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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의사를 싫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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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06-05
한국인은 왜 의사를 싫어할까①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이게 뭡니까, 대한민국 의사인 것이 부끄럽습니다.”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인 ‘아임닥터’(www.iamdoctor.com) 게시판에 올라온 한 의사의 넋두리다. 올 봄 의료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9만 여명의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 회장이 ‘의사들에게 유리한 법은 만들고, 불리한 법은 막아달라’는 명목으로 매달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수 백만원의 용돈을 챙겨준 사실이 뒤늦게 발각됐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후원금이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사실상 로비자금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정치자금법에는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부터는 정치 후원금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미 당사자인 장동익 전 의사협회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2명이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고, 추가로 국회의원 3~4명이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특히 수사가 확대되면서 의사협회 외에도 치과의사협회의 로비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결국 장동익 의사협회장은 수사 초기에 스스로 물러났고, 새 회장을 뽑기 위한 선거전이 지금 한창이다. ◇ 의사직은 좋지만, 의사는 싫어? = 굳이 이번 로비파문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반 국민들은 의사하면 언제부턴가 ‘돈’을 먼저 떠올린다. 환자를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보다는 돈 잘 버는 직업(고소득자)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의사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시각은 꽤나 이중적이다. 직업 의사는 되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의사들에 대해서는 불만이 더 많다. “의사는 다 도둑×”이란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술자리 안주로 등장하고, “환자는 안중에도 없고 돈 밖에 모른다”는 댓글은 의사 관련 기사마다 단골메뉴가 된 지 오래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의료사고와 그 때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병원과 담당 의사들의 대처법도 한 몫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인터넷에서 화젯거리가 됐던 한 젊은 의사(아이디 edbergy)의 ‘미국행 고해성사’에서 그가 한국을 떠나고 싶은 이유로 “의사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와 의사-환자와의 관계”를 일순위로 꼽았을 정도다. 그래도 의사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가장 인기있는 직업이다. 최근에는 취업난과 경기침체로 인해 안정적이고 보수가 좋은 의사가 한창 상한가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남녀 고등학생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들의 ‘진로와 직업의식 실태조사’에서 남녀 모두 장래 희망직업으로 의사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았다. 고교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직업에서는 가수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의사를 향한 꿈은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의사로 가는 길’에 합류하기 위해 심지어 30대 회사원까지 직장을 그만두고 늦깎이 수험생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한 의학전문대학원 입시학원의 경우 30대 수강생이 3년 전보다 크게 늘어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대학생들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최근 3년간 의·치학 전문대학원 합격자를 분석한 결과, 학부를 바로 마친 23~25세 학생들이 전체 합격자의 38.4%를 차지했다. 대학 때부터 전공과목을 제치고 의·치학 전문대학원 시험을 준비해온 셈이다. 최근에는 지난해 포스텍 수석졸업생이 서울대 의대에 편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은 ‘메디토피아(meditopia·의료계+유토피아)’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최고급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 현직 의사들 “떠나고 싶다” = 의대 열풍과 대조적으로 현직 의사들은 자신의 직업에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와 직업능력개발원이 170개 주요 직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업만족도(5점 만점) 조사에서 의사는 2.84점으로 크레인·대형트럭 운전사(3.03)와 자동차정비원(3.24)보다 직업 만족도가 더 낮아 꼴찌(모델)를 겨우 면했다. 직업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사진작가(4.60)와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가정의학과 3년) 등 무려 10년 넘는 과정을 통해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도 의사직을 떠나고 싶어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전문의 3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약 7명(66.9%)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타 분야 진출에 대해 고려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특히 응답자의 17.9%는 적극적으로 직업을 바꿔볼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정책연구소 윤현병 연구원은 “의사가 되기 위해 투자되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고려한다면 17.9%는 상당히 높은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의사의 타 분야 진출은 진료환경을 도피하고자 하는 수단이 아니라 의료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개인의 역량을 적절히 발휘해 나가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의사들의 직업만족도가 낮고 심지어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는 뭘까. 직업능력개발원 이영대 박사(직업진료정보센터)는 스트레스를 주요인으로 꼽았다. 이 박사는 “단순히 근무여건보다는 그 동안의 오랜 투자와 고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여수가나 봉급이 낮은데다 주5일 근무제가 확대됐지만, 여전히 토요일 오후까지 근무해야 하는 등 전반적으로 삶에 여유가 없다는 점이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의사가 변해야 의료가 좋아진다 = 건강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의사들은 이제 굳이 병원을 찾지 않더라도 텔레비전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언제라도 만날 수 있을 만큼 국민과의 거리를 좁혀왔다. 하지만 환자와 의사 간 신뢰의 거리는 그 만큼 가깝지 못한 게 현실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의사가 불친절해서 또는 권위적이어서 일수도 있고, 의사들에 대해 국민들의 뼈 속 깊이 박혀 있는 편견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의사들이 변해야 의료도 좋아진다는 점이다. 대구에서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대훈 원장은 “이제 의사의 직업 가치 중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보람과 명예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고 질병으로 신음하는 환자의 치료가치보다 한 명의 미인을 만드는 가치가 더 커져버렸다”고 한탄했다. 너도 나도 소위 ‘돈이 되는’ 성형·피부과에 뛰어드는 의료계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단순히 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특정과에 몰리는 현상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의료생활을 좀 더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의사들이 앞장서 막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태현 국장은 “의료사고피해구제법과 의료법 개혁,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 등 의사들의 이익과 직결된 사안에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사들의 의약품 부작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들은 이처럼 의사들의 이익에는 열광하고, 국민 건강에는 침묵하는 의사들에게 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묵묵히 제 자리에서 ‘국민건강 지킴이’로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켜나가고 있는 대다수 의사들의 진정성이 존중받기 위해서라도 최근의 ‘로비파문’과 같은 어긋난 일탈이 재발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그런 점에서 6월13일~26일까지 치러질 의사협회 차기회장 선거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비파문의 주역이었던 장동익 전 회장의 후임자를 뽑는 과정이자, 의료계의 최대 파워세력을 이끌어 갈 대표가 선출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선거전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인은 왜 의사를 싫어할까②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의사는 신이 바빠서 대신 지상으로 출장 보낸 사람이다. 그래서 신만이 관장하는 사람 목숨을 다룰 수 있는 거다.” 몇 년 전 모 방송사의 메디컬드라마 ‘나쁜 의사’에서 어느 노 교수가 첫 수업 시간에 의대생들에게 했던 말이다. 한국인의 의사에 대한 낮은 호감도는 바로 노 교수의 말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아직도 국민들은 성직으로서의 의사관, 의사는 모름지기 허준이나 슈바이처 같아야 한다는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 ‘의사 사위’는 원하면서도 정작 의사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이중성도 같은 맥락이다.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직업인으로서 의사는 신뢰하지만 당장 자신을 진료하는 의사에 대한 실력과 진정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의사는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책임의식과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의사도 수 만개의 직업 중 하나로 인간적인 고충과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허둥대는 직업인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따로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음의 두 사례를 살펴보자. ◇ ‘의사선생님’ vs ‘의사님’ = “무슨 주사입니까?” “… ….”(대꾸도 않고 빤히 처다 봄) “의사선생님, 무슨 주사죠?” “그렇게 의심이 많으면 뭣 하러 병원 오나? 맞으려면 그냥 맞지!” “아니, 초등학생도 자기가 맞는 주사가 뇌염주사인지 홍역주사인지 알고 맞는다고요. 제가 알려는 게 잘못입니까?” -「아픈 것도 서러운데 : 의약분업시대 환자 권리장전」(김철환 외 지음) 중에서. 요즘 환자와 의사 관계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여전히 환자들은 ‘의사 선생님’ 앞에서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우리 몸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이용해야 할 병원이 일반 환자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여전히 친근하지 않다. 마음이 편해야 병도 낫는다고 의사들은 이야기하지만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러 가면서 항상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진료실에서 의사들은 흔들림 없는 권위를 유지한다. 친절한 설명을 해주거나, 잘 모르는 영역이면 다른 의사를 소개해주리라고 기대하는 환자도 결코 없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창보 사무국장은 “진찰실 문에 들어서서 나올 때까지 환자들은 의사 권위에 철저히 복종한다”며 “묻고 싶은 말을 마음 속에 묻어야 하는 환자는 우리나라에 없다”고 꼬집었다. ◇ 의약품 부작용에 침묵하는 의사들 = 전세계적으로 900만 명 이상의 당뇨병 환자가 사용해 온 ‘아반디아’(성분명: 로지글리타존)가 당뇨 합병증인 심장질환 발병위험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영국의학저널’에 발표됐다. 즉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반디아의 안전성 확인을 위한 분석에 착수할 만큼 긴급한 뉴스였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한국의 당뇨병학회도 공식의견을 내놨다. 요지는 이번 연구가 제한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만큼 한계가 있고, 따라서 환자들이 임의로 약 사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것. 부작용 논란 속에서도 확실한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대체약을 투약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 대신 ‘주치의와 상담 후’ 복용하라는 소극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한내과개원의사회 역시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그 사이 캐나다 보건당국은 아반디아 복용환자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28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6명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아반디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같은 당뇨병학회의 발표가 나오자 의약계 및 일반 시민단체 등은 학회가 국민 건강보다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제약사를 감싸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의사들은 이권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발빠르게 대응해왔다. 의사들이 반대해 온 정부의 의료법 전면개정안의 경우 채 확정되기도 전부터 의사협회는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2만~3만 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장외집회 및 집단휴진을 두 차례나 주도했다. 의료법 정부안이 최종 확정돼 국회에 제출된 것은 그로부터 2~3개월이 지난 뒤였다. 당초 의료법 정부안에는 의사-약사 간 논란이 된 ‘투약권’ 문제를 비롯해 의사-간호사 간 간호진단, 비의료계와 갈등을 빚은 유사의료행위 등 관련단체와의 이권이 첨예하게 엇갈린 사안을 담고 있었다. 특히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 의무기록 허위 기재시 처벌강화, 당직의료인 기준 강화, 비전속진료(일명 프리랜서 의사) 허용 등 환자 중심의 조항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의사들의 두 차례의 집회와 끈질긴 반대 속에서 의-약사 간 투약권 논란을 불러왔던 조항과 유사의료행위 조항은 결국 삭제됐다. ◇ “국민건강 로비는 언제 하나” = 의사협회 등이 주장하는 ‘의사수 과잉론’도 논란꺼리다. 이는 매년 3000명 가까이 배출되는 의사들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기 보다는 오히려 과도한 경쟁으로 부실 의료기관이 증가하고 의사들이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2005년 말 현재 의사 수는 8만5369명으로 10년 전인 5만7188에 비해 약 3만 여명 정도가 늘었다. 하지만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2003년 기준 우리나라의 의사수는 인구 608명 당 1명꼴. 이는 프랑스의 298명, 독일 302명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고, 일본의 517명에 비해서도 훨씬 낮다. 의사수 과잉론이 철저히 의사들의 시각에서 나온 주장일 뿐 일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택진료비(일명 특진)와 임의비급여도 의사들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특히 임의비급여는 당초 급여항목을 병원측이 임의로 비급여로 청구하는 것을 말하는데, 병원들은 이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을 병원이 부당청구해 치료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초 백혈병 환자 600명의 진료비 확인 신청 결과, 병원들이 약 31억 원을 임의비급여 등의 형태로 과다청구했다며 이를 환자들에게 되돌려줄 것을 결정한 바 있다. 백혈병환자 60명도 최근 여의도 성모병원을 상대로 약 10억 원 규모의 진료비 반환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는 의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 “국민들은 이제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로비가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한 전방위 로비에 적극 나서줄 것을 바라고 있다”면서 “더이상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법들이 특정 이익단체의 로비에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법과 제도는 의사들에게 너무 과도한 독점권을 용인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의사들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정부가 방치해 온 탓이 크다”며 정부의 정책 전환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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