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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공황상태… 외상후증후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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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공황상태… 외상후증후군 우려
(헤럴드 경제 기사 인용)
피랍자 가족들 정신적 충격은
인질과 같은 심리상태
정부차원 지원대책 필요
서로모여 위로 그나마 힘
‘또다시 언제, 누가 희생될지 모른다.’
심성민(29) 씨가 지난 31일 다시 무참히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족은 다음에 누가, 어떻게 희생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로 정신적 공황에 빠진 상태.
의학전문가들은 피랍 14일째를 맞아 가족이 이미 인질과 같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간접적 경험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이란 신체적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인 장애로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성균관대 유범희 교수(정신과)는 “상황이 이쯤되면 가족은 인질과 거의 같은 정신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진단했다. 가족의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로, 가족이 죽임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혹시 불행한 일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공포와 이로 인한 심적인 고통이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가족, 특히 남성 인질의 가족은 살해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랍된 봉사단원 중 남성은 고 배형규 목사와 고 심성민 씨를 제외하고는 제창희(28), 서경석(27), 고세훈(27), 유경식(55), 송병우(37) 씨 등 5명. 제씨의 어머니 이채복 씨는 31일 심씨의 살해 소식에 “피가 마르고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입니다. 거기서는 남자만 죽인다고…. 돌파구가 안 보여서…”라며 오열했다.
이미 피랍 자식의 소식에 일희일비하게 되면서 가족은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통역을 맡은 한지영(34) 씨의 어머니는 인질 살해 소식을 듣고 온 몸에 일시적으로 마비가 왔다. 국내 언론과 통화를 해 육성이 공개된 이지영 씨의 오빠 이종환(38) 씨도 “그 무서운 곳에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있는데 때되면 먹고 자고 하는 내가 너무 미안하다”며 얼굴을 가리고 울먹였다. 가족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상회담을 못 기다리겠다. 지금 여기 사는 건 다 죽은 목숨”이라며 “동영상 보는 순간…가슴이 미어져 안 보느니만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한 장소에서 가족이 함께 모여 서로 슬픔을 토로하고 위로할 수 있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오강석 교수(정신과)는 “종교라는 믿음이 있는 분들이니만큼 함께 이겨내리라 본다. 함께 서로 위로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스트레스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힘든 심정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때문에 이들이 함께 모여 위로할 수 있어 비교적 심각한 증후군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란 긍정적 분석도 있다.
한편 가족이 2주째 심정적 고통을 겪으면서 나타나는 각종 스트레스성 건강 이상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1년 뉴욕에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하자 공항 측이 피해자들을 위해 정신상담 인력을 파견해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오 교수는 “외국에서는 큰 사건이 터지면 정신치료 관련팀이 피해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슬픔을 나누는 정신치료를 제공하지만 아직 우리 형편에서는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 등 접근하기가 여의치 않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이 자꾸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지 말고 희망과 믿음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정부도 정신치료를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들 ‘피랍 스트레스’ 시달린다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 벌써 14일째
잇단 살해에 충격… “한국, 이거밖에 안되나” 무기력·자괴감
피랍자 가족들은 극도의 불안·공포로 두통·소화기 장애 겪어
납치, 협상시한 연장, 살해, 협상결렬, 추가 살해…. 아프가니스탄 피랍 14일째. 인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피랍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피랍자를 죽였다거나 살해 위협을 했다는, 연일 아침과 밤이면 터져나오는 끔찍한 소식에 불안, 초조, 무기력증 등의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피랍자 가족들의 심신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혈육이 고통당하고 살해 위협을 받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들은 잠을 못 이루고 제대로 먹지도 못해 급격히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
◆쌓여가는 ‘피랍 스트레스’
지난달 31일 새벽, 심성민씨가 추가 살해되자 국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정부가 대통령 특사를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하는 등 뭔가 진척이 있을 것이란 기대와는 정반대의 쇼킹한 소식이어서 그 충격은 더 컸다. 충격은 하루 사이에 무기력감으로 바뀌었다. 회사원 김상민(33)씨는 “두 번째 피살 소식은 솔직히 충격이 컸다”며 “문득 우리나라 힘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박모(30·대학원생)씨도 “정부가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 생각에 허탈감에 빠졌다”며 “한국이 경제력은 성장했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힘 한 번 못 쓰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우울했다”고 말했다.
아예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에 관한 뉴스를 보지 않는 국민들도 늘고 있다. 이모(55·자영업)씨는 “국민들 사이에 온통 아프가니스탄 피랍 얘기뿐”이라며 “피랍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심정이지만, 2주째 되도록 해결의 실마리도 없고,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우울해져서 이젠 뉴스를 보지 않게 되더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피랍 인질들의 육성이나 동영상, 심지어 시신 사진 공개에 불쾌감을 표시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서울 상도동에 사는 김진경(36·주부)씨는 “탈레반의 언론 플레이에 놀아나는 것 같다”며 “그런 것들을 공개하는 것이 국민은 물론, 피랍자 가족에게도 무슨 도움이 되나 싶다”고 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댓글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이모(여·23)씨는 “피랍 사태 속보가 뜨면 순식간에 댓글이 수백 개가 뜬다”며 “호기심에 댓글을 읽게 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정신 건강에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랍사태가 길어지면서 한국 사회가 이번 사건에 대한 집단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후유증이 오래 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심약한 사람들은 피랍자 시신 등 피랍사태 장면이 문득문득 떠올라 공포를 느끼거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수 있다”며 “어린이나 노약자는 지나치게 생생하거나 충격적인 장면을 피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곳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피랍 2주째가 되면서 피랍자 가족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족들이 인질과 비슷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족들은 1일 주한 미국 대사관에 전달한 호소문에서 “우리는 이곳(가족모임 사무실)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연상케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피랍자 중 누군가가 죽으면 가족들이 한두 명씩 사무실을 떠나, 마치 아우슈비츠 수용소 분위기 같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두통이나 소화 불량은 가족들 사이에선 거의 보편적인 증세다. 피랍자 박혜영씨의 아버지는 피랍 소식에 쓰러져 현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가족들도 몹시 피로한 상태다. 이들은 서울이나 분당의 친척 집에 머물거나 인근 모텔에서 투숙하고 있다. 가족들 건강이 점점 나빠지자 샘물교회측에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샘안양병원 의료진을 대기시켜 놓았다.
샘안양병원 차병호 호흡기내과 과장은 “가족들이 계속되는 정신적 충격으로 극심한 소화기 장애나 가슴 통증 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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