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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키우는 풍문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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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05-30
[Dr.황세희의몸&마음] 병 키우는 풍문 처방 [중앙일보 황세희] "빌 클린턴이나 딕 체니도 이 약을 먹을까요?" 지난 2월, 의사에게 심장병 위험 경고를 받고서 이제껏 `몸에 좋다`, `심장에 좋다`는 이런저런 약을 복용 중이라는 J씨(50.남)에게 던진 말이다. 검사 당시, 그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298㎎/㎗(정상은 200㎎/㎗ 이하), 혈압은 170/110㎜Hg(정상은 120/80㎜Hg 이하)로 명백한 고혈압과 고지혈증 환자다. 담당 의사는 당연히 그에게 고혈압과 고지혈증 치료제를 처방했다. 하지만 J씨는 "병을 이기려면 일단 전반적인 몸 상태가 좋아져야 한다"며 석 달간 처방약 대신 주변의 권유를 좇아 값비싼 보신제를 먹고 있었다. "왜 의사에게 치료 받는 걸 미루느냐"는 물음에 그는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인데 부작용이 무서워 좀 더 있다가 복용할 예정"이라고 답한다. 답답함이 걱정으로 바뀌면서 나는 급기야 미국의 전직 대통령과 현직 부통령 이름을 들먹이게 됐던 것이다. 미국의 정상에 위치한 이 두 사람은 모두 J씨처럼 심장병을 앓고 있다.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데다 비만한 체질 때문에 관상동맥(심장 동맥)에 동맥경화가 생긴 것이다. 선진국 제1의 사망원인인 이 병은 지난 10년간 국내에서도 환자가 3~4배로 급증했다. 서구식 식습관과 운동 부족 탓이다. 대한민국 질병도 이젠 선진국형이고, 평균수명 역시 78.6세로 선진국 수준이다. 하지만 건강과 병 치료에 대한 미신과 오해는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인 경우가 적지 않다. 당연히 피해도 뒤따른다. 실제 부모님이나 웃어른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약을 막연히 `몸에 좋은 약`이라며 감사의 `선물`로 드리는 습관은 노인 약화 사고를 부추긴다.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풍문 처방에 의존하다가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장기간의 임상실험, 5000억원 이상의 엄청난 개발비, 까다로운 검증 절차 등을 거쳐 약효와 부작용을 밝힌 뒤 미국 FDA의 공인을 받아 출시된 양약에 대해선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꺼린다. 반면 `이전부터 써왔다`는 믿음에 의존해 성분 미상의 약제를 무분별하게 남용하다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비과학적 선택이 초래한 상황에 정작 당사자들은 `최선을 다했는데 몸 상태가 어쩔 수 없나 보다`라고 믿는다. 세계화.개방화 시대에 발맞춰 가는 지금,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명약이나 비방은 없다. J씨가 복용하는 보신제가 정녕 심장병에 효험이 좋다면, 세계적 명의를 주치의로 둔 클린턴과 체니 같은 명사들도 당연히 복용하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서 `약(藥)`이란 이름으로 쓰이는 모든 물질은 효과와 부작용이 공존한다. 약은 꼭 필요할 때,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이유다. 건강에 문제가 생겨 각종 풍문 처방에 귀가 솔깃해질 때, 꼭 한 번은 이런 의문을 가져보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혹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과연 이걸로 몸보신을 할까?`라고. 황세희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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