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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은 부모잘못 아닌 병… 국가가 돌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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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07-17
자폐증은 부모잘못 아닌 병… 국가가 돌봐야 의사들이 쓰는 병원이야기 <9> 자폐아 가정의 고통 김영신·예일대 의대 소아정신과 조교수 매주 목요일 나는 미국 예일대학교 부설 자폐 장애 특수 클리닉에서 환자들을 진단한다. 오전에 초등학생인 마이클 부모와 2시간이 넘게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문득 한국의 민호(가명) 어머니가 생각났다. 민호 어머니를 처음 만난 것은 5년 전 내가 경기도 안양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할 때였다. 병실에 들어선 민호(당시 여섯 살)는 내게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냄새를 킁킁 맡으면서 ‘우우’ 소리를 질렀다. “아유, 죄송해요 선생님. 민호가 저렇게 무작정 냄새를 맡으려고 해요.” 당황한 민호 어머니는 아들 이야기를 시작했다. 민호는 두 돌이 지나서도 말이 트이지 않았다. “민호야”라고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빠져 있기 일쑤였다. 소아과에서 청각 검사를 했더니 발육이 느린 것뿐이니 걱정 말라고 했다. 민호 어머니는 2년간의 산후 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출근하면서 민호를 어린이집에 맡겼다. 민호는 그곳에서도 혼자 놀며 운동화 끈을 풀어 흔들거나 똑같은 장난감 소리를 반복해서 듣기만 했다. 간식도 일단 냄새를 맡아 본 후 매일 똑같은 소시지가 아니면 모두 거절했다. 다급해진 엄마가 대학병원 소아정신과에 데려가자 ‘애착 장애’라고 했다. 엄마가 제대로 돌보지 않아 생긴 병이라며 의사는 민호 어머니에게 당장 일을 그만두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당장 사직서를 낸 민호 어머니는 하루 종일 민호와 붙어 지냈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병원마다 발달성 언어 장애부터 소아기 우울증, 감각통합 이상 등 다양한 진단명을 내렸고, 미술치료에서 놀이치료, 음악치료, 언어치료, 엄마·아동치료 그리고 비타민치료까지 안 해본 치료가 없었다. 치료비만 매달 100만원 가까이 들었다. 그러나 민호가 앓고 있는 병은 자폐 장애였다. 자폐 장애는 언어 발달이 늦고, 특정한 것에만 관심을 보이거나 반복적 행동을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부모의 양육 태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뇌에 문제가 생긴 병으로 조기 발견과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마이클은 민호와는 사정이 달랐다. 자폐 장애 클리닉에서 22개월 때 자폐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때부터 치료사들이 마이클의 집을 방문, 매주 2시간 언어치료와 10시간씩 행동치료를 해주었다. 3살 때는 유아원 프로그램에 입학해 치료를 받았고, 매주 2시간씩 사회성 기술훈련이 추가됐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마이클은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수업을 받았고, 마이클의 수준과 능력에 맞는 학습 프로그램을 별도로 제공했다. 치료비와 교육비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정서 및 행동 장애 아동들의 치료기금’에서 나왔다. 한국은 어떤가. 민호의 예처럼 자폐 장애를 정확히 진단 받기까지도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이 든다. 제대로 된 치료를 해주는 곳이나 교육시설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드물게 자폐 장애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 비용은 고스란히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 알아주는 경제 대국이 됐다. 그런데도 세계적으로 155명 중 한 명의 아동들이 겪는 이 흔한 병을 개인의 문제로만 여기고 있다. 정부에서 자폐 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에게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한다면 민호 어머니처럼 수많은 시행 착오와 실패 속에 가족이 고통받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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