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는 언론사 기자들을 해외 본사에 초청해 연구 업적을 보여주는 ‘취재’를 지원하기도 한다. 물론 제약회사의 목적은 신약 홍보를 위한 것이다. 아무리 취재를 하는 사람이 정보와 홍보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더라도 제약회사가 설치한 덫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제약회사의 노골적인 홍보는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물에 제약회사의 판촉 수단이 결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제약회사가 후원하는 연수강좌에서 관련사 약품이 부각되고, 제약회사가 제공하는 연구비로 임상연구를 수행한 뒤 후원사 약물을 더 처방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단국대 의대 박일환 교수(가정의학)는 “제약회사 판촉원은 유용한 정보원으로서 활용 가치가 있다”면서도 “정보를 얻었다고 소개받은 약품을 환자에게 즉시 적용하는 임상적 결정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강의학 기사, 모니터링해보니…
어쩌면 의료 소비자들을 심각한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과학과 실험으로 포장된 것인지도 모른다. 예컨대 젊은 여성의 유방암 진단처럼 과학적으로 상반된 결과를 내놓을 때 헷갈린다는 말이다. 과학 연구 결과에 ‘기적의 치료물질’ 같은 표현이 들어가 있다면 암과 같은 난치병 정복의 길이 쉽게 열릴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상어 연골을 먹고 말기 암환자가 치료됐다는 이야기는 자연현상의 기적적 발현으로 여기면서도 종양 연구자가 암세포를 박멸할 길을 찾았다는 말에는 현혹되기 일쑤다. 그것은 대체로 연구비에 목마른 과학 실험실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큰데도 그렇다.
암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오염물질, 전리방사선 등 다양한 병원체에 의해 일어나는 수백 가지 다른 질병의 유형을 망라하는 개념이다. 이들은 인체의 모든 부분을 다르게 공격한다. 따라서 한 가지 치료제로 암을 치료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검색창에 ‘암 치료제’라는 글자를 넣으면 수많은 기사와 관련 정보들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많은 사람들이 TV 뉴스에서 건강의학 정보를 얻고 있다. 그동안 의료 담당 기자의 전문지식 부족이나 정보 비판 능력 부족으로 정보가 검증되지 않거나 잘못 해석됐다는 지적은 간헐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에 바탕한 분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흥미있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 의대 김수영 교수(가정의학)팀은 TV 뉴스에 방송된 건강의학 정보를 근거 중심의 의학적 관점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공중파 방송의 7개월치 의료 정보 가운데 분석 가능한 85건을 살핀 결과, 34건(40%)이 부정확하거나 오해를 유발할 대목을 포함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면 방송이나 신문에 보도된 건강의학 정보마저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매스컴의 보도마저 무시한다면 어디에서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헬스 저널리즘 석사과정 학과장인 게리 슈바이처 교수가 오스트레일리아의 미디어닥터(www.mediadoctor.org.au)를 모델로 삼아 지난해부터 ‘헬스뉴스리뷰’(www.healthnewsreview.org)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송기자 출신인 슈바이처 교수는 “건강 뉴스가 차고 넘치는데 단순한 비평 차원에 그치지 않고 건설적인 방향을 제시하려고 의료 전문가와 함께 사이트를 만들었다”며 “의료 소비자들에게 뉴스를 보거나 읽는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영리재단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헬스뉴스리뷰에서는 매일 60건의 뉴스를 선별해 2차에 걸친 리뷰를 걸쳐 누리꾼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이 선정하는 기사는 발행부수 상위 10대 신문, 3대 네트워크 방송, 주·월간 잡지 등이다. 슈바이처 교수를 돕는 2명의 대학원생 조교가 기사를 선정한 뒤 석박사, 간호사 등의 리뷰, 대학 연구자와 병원 의사의 집단 리뷰를 거친 뒤 슈바이처 교수가 최종적으로 판단해 기사별로 별점을 매긴다. 슈바이처 교수는 양질의 기사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새롭고 유용한가 △과대 포장은 없는가 △증거는 확실한가 △부작용을 밝혔는가 △치료 비용을 따졌는가 등을 꼽았다.
이미 국내에서도 방송과 신문의 건강의학 기사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www.kma.org)는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산하에 모니터링분과위원회를 두고 2001년 9월부터 활동을 벌였다. 2005년까지 모두 3465건을 3차에 걸쳐 △과학적 건전성 △유해·유익성 △정보의 충실성 등의 가이드라인 아래 평가한 뒤, 우수 기사로 1128건(33%)을 뽑아 의사협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리고 3차 모니터링까지 거치며 ‘문제 있음’으로 지목된 기사 158건(5%)에 대해서는 해당 기자에게 ‘음성 피드백’을 보냈다. 예컨대 호르몬 치료의 효과를 확대해석한 기사에 대해 ‘완전한 치료가 아닌데 오해의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는 식이다.
“의학은 목숨을 건 줄타기”
초창기 모니터링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한 고려대 안암병원 김형규 교수(신장내과)는 “건강의학 관련 기사는 국민 건강에 깊은 영향을 끼쳐 의학적으로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며 “음성 피드백에 관련된 기자들의 저항이 적지 않아 모니터링에 기자가 참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음성 피드백 기사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일반인으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예컨대 ‘고층빌딩에 살면 왼손잡이가 많다’는 논문이 발표되면 비슷한 주제의 기존 연구를 검토하는 ‘메타 분석’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보도한 기사의 문제를 지적해도 언론사 기사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대중적 지지를 받은 ‘처방’이 사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때 사라질 것으로 보였던 호르몬 요법만 해도 아직까지 요실금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미국 여성건강연구(WHI)는 2002년 에스트로겐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유방암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뒤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장기간에 걸친 호르몬 요법을 중단했다. 그러자 호르몬 요법 지지자들은 열감증이나 요실금 같은 폐경증후군에 이롭다며 단기간 처방을 시도했다. 하지만 WHI에 참여하는 여성 2만4천여 명이 나선 2005년 실험에서 에스트로겐은 요실금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요즘 어린이나 청소년도 본태성 고혈압(원인 질병 없이 생기는 고혈압)에 노출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식생활 변화와 운동 부족이 원인이라며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치료해야 한다는 ‘경고’도 빠지지 않는다. 이미 성인 고혈압은 건강보험 외래 다빈도 상병 목록 1위를 꿰차고 있다. 지난 2001년 1180만여 건으로 외래 다빈도 4위였던 본태성 고혈압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1217만여 건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고혈압으로 인한 신체 위협에서 벗어나려는 ‘예방’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고혈압 진단 기준 혈압이 140/90mmHg에서 120/80mmHg으로 낮아진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 고대 이집트인들은 심장이 사고의 중심이며 간에서 혈액을 만들고 뇌가 몸을 식혀준다고 믿었다. 현대의학이라고 해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주간지 <뉴요커>에 의학·과학 관련 고정 칼럼을 쓰는 외과의사 아툴 가완디는 <합병증: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한 외과의사의 노트>에서 “의학은 불완전한 과학이고 불확실한 정보와 오류에 빠지기 쉬운 인간들의 모험이며 목숨을 건 줄타기”라고 지적했다. 의료 현장에 적용되는 치료법 가운데 과학적으로 규명된 의학적 사실은 10% 안팎일 뿐이라는 주장에 귀기울이면 ‘떠도는’ 건강의학 정보의 신뢰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예비 환자’들이 건강의학 정보에서 나침반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과학자의 업적이 치료로 자신에게 적용되리란 기대는 접는 게 좋다. 설령 말기 환자가 특정 약물로 생명을 연장했다고 해도 자신의 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기사에 드러나지 않은 사망 사례에 자신이 속할 수도 있다. 한국방송 <비타민> 같은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나쁜 음식’을 피하고 ‘좋은 음식’만 먹는다고 건강을 보장받지도 못한다. 아주대 의대 이종찬 교수(예방의학)는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폐암 진단 한 달 전 종합검진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며 이렇게 말한다. “전문가의 조언과 상식 사이에서 개인의 맞춤형 정보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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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불량의학>(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열대림 펴냄), <질병판매학>(레이 모이니헌 외 지음, 알마 펴냄),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아툴 가완디 지음, 소소 펴냄)
[ 인터뷰/모니터링분과위원회 김석일 위원장]
모니터링에 사회적 지원을
홈페이지에 실린 좋은 기사 읽으면서 정보의 옥석 가려야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아래 지향위)가 지난 1월26일 별도의 인터넷 홈페이지(www.healthup.info)를 꾸리면서 산하 ‘모니터링분과위원회’가 국민 곁으로 한 걸음 다가설 듯하다. 지향위의 모니터링 사업은 미국의 ‘헬스뉴스리뷰’보다 무려 4년이나 먼저 뉴스 모니터링을 시작했으면서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국민의 의학지식 향상보다는 언론매체 기자의 자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때문이었다. 지향위 산하 모니터링분과위원회 김석일 위원장(가톨릭대·예방의학)을 만나 의료 기사 모니터링 사업의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역사에 견줘 건강정보 모니터링 사업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 아쉬운 대목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 인터넷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의료 기사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의료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그런데 순전히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하다 보니 자료 수집이 용이하지 못했다.
초창기부터 좋은 건강의학 정보를 보급할 수도 있었을 텐데.
= 이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과 기자들의 지식 향상을 도모하는 게 낫다고 여기는 쪽이 있었다. 대다수가 후자였던 탓에 국민들에게 정확한 의학 지식이 전달되는 것을 돕는 식으로 활동했다. 그러니까 의사와 기자의 관계에서 모니터링 사업이 이뤄진 셈이다.
그동안 의협 홈페이지를 통해 ‘좋은’ 기사만 올린 이유는.
= 칭찬을 하는 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만일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기사가 공개되면 해당 기사를 작성한 당사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기자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했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을 때 해당 기자에게 관련 자료를 첨부한 ‘음성 피드백 검토의견서’를 보냈다.
별도의 홈페이지에서 건강정보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까닭은.
= 많은 사람들이 방송과 신문을 통해 건강의학 정보를 얻는다. 문제는 일반 사람들이 보도나 기사에 대해 의문을 품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는 질 좋은 정보가 유포되는 데 모니터링 사업이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홈페이지에 많이 들어와 좋은 기사를 읽으면서 정보의 옥석을 가릴 수 있어야 한다.
이전보다는 쉽게 홈페이지를 찾겠지만 제공하는 정보량이 많지 않은데.
= 이런 모니터링 활동에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자원봉사를 하는 의사들의 기사에 대해 판단은 할 수 있겠지만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헬스뉴스리뷰처럼 외부 기금이나 연구비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양질의 의료 뉴스가 있는 사이트로 알려지면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
대표적인 4가지 오류 사례
김수영 교수 분석 결과 방송 뉴스의 오류 비율 40%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송과 신문의 건강의학 정보를 신뢰한다. 하지만 전문가의 눈에는 거슬리는 게 적지 않다. 한림대 의대 김수영 교수도 그랬다. 김 교수는 “눈에 띄게 많아진 건강의학 정보를 접하면서 잘못 해석하거나 확대해석한 사례를 적지 않게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TV 저녁 뉴스를 대상으로 삼아 의학적 평가에 나섰다. 놀랍게도 방송 뉴스에 보도되는 뉴스의 오류 비율은 40%나 됐다. 김 교수가 제시한 건강의학 정보의 4가지 오류를 살펴본다.
대리결과와 최종결과의 혼돈대리결과는 생리·해부학적 결과이고, 최종결과는 증상의 해소나 기능 회복, 생존 연장 등이다. 대체로 대리결과와 최종결과는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대리결과가 최종결과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논문 저자나, 전문가, 기자 등의 용어 혼용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하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연구 결과 김치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 고혈압에 관련된 혈중 호모시스테인의 농도가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매 끼니에 김치를 먹으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때 김치는 중간적인 구실로 농도를 낮출 뿐이다.
비인체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확대해석 동물실험 결과나 배양세포 단계의 실험 결과를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하는 경우다. 동물실험은 임상시험의 전 단계로서, 이때 치료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실제 임상시험에서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사람에게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신물질이나 약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갖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흰쥐에 고추의 캅사이신을 투여하자 위궤양 발생이 억제되고 항암작용·비만억제 등의 효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사람이 고추를 먹는다고 위암과 비만을 막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인과관계 없는 결론에 큰 의미 부여 연구 설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의 강도를 확대해석하는 것이다. 예컨대 단면적인 연구 결과에 인과관계를 부여해 확정적으로 밝히거나, 치료 연구의 결과를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 대조군이 없는 연구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등이다. 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팀이 폐경기 여성 가운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이 정상인보다 골다공증 위험이 74% 높아진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뼈를 튼튼히 하려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이끌어냈다.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변수 동원주관적이거나 의미가 불분명한 언어를 사용해 보도에서 애초 말하고자 한 원인이나 결과가 잘못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연구 내용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빚은 오류가 많다. 한 대학병원이 임신 중 당뇨를 앓은 산모를 조사한 결과 아이를 낳고 3kg 이상 체중이 늘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4.9배 높아지고, 몸무게가 줄어든 여성은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5분의 1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문제는 분만 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는 기준이 임신성 당뇨가 있었으나 체중을 줄인 사람인지, 임신성 당뇨를 앓지 않은 사람인지 분명하지 않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병테크’의 명암
[한겨레] 생애주기별로 살펴본 의료 오·남용 사례와 올바른 건강관리 대책…첫 울음을 터뜨리면서부터 시작되는 불필요한 검사와 약물복용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제약회사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화이자이다. 화이자는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만으로 1년에 13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건강보험에 따른 총 진료비(2005년 기준)의 절반을 웃도는 수치다. 화이자의 리피토 마케팅 전략은 단순하다. “건강한 사람도 심장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문은 ‘질병 퍼뜨리기’에 한몫하고 있다. 요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mg/㎗만 되더라도 고지혈증 치료제를 찾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위험 수치로 거론되는 220㎎/㎗에서 한참 벗어난 180㎎/㎗ 때부터 ‘예방’ 차원에서 콜레스테롤 관리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처럼 거대 제약회사는 건강한 사람의 범위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모든 사람을 ‘예비 환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 예비 환자들은 규칙적인 운동이나 식습관, 금주, 금연 등 생활습관을 바꾸기보다는 수익의 30% 이상을 홍보와 광고, 마케팅 비용으로 쓰는 제약회사의 전략에 말려들기 일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이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DTC·Direct to Consumer) 허용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저널리즘스쿨 허지수 교수(메디컬 저널리즘)는 “대중매체를 통한 자유로운 광고는 의료정보를 전달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잠재적 고객으로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비단 제약회사에 의해서만 예비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집안이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컨대 부모가 암에 걸리거나 자신이 만성질환을 앓게 되면 집안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병테크’가 ‘재테크’라며 가족의 ‘건강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기도 한다. 치아가 망가져 임플란트로 수백만원을 날리기 전에 바른 칫솔질을 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신생아 때부터 노년기까지 불필요한 진단과 처방에 몸을 맡긴다는 데 있다. 몸의 상태가 변화기에 접어드는 생애 건강주기별로 의료 오·남용의 사례와 건강관리의 ‘사소한’ 대책을 살펴보자.
유아기(0~6살)
산모는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멈추기도 전에 간호사의 ‘제안’을 받아야 한다. 간호사는 “대사질환 검사를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잠시 머뭇거리는 산모에게 “기본 6종은 무료이고 나머지 40여 종은 유료입니다. 성장·발달이 늦어져 각종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라고 속사포처럼 ‘엄포’를 놓으리라. 의사의 진단도 없이 수만 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 질환을 검사하라는데, 이를 무시하지 않으면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80만원까지 들여야 한다. 물론 의사의 진단이 없다면 무료 대사검진만 받아도 충분하다. 출산방을 나오면 수백만원대의 제대혈 보관과 지방유래줄기세포 추출을 ‘권유’받는다. 물론 이를 20년 이내에 이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유전자 검사를 올해 하반기부터(예정) 금지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비만이나 지능, 호기심, 폭력성, 우울증 등 14개 항목이 속한다. 하지만 암 고위험군, 유방암, 백혈병, 키 등은 제한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73개 의료기관과 바이오벤처를 통해 상업적으로 이뤄지는 유전자 검사가 부분적으로 유지되는 셈이다. 항목별로 3만~8만원에 이르는 유전자 검사는 질병이나 행동에 대한 민감성만을 따질 뿐이다. 질환에서 나타나는 특이성이 없다는 말이다. 당연히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수준의 검사인 셈이다.
=> 예방의학의 뿌리를 키우는 시기다. 예방접종을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 DPT·소아마비·홍역·볼거리·풍진 등 기본 예방접종을 제때 해주고, 되도록이면 A형간염·뇌수막염·폐구균백신 같은 선택적 예방접종도 하는 게 좋다. 성인기에 신약의 볼모가 되지 않으려면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고 칼슘 섭취량이 많은 식단을 짜는 게 좋다. 이때 우유 섭취가 많으면 칼슘을 배출해 뼈를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치아 관리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청소년기(13~16살)
만일 초등학교 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면 정서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과잉행동이 내면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불안이나 우울 등의 정서장애가 있더라도 대부분은 ‘일시적 증세’로 끝난다. 장기화되더라도 약물 복용은 피하는 게 좋은데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면 약물 치료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시판되는 항우울제는 모두 성인용으로 개발된 것이다. 당연히 청소년에게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복용 당시에 약효가 나타나지 않거나 소화불량에 걸릴 수 있고 성인이 됐을 때 성기능 장애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이 시기에 과체중이나 비만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방이나 소금, 설탕 등 연소하기 힘든 고열량식을 먹으면서 몸을 사용할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비만이라는 전염병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고열량식을 피하고 몸을 움직이는 게 최선이다. 비만이 되는 것은 유전자 때문이라는 말은 허구에 가깝다. 1만 명 가운데 한 명 정도만 갑상선 기능항진이나 시상하부 또는 유전자 장애 때문에 비만이 된다. 몸집이 크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몸을 맘껏 움직일 기회를 갖는 게 중요하다. 어쨌거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기 전에는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어렵다.
=>청소년기에 책상을 벗어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언제나 ‘수험생’으로 여기면 성장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한다. 운동을 게을리하면 성장호르몬이 적게 생성되고 성장점 자극도 이뤄지지 않는다. 성장호르몬이 적게 나온다고 호르몬요법을 시행하다 다른 질병에 노출되거나 면역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적어도 하루에 2시간은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백신 예방접종도 해야 한다.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 결핵 등과 함께 여자라면 신형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도 고려해볼 만하다.
장년기(40~45살)
이전까지 종합검진에 투자한 진단 비용은 그다지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으리라. 사실 40살 이전에 ‘프리미엄 건강진단’이라는 이름으로 CT(X선 단층촬영장치), MRI(자기공명영상) 등으로 주요 암이나 장기별 질환을 진단하는 것은 의료 구매력을 자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특별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CT 같은 기기에 몸을 넣지 않는 게 좋다.만일 전시 CT 촬영을 한다면 방사선 노출량이 10mSv나 된다. X선 사진을 한번 찍을 때 0.1mSv인 것을 떠올리면 엄청난 방사선에 노출되는 셈이다. 자칫 질병을 검진하려다 백혈병이나 고형암 등에 걸릴 수도 있다. 진단기기의 효용성이 높아진다 해도 방사선 노출량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때부터 대머리에 대한 염려가 현실의 문제로 다가온다. 남성의 경우 50살에 50% 이상이 심각한 수준의 빈약한 머리숱이나 대머리로 골머리를 앓게 된다. 지금까지 수많은 대머리 치료제가 나왔지만 단 두 개만 시판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모낭의 발달과 주기를 조절하는 게 아니라서 완전한 효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성들이라면 심각한 ‘주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기도 할 것이다. 특정 뇌세포의 손상에서 비롯되는 우울증은 조기에 치료하는 게 좋다. 약물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지는 않을지라도 운동량이나 야외 활동 부족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햇볕은 우울증의 상비약이다.
=>40대에 접어들면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 앞으로는 건강보험으로 40살(16, 66살 포함)에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다. 가족력에 따라 질환별로 정밀검진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각종 만성질환에 노출되면서 건강보조식품을 상복하게 된다. 물론 마구 먹으면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노화를 촉진할 뿐이다. 식이요법과 운동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메트포르민(당뇨병 약물의 일종)보다 당뇨병 발병 확률을 낮추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약물의 마법 같은 효과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노년기(65살 안팎)
아마 이전부터 노화 방지의 묘책을 찾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으리라. 예컨대 항산화제를 다량 함유한 식품을 섭취해 활성산소를 흡수하도록 해서 노화가 느리게 진행되길 기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활성산소가 인체에서 사라지면 죽음에 이르고 만다. 비타민제만 해도 기미와 주근깨는 없애준다지만 노화를 막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노화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충분한 영양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이다. 일부에서 장수의 비결로 제시하는 적게 먹는 ‘칼로리 제한’은 동물실험에서는 효과를 보였지만 인간에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그래도 과식보다는 소식이 낫다.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를 피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혈액순환 개선에 효능을 보이는 은행잎 제제만 해도 건강한 노인들의 기억력과 주의력 등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설령 효과가 있다 해도 일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몸이 굳거나 쇠약해지고, 성욕이 감퇴하는 식의 노화 증세는 필연적이다. 젊은 시절 몸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면 해마다 체력이 0.5%씩 줄어 절정기의 90% 이상 유지할 수 있다. 만일 몸 상태가 절정기의 50%에도 이르지 못한다면 몸을 방치한 대가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의 연구를 보면 운동에 의한 노화 방지 만한 효과를 내는 마법의 약물은 없다. 여기에 물을 자주 마시거나 걷고 스트레칭을 한다면 불로장생의 명약이 따로 없다. 일단 노년기에 접어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노화를 질병이 아니라 삶의 과정으로 여기는 것이다. 병테크의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유아기에서 노년기까지의 병테크는 고가의 건강검진이 아니라 운동과 식습관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해야 한다.
도움말 주신 분: 경북 안동 신세계병원 박경철 원장,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시스템학과 이도헌 교수
코메드, 건강한 정보를 꿈꾼다
[한겨레] 미 국립의학도서관의 ‘메드라인’을 한국화하는 작업 진행 중…학술적으로 검증된 정보 제공, 국내 의학계 검증 자료 추가해야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그야말로 ‘건강한’ 정보에 대한 갈증이 깊은 터였다. 지난 1월23일 태극마크 건강의학 정보가 싹트는 서울대 간호대의 한 연구실에 갔다. 그런데 컴퓨터 모니터 앞의 김태윤 연구원(서울대 보건대 박사과정)은 외국 사이트에서 정보를 긁어모으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실망스러웠는지 “이렇게 단순노동을 하는 것이냐”라는 우문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곧바로 현답이 되돌아왔다. “한국형 소비자 건강정보 시제품(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 외국 콘텐츠에서 통증에 관한 자료를 분석해 시스템을 기획하는 과정이다.”
기존 정보 사이트들은 차별화되지 못해
이렇게 ‘한국형 메드라인플러스(MedlinePlus)’(코메드·Komed) 콘텐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코메드 연구단은 오는 5월 말까지 시제품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해 자문위원회와 소비자의 반응을 살필 예정이다. 코메드의 주요 활동이 ‘번역’이라는 사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보화사업추진단의 김소윤 서기관은 “요즘 개인이 병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치료 효과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양질의 정보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메드라인플러스의 한국화를 시도하게 됐다”고 말한다.
현재 메드라인플러스는 세계 최대의 건강의료 정보 사이트로 꼽힌다. 미국 국립의료원(NIH) 산하 국립의학도서관(NLM)이 운영하는 메드라인플러스는 전문 연구자들이 즐겨 찾는 의학논문 관련 데이터베이스인 ‘메드라인’(Medline)의 대중화를 꾀한 사이트로서 전문가들이 조사한 정보만 추가하며 광고성 홍보물은 없다. 게다가 6개월에 한 차례씩 모든 정보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는 등 철저한 관리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에서 만난 바이오메디컬 커뮤니케이션 석좌교수 로버트 로건 박사는 “국립의학도서관은 의학 전문가에서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수준에 맞는 정보를 제공한다”며 이용을 권유했다.
사실 국가 차원에서 건강의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미국만이 아니다. 건강의학 정보의 범람으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이 낭비된다는 지적에 따라 영국의 ‘NHSdirect’, 일본의 ‘MEDIS-DC’ 같은 형태의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개인이 건강의학 정보를 올바르게 활용하면서 의료소비의 중심에 서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나라들보다 체계적이지는 않다 할지라도 국내에도 정부 부처나 기관이 운영하는 건강의학 정보 사이트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마당’, 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건강길라잡이’,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등도 소비자 건강정보 모델로 개발됐다.
문제는 기존의 건강의학 정보 사이트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나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마당만 해도 신뢰성은 높은 편이지만 콘텐츠 양이 부족하고 의료소비자 중심의 이용 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각종 포털에는 신기술을 과대포장하거나 시술 성공률을 부풀린 자료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서울대 의대·간호대 연구팀의 ‘인터넷 건강정보가 의사-환자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1차 분석에서, 인터넷 건강정보는 환자가 자신감을 갖을 수 있을 만한 정보는 아닌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국 의대 교수와 개원의 등을 대상으로 지난 1월23일까지 실시한 이 이메일 설문조사에서 255명의 응답자 가운데 227명(89%)이 “지난 1년 동안 진료 중에 환자가 인터넷에서 접한 건강정보에 관해 문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인터넷 건강정보의 정확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95명(37%)이나 됐다. 또 대부분의 의사들(213명)은 “환자들은 대체로 인터넷 건강정보가 자신에게 적절한지 아닌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인터넷 건강정보에 근거한 환자의 요구가 자신의 건강상태에 적절하지 않다고 본 교수와 개원의는 182명으로 71%나 됐다.
국가적 사업 지원에 회의적 시선도
그렇다면 코메드는 건강의학 정보의 산실로 자리잡을 것인가. 일단 학술적으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할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현재 메드라인플러스는 1300여 기관에서 제공하는 1만8천여 개 링크(A4 용지 6억5천만 장 분량)를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저작권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NIH 산하 연구기관의 자료 4천여 개 링크(약 1억4천만 장)를 코메드에 무상으로 올릴 수 있다. 이 콘텐츠만 해도 문서는 물론 사진·음성·동영상 등으로 방대한 양이다. 여기에서 코메드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메드라인플러스가 한국형으로 거듭나기까지 1천여 개 링크(약 3500만 장)를 번역하는 것도 간단치 않은 작업이다.
국내 의학계의 검증 자료를 추가해 ‘한국형’의 면모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예컨대 대체의학 관련 링크를 추가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 시제품 개발을 한 뒤 개발 작업이 본격화 되면 최소한 연간 50억원씩 3년은 투자해야 제모습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코메드 개발에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주한 교수(의료정보학)는 “정부가 건강의학 정보를 국가적 사업으로 시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번역 위주의 사업에 연간 몇십억원씩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코메드 개발자들은 시스템이 완성되면 건강한 의료소비로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의 건강보험에 따른 진료비 총액은 지난 2005년에 24조8615억원으로 2001년 17조8433억원보다 7조원가량 늘었다. 진료받은 횟수가 13회에서 15회로, 1인당 진료비가 38만7천원에서 52만4천원으로 늘어난 탓이다. 이를 유해한 건강의학 정보에 의한 불필요한 의료 소비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양질의 건강의학 정보가 뒷받침된다면 의료소비에도 영향을 끼칠 게 틀림없다. 어쨌든 양질의 건강의학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급할 방법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뷰/ 한국형 메드라인플러스 연구개발책임자 김정은 교수]
“이제 정보의 질을 따져야”
지금은 시제품 연구 단계, 국내 연구 결과 추가해 보완할 것
건강의학 정보가 넘치지만 알맹이 있는 것은 드물다. 일부 공공기관 사이트의 정보마저 질적인 평가를 받지 않은 것 투성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의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동떨어진 용어를 남발해 ‘남의 나라 말’로 여기게도 한다. ‘한국형 메드라인플러스’(코메드) 개발을 맡은 서울대 간호대 김정은 교수(간호정보학)는 “이제는 건강의료 정보의 질을 따져야 할 때”라며 “국내 실정에 맞는 메드라인플러스의 한국판”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코메드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은데.
=일부에서는 건강의학 정보 사이트가 “아예 필요 없다”거나 “있을 만큼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용을 깊숙이 살펴보면 한계가 뚜렷하다. 특정 질병에 관련된 정보를 찾는 사람은 깊은 정보를 원한다. 이른바 ‘소비자 전문가’(prosumer)들의 요구에 맞춘 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새로운 차원의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현재의 정보를 특정 기관에서 인증하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인증하는 방법을 수년 동안 찾아보기도 했다. 예컨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정부 인증기구 ‘헬스온더넷기금’(Health On the Net Foundation·www.hon.ch)과 같은 조직을 구성하는 방안도 모색했지만 예산 문제와 이해관계가 엇갈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살아서 움직이고 변화하는 인터넷의 생리상 그런 조직을 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메드라인플러스의 한국판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인터넷에 있는 건강의학 정보 가운데 가장 신뢰할 만하다는 게 중요한 이유다. 우리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영어가 능통한 사람이라면 직접 이용하면 되겠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코메드를 통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의학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미 공공기관에서 관련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 나름대로 독자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지만 양과 질적인 면에서 메드라인플러스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질병 관련 정보나 국립암센터의 암 전문 정보 등 기관의 특화된 정보는 코메드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으로 만들면서 ‘슬관절’을 ‘무릎 관절’로 바꾸는 식으로 의학용어를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대대적으로 다듬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앞으로 코메드 개발과 운영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 예정인가.
= 지금으로선 의학에 능통한 전문 번역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수월하지 않다. 소비자 용어 연구는 대한의료정보학회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겠지만 완성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렇듯 지금은 시제품을 연구하는 단계일 뿐이다. 만일 국가보건정보센터가 설립되면 ‘소비자건강정보센터’ 형태로 운영을 시작한 뒤 적절한 시기에 별도의 조직으로 독립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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