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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끈` 잡아줄 상담 핫라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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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7-02-15
자살률 OECD 1위 … `최후의 끈` 잡아줄 상담 핫라인 없어
[중앙일보기사 인용]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2시.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 24시간 핫라인 상담전화가 울렸다.
"하는 사업마다 쫄딱 망하고…. 빚쟁이 피해 서울로 도망와 몇 번 목을 맸는데 자꾸 실패하네요."
전준희 위기관리팀장은 책상 앞으로 바짝 당겨 앉으며 심호흡을 했다.
"어려운 일을 겪으셨군요. 당연히 힘드셨을 거예요."
"오늘 밤에 다시 해보려고…."
"잠깐만요. 지금 어디 계세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다 소용없어. 죽는 게 속 편해."
"아니에요. 제가 좋은 해결책을 알아요. 한번만 만난 후에 결정하세요."
한참을 머뭇거린 끝에 40대 남자는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줬다. 그는 긴급 출동한 전 팀장의 설득 끝에 자살 시도를 접고 지금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곳에는 하루 10건 이상 자살.우울증 관련 전화가 걸려 온다.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언급하거나 자살 직전에 거는 전화도 있다. 전 팀장은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이 자살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호소할 곳을 찾는다"며 "적절한 도움을 주면 쉽게 자살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훈련받은 전문요원이 24시간 자살 관련 상담을 하고 응급 출동까지 하는 곳은 전국에서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가 유일하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지만 자살 예방 대책은 걸음마 단계다.
◆자살률 1위=1만2047명. 2005년 한 해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수다. 1만 명에 2.6명꼴로 미국.독일의 두 배다. 증가율도 세계 최고다. 1995년 이후 10년간 자살자 수는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2004년 정부가 `자살 방지 5개년 대책`을 내놓았지만 자살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이광자(간호학)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 사회는 변화도 빠르고, 성취욕도 높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손실도 크다. 국립서울병원과 이화여대의 조사에 따르면 2004년 기준 자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3조원에 이른다. 평균 수명을 감안한 미래 소득 손실, 긴급 수송비 등을 감안해 산정한 수치다.
◆허술한 안전망=정부 예산으로 자살 예방 사업을 하는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고민이 많다. 그는 "정부 예산 3억원으로 TV광고 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공공교육의 중요성을 알지만 예산과 인원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긴급 상담이 가장 잘되고 있는 서울시 위기관리팀도 전문 요원은 7명뿐이다. 자살 시도자에 대한 사후 관리까지 맡기엔 벅차다.
정부 투자도 인색하다. 보건복지부의 직접적인 자살 관련 예산은 한 해 5억원에 불과하다. 각종 정신질환 문제를 아우르는 정신보건센터 사업비를 합쳐도 90억원 수준이다. 금연 홍보에만 연간 81억원을 사용하고 있는 데 비하면 턱없이 적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자살 방지 대책을 아예 법으로 정해 관리한다. 미국에선 심폐소생술 개념을 적용한 자살 방지 응급대처법을 교육받은 민간인이 10만 명이 넘는다. 육성필 고려대 자살 예방 및 위기상담센터장은 "자살자의 80%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죽음을 택한다"며 "자살 방지 전담 핫라인을 대폭 늘리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응급대처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정보제공, 베르테르현상 낳는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자살자살자살자살..."
10번만 외쳐도 ‘살자’가 되는 자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이 자살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들의 비보가 약 20일 간격으로 이어짐에 따라 전 국민에게 충격을 더 해줬다. ‘베르테르현상’을 우려하는 세간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유서형식의 글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던 故 유니(본명·허윤), 자살할 이유가 없었다는 故 정다빈(본명·정혜선).
무엇이 그들을 자살로까지 가게 했을까? 비단 이들뿐 아니라 자살을 한 많은 사람들의 이유에 의학적 접근이 과연 가능할까?
◇자살 이르게 하는 의학적 매커니즘 존재하나?
현재까지 자살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다. 의학적으로 자살을 규명할 수 있는 정확한 메커니즘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정신과 전문의들은 자살 유전자일 가능성이 높은 호르몬으로 세로토닌을 지목하고 있다.
용인정신병원 강대엽 교수에 따르면 세로토닌은 감정 조절, 불안, 충동성, 폭력성, 우울증 등과 연관된 뇌의 신경전달물질.
강대엽 교수는 “자살을 하는 사람은 이러한 뇌 신경전달물질 분비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자살을 선택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베르테르효과에 의한 다른 사람의 자살은 이러한 선택을 충동질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영국 킹스칼리지의 테리 모피트 박사팀의 연구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구팀은 세로토닌 분비를 조절하는 5-HTT 유전자 가운데 특이한 조합을 가진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5-HTT 유전자는 짧은 것과 긴 것 두 종류가 있는데 사람은 누구나 짧은 것 둘을 갖거나 짧은 것과 긴 것 또는 긴 것 둘을 갖게 된다.
뉴질랜드 21~25세의 젊은이 847명을 연구한 결과 최근 5년간 사별, 부채, 실직 등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4번 이상 받은 사람들 가운데 우울증을 겪은 사람은 짧은 유전자를 하나 이상 가진 경우가 33%, 이에 반해 긴 유전자 둘만 가진 경우는 17%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자살을 생각하거나 기도할 가능성은 짧은 유전자를 하나 이상 가진 경우가 긴 유전자 둘만 가진 경우보다 3배가량 높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짧은 5-HTT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우울증에 걸리거나 나아가 자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베르테르현상은 `자살에 대한 정보에 의한 것`
그렇다면 자살을 하게 되는 심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 심리치료학자 시프네노스(A.C. Sifneos)의 자살행위에 이르는 심리과정에 따르면 개인이 고통의 상태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있어서 환경이 그것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그 개인은 심리적으로 과도한 고통상태에 빠져버리게 된다.
이 상태 하에서 감정의 변화가 생기고 여러 가지 병적인 증상이 발생한다. 지속되면 자살욕구가 생기고 더불어 몇 가지의 결정인자가 작용하면 자살이 행해지게 된다는 것.
여기서 말한 병적인 증상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앞서 말한 우울증과 관련된 신경물질전달 이상을 짚어볼 수 있으며 여러 심리상태가 동반된다는 점에서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국립서울병원 남윤영 팀장은 “자살 하는 이유를 어느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매우 힘들고 실제로 자살한 사람들의 연유나 사연을 모두 조사해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고 말한다.
다만 베르테르 현상을 비추어볼 때 “자살을 한번이라도 생각한 적이 있는 경우라면 많은 언론들이 추측해내고 분석해내는 글에 의해 ‘이렇게 하면 죽을 수 있구나’ 하는 파급효과를 일으키게 된다”며, “이들의 분석이 자살에 대한 정보제공 효과가 되는 셈이다”고 꼬집는다.
외국 같은 경우 자살 예보에 관한 기사에 가이드라인이 있다. 자살했다는 사실만을 알릴뿐 방법이라든지 원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토록 하고 있는 것.
남윤영 팀장은 “어떠한 방법으로 죽었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 단순히 자신과의 동일시가 아니라 지살을 할까 말까하는 결과에 두려운 상황에서 일종의 방법론적 정보로 기억되기 마련이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국내 경우 故 이은주씨 자살 이 후 자살자가 하루 평균 0.84명에서 2.12명으로 2.5배 늘었다 (서울중앙지검의 조사). 그 중 빚더미에 힘들어하던 20대 여성은 유언 중 “이은주 씨가 죽는 것을 보고 고통스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자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베르테르현상을 살펴 볼 수 있다.
한편, 남윤영 팀장은 “자살 자체는 병이 아니다”며 “다만 자살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면 평소와는 다른 정신 건강 상태가 달라진 것이라고 판단 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원인이 있어 자살을 생각하는 건지 그 원인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에 대한 명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방자살을 일으킨다는 베르테르 자체도 사실은 아무 현상이 아닐 수 있다. 이 자체도 인간이 만들어낸 ‘이름 붙이기’에 지나지 않는 것.
역으로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이 누군가의 자살을 보고 자신에게 닥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자살이 아니다 하는 현상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이뤄지고 이름이 붙여져 베르테르현상에 반하는 `살자` 효과를 낼수 있길 기대한다.
친구 자살 우려된다면…“난 널 포기안해” 메시지 줘야
[쿠키 사회]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이 이어지면서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소년과 젊은층의 모방 자살 기도를 우려하고 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살예방법제와 예방지킴이 활동이 강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음주를 막고 대화 지속하라=지난달 21일 가수 유니(본명 허윤)가 인천 집에서 목을 매 자살한 데 이어 10일 탤런트 정다빈(본명 정혜선)이 남자친구 집에서 숨지자 연예인 연쇄 자살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생명인권운동본부 신승철 팀장은 “정씨가 유니의 자살 소식을 듣고 미니홈피에 ‘멍하다’는 글을 남겼고,방식도 밀폐 공간에서 안으로 문을 잠그고 수건 등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모방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운동본부는 11일 ‘자살 위기인을 위한 생명지킴이 행동 강령’을 발표했다. 자살 위기자 옆을 교대로 24시간 지키고 자살 위험도를 높이는 술을 피하게 할 것을 우선 당부했다. 이어 끊임 없는 대화시도로 ‘당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줄 것과 약물과 노끈,칼,총기류 등 접근 가능한 모든 자살 수단들을 치울 것을 요청했다.
◇청소년 악영향 우려=연예인들이 청소년에게 우상이고 이상화된 자기 모습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05년 2월 영화배우 이은주씨가 목을 맨 이후 3주간 하루평균 자살자가 2.13명으로 이전 0.84명에 비해 2.5배가량 급증했으며 특히 이씨처럼 목을 매 죽은 비율이 79.6%를 차지했다는 서울 중앙지검의 보고서도 있다.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유희정 교수는 “가수 유니의 자살이후 병원에서 진료중인 청소년 환자들의 불안감 지수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고교생 A양(17)이 유니 소식에 펑펑 울며 ‘나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내 마음이 통제를 벗어나 실행하면 어쩌나’는 불안감을 보였으나 ‘연예인은 또다른 고통이 있었다’는 설득과 상담,약물 치료를 통해 안정을 찾았다고 밝혔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홍식 회장은 “미국에서 유서를 남긴 자살이 전체의 5분의 1 미만인 정도로 자살은 우발적 성격이 강하다”면서 “사회적 제도를 개선하는 자살예방에 관한 법제화와 함께 자살 신호를 감지해 집중적으로 돌보는 주변인의 도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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